책소개
2017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이 책은 생물학에서 물이 차지하는 역할에 관한 책이다. 세포 안의 70%를 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 무게 비율일 것이다. 정통 생물학은 물을 언급하지 않는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물의 물리화학적 성질 몇 가지를 말한다. 물을 피하기 위해 이중 지질막이 생겨난 것이라고 기술하는 것이 굳이 생물학과 관련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물과 접하고 있는 쪽으로 친수성 있는 부분이 배치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세포막 구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 두자. 세포 안은 어떤가? 세포 안에 존재하는 70%의 물은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그것이 세포의 기능에 어떤 식의 기여를 하는 것일까? 암세포에서 물의 행동 방식은 달라져 있을까? 이런 식의 질문은 끝이 없지만 사실 답을 기대하고서 하는 물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생물학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폴락의 질문은 평이하다. 왜 젖은 모래에는 발이 빠지지 않을까? 운동장의 장축보다 더 높이 자라는 아메리카 삼나무 꼭대기까지 물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 혹시 우리 세포는 겔과 같은 것이 아닐까? 물은 단백질에 붙들려 있어서 흘러가는 강물과 다른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폴락은 물의 입장에서 세포막에 박혀 있는 채널과 펌프의 기능을 새롭게 해석한다. 세포를 푸딩 같은 겔처럼 생각하면 세포 내용물의 분비 혹은 운반과 같은 기본적인 세포 과정은 어떻게 해석될까? 또 세포 분열과 근육의 운동은 어떤가? 폴락은 이때 상전이(Phase Transition)라는 개념을 동원한다. 겔 속의 물이 단백질 구조 변화에 발맞춰 들락날락하면서 복잡한 생물학적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200자평
21세기를 맞은 지도 10여 년이 지난 지금껏 물에 관한 연구는 거의 전인미답 상태다. 그렇지만 물은 도처에 있다. 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스스로 질문해 보자. 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지은이
제럴드 폴락(Gerald H. Pollack)은 근육의 수축과 운동에 관한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다. 1968년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 생물공학과 교수다. 그의 관심사는 매우 다양해서 심장동력학과 근육 수축에 관한 전기생리학뿐만 아니라 세포생물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연구를 계속해 왔다. 또 10여 년 동안 근육 수축의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국제 그룹을 이끌었다. 그런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여러 상을 수상했다. 쿨카(Kulka) 상, JSEM(Journal of Structural Engineering and Mechanics) 우수논문상, 생체공학 펠로십 등이 그것이다. 많은 국제 학회를 주관했으며 여러 논문의 편집자로 일해 왔다. 지금까지 아홉 권의 책을 썼다. 1990년에 저술한 그의 책 ≪근육을 움직이는 분자들: 생명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무엇인가≫는 미국 기술자협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옮긴이
김홍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다. 국립보건원 박사후 연구원과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피츠버그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연구했다. 천연물 화학, 헴 생물학, 바이오 활성가스, 생물학, 자기소화, 면역학과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한국연구재단이 톰슨로이터 DB의 피인용 상위 10% 논문을 대상으로 분석한 조사에서 ‘2009~2014년 한국인 기초과학 상위 연구자’로 의학(4위), 약학(3위) 두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 분야와 관심 분야는 기초 생물학과 진화생물학, 진화의학이다. 지은 책으로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궁리, 2016), ≪산소와 그 경쟁자들≫(지식을만드는지식, 2013)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내 안의 바다, 콩팥≫(뿌리와이파리, 2016),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궁리, 2015), ≪진화와 의학≫(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신기관≫(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제2의 뇌≫(지식을만드는지식, 2013)가 있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제1부 확고한 진리를 향해
1장 신화 뒤집기
2장 죽어 가는 세포의 신음소리
3장 세포질 불협화음
제2부 토대로부터 빌딩 세우기
4장 물
5장 용질
6장 이온
7장 세포 전위
제3부 세포 기능을 향한 하나의 가설
8장 상전이: 세포 활동을 수행하는 기전
제4부 세포동력학으로
9장 분비
10장 활동 전위
11장 물질 운반
12장 선택적인 물질 운반
13장 세포 분열
14장 근육 수축
제5부 느슨한 끈을 묶으며
15장 에너지
16장 세포 기능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
참고문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문제가 되는 틀은 바로 세포막이다. 펌프라는 개념은 어떤 용질도 투과할 것 같지 않던 세포막이 특정 용질을 투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한 가지 용질이었던 것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포막이 비투과성이라는 개념을 버리는 대신, 사람들은 많은 수의 채널과 펌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는, 대체할 수도 있었을 다른 가능성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속적인 장벽이라는 그 틀이 아마도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39쪽
화학자들에게 물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특성을 빚어내는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진 원소다. 생명과학자들에게 물이란 생명의 자궁처럼 형체가 오묘한 바다와 같다. 그러나 이미 센트죄르지가 말했듯이 “물고기가 대양 속에서 물을 잊어버리듯이” 물은 쉽게 망각된다. 물은 그저 중성적인 성질을 지닌 물질의 운반자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