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던 날 <여름 꽃>의 작가 하라 다미키는 그곳에 있었다. 그 순간은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다미키는 “현대 일본 문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문”으로 현대 일본의 가장 참혹했던 그날을 증언한다. 역사가 지배자와 승리자의 기록이라면 문학과 예술의 사명은 무엇이어야 할까. 하라 다미키 단편집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떨어질 때 하라 다미키도 그곳에 있었다. …
우리의 삶과 터전 전세로 잠시 다른 사람의 집에서 산다. 극장에서 잠깐 다른 사람의 삶을 즐긴다. 사글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분투했고, 극장에서 흩어진 꿈의 조각을 다시 찾고는 했다. 전세 제도와 근대 극장이 등장한 지 일백 년, 우리의 삶과 터전은 얼마나 우리 것이 된 것일까. …
희극의 시절, 비극의 시절 그리스 디오니소스 극장, 아버지는 아들의 패륜을 의심하고 끝내 파국을 맞는다. 파리 보드빌 극장, 아내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고 결국 한바탕 소동에 휘말린다. 의심은 같아도 결과는 달랐다. 시대와 장르를 바꿔 무대 위 인간들의 드라마는 때론 비극으로 때론 희극으로 펼쳐진다. 사회가 평안할 때는 비극이, 사회가 불안할 때는 희극이 더 …
나는 아름다운가 화장품을 뜻하는 코즈메틱(cosmetic)의 어원은 코스모스(cosmos)다. 피타고라스는 아름다움을 우주의 질서와 조화로 설명했다. 우주 속의 작은 존재이자 하나의 소우주인 나도 마찬가지다. 조화로운 자기 정체성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하고, 나와 너,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뷰티, 브랜드가 되다: 글로벌 뷰티 산업의 역사와 현장 “나뭇가지나 막대기, 나무 바늘, 동물의 뼈나 상아 같은 것으로 …
오래된 낯선 문학 손 편지는 귀찮고 이메일도 번거롭다. 카톡이 대세다. 새해 0시 폭증한 카톡으로 서비스가 38분간 먹통이 되기까지 했다. 편지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서간 문학이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다. 편지의 운명을 따라 사라질지도 모를 서간 문학의 독특한 세계를 새롭게 만나 본다. 시키와 소세키 왕복 서간집 메이지 시대 시와 소설의 양대 …
카산드라는 없다 그리스신화의 카산드라는 불행한 예언자였다. 예지력은 지녔으나 설득력은 갖추지 못했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트로이의 패배도 자신의 죽음도 막지 못했다.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었다. 당신은 어떤가? 이제 운명적 카산드라는 없다. 설득은 기술이자 전략이다. 자신과 상대와 세상을 설득하는 다양한 길들이 여기 있다. 감성 설득 전략 애플은 감성 마케팅으로 혁신을 …
사실과 마법이 어우러진 곳 뜨거운 태양은 문명과 야만, 혁명과 독재, 빈곤과 환락을 한 덩이로 녹여낸다. 다양한 인종과 전통이 뒤섞인 그곳에서 역사와 신화, 사실과 환상의 구분은 모호하다. 현실이 궁핍할수록 상상력은 비대해졌다. 독특한 서사구조가 빚어지고 마술적 리얼리즘은 그렇게 아스테카, 마야, 잉카 후예의 문학이 되었다. 여정의 두루마리 아스테카 제국은 메소아메리카, 즉 멕시코부터 …
현실이 막장으로 갈 때 1970년대 초 한 시인은 “풍자만이 시인의 살길”이라고 했다. 불의한 시대, 현실의 모순이 화농할 때 풍자는 시인이 마땅히 선택해야 할 저항과 비판의 무기였다. 동서와 고금이 다르지 않았다. 연일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는 웃픈 현실, 아래 책들이 선물하는 날카로운 웃음들이 작은 속풀이가 될 수 있을까. 소림/투기 중국 최초의 …
“이젠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 저녁 산보길에 어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선언한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끝장내려 한다는 것이다. 붉은 머리카락 때문에 이름 대신 홍당무라 불리는 집안의 천덕꾸러기, 소년의 항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불문학자인 고 김붕구 교수의 번역 작품 중 지만지에서 첫선을 보이는 ≪홍당무≫와 함께 새 책 7권을 소개한다. 홍당무 르피크 씨네 막내아들은 …
초연결사회 인간의 위치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산업을 일으켰다. 산업은 기술 혁명을 촉진하고, 기술은 자연과 사람이 만든 경계를 하나씩 허물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고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다. 현실과 가상이 넘나들 때 다시 인간의 위치는 어디일까. 컴북스와 지만지가 펴낸 새 책 7권을 소개한다.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
인간 생존의 유전자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서로 사회를 이루고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야말로 인간 생존의 유전자였다. 네트워크를, 인간을 새롭게 살피는 시각들을 소개한다.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위한 네트워크 분석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연구 방법이 개체의 속성에 집중했다면, 네트워크 분석은 개체의 관계에 주목한다. 개체와 개체의 관계, 관계의 패턴, 정보와 자원의 …
그대, 바다가 그리운가 몇 세기 전만 해도 바다는 세상의 끝이었다. 사람들은 그 아래와 그 너머가 궁금했다. 황금의 유혹에 이끌려 끊임없이 바다에 도전했다. 싸움과 죽음이 덧쌓이고 신화와 역사가 빚어졌다. 단지 황금 때문이었을까. 바다는 모든 생명의 고향이 아니었던가. 까닭 없이 바다가 그리워질 때 이 책들 중 한 권을 펼쳐 보시길. 바다에서 …
휴대폰, 그는 누구인가 마지막 순간에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이름, 아니야, 휴대폰을 남긴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자신만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다. 유언을 녹음하고 동영상을 남기고 짧은, 또는 긴 영화도 찍는다. 이제 휴대폰을 아이폰이나 갤럭시라고 부르지 말라. 진실하게, 또 경건하게 고백하라. 이것은 나다. 죽은 남자의 휴대폰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이름을 남기던 …
모자라는, 그래서 넘치지 못하는 천재 뷔히너의 주인공들은 독일 문단을 해일처럼 쓸어버렸다. 외설과 토막 말이 무대에 난무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결함이다. 가십도 그렇다. 분명히 저급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스캔들과 타블로이드는 돈이 되고 뉴스가 된다. 뭔가, 이 기이한 현실은? 돌아보라. 바보가 되려고 애쓰는 인간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이미, 바보가 아닌가? 뷔히너 문학전집 …
말이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고 말만 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약속과 계약서는 말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말은 그 자체로 사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지현의 동화에서도 그렇다. 말은 의미를 전할 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과 영혼을 치유한다. 말이 만드는 재미와 감동은 그 자체로 힘이고 기술이다. …
익숙해서 무서웠던 것들 모파상은 시력장애자였다. 자주 환상에 시달렸다. 환상문학 작품을 썼다. 소재는 주인 없는 개, 머리카락, 거실 따위였다. 늘 곁에 있는 것, 그것이 공포와 불안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생산 방식은 어떤가? 돈을 위해 일하는 노동은 어떤가? 요하이 벤클러는 동료생산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네트워크는 크게 발전했고 이제 우리를 위한 노동이 가능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