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지가 옮긴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의 ≪수녀(La Religieuse)≫ 수녀 서원 취소 소송 약속을 지키면 죄인이 된다. 지키지 않으면 배신자가 된다. 길이 없다. 문제가 틀린 것이다. 정답은 약속의 취소다. 결론 없는 논쟁만 계속된다. 우리는 왜 약속했던 것일까? “청빈의 서원을 하는 것은 무위도식하는 도둑이 되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며, 정결의 서원을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
정용찬이 쓴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빅데이터>> 가장 쉬운 빅데이터 통신회사 하나가 하루에 나르는 데이터가 소설책 40억 권 분량이다. 크고 다양한 빅데이터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나왔다. 저자에게 직접 듣는 오디오북이다. <<빅데이터>> 오디오북 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오디오북 작업은 처음이다. 스튜디오 녹음은 새로운 경험이라 흥미로웠다. 무엇이 중요한가? 저자가 직접 낭독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직접 낭독한다는 …
최은섭이 짓고 권채린이 해설한 ≪최은섭 동화선집≫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름을 묻는다. 답하지 못한다. 될지도 모르고 안 될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린다. 바보인가? 아니다. 그가 무엇인지를 대답할 사람은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아휴, 답답해. 빨리 말하란 말이야.” 웅이는 발까지 쾅쾅 굴렀어요. 그러자 초록 씨앗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내 이름을 굳이 말해야 한다면 ‘될 …
이연의가 엮은 ≪초판본 박두진 시선≫ 박두진이 돌을 쫓은 까닭은? 그에게 수석은 태초의 기억이고 자연사와 인간사의 응축이다. 신과 역사가 빚은 자연의 시다. 실존과 수용, 견딤과 기다림의 산물, 태양은 돌이 되고 세계의 숙명은 이곳에 있었다.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앟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
강명수가 옮긴 레프 톨스토이(Лев. Н. Толстой)의 ≪홀스토메르/무엇 때문에?(Холстомер/За что?)≫ 중후하거나 추레하거나 둘 다거나 천덕꾸러기 얼룩빼기는 거세까지 당하지만 주인을 제대로 만나자 최고의 경주마가 된다. 주인의 애첩을 쫒는 추격전에서 부상을 입자 영광은 막을 내리고 이 주인, 저 주인에게 팔려 다니다 도살된다. 말이 그랬다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중후하게 늙을 수도 있고, 추레하게 …
이영희가 짓고 김은숙이 해설한 ≪이영희 동화선집≫ 현실에는 없는, 마음속에 있는 이영희의 동화는 어렵다. 어른에게 그렇다. 아이들에게는? 쉽다. 그들은 의미를 보기 전에 이미지를 본다. 그것이 상상력을 깨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상을 만든다. 어른은 할 수 없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수술은 끝나 소독약 냄새가 밀물처럼 넘치는 수술실 바닥엔 시든 …
요시미 슌야(吉見俊哉)와 와카바야시 미키오(若林幹夫)와 미즈코시 신(水越伸)이 쓰고 오석철과 황조희가 옮긴 <<전화의 재발견(メディアとしての電話)>> 전화는 침투한다 현관에서 거실로, 방에서 주머니로 전화는 침투한다. 담장을 넘어 오가는 사랑은 셰익스피어의 전유물이 아니다. 견고한 전통의 벽을 넘어 전화는 끊임없이 개인과 개인의 마음을 연결한다. 우리가 밝히고자 한 것은 전화라는 미디어에 축적되고 구성된 관계성 일체의 형상이며, 또한 그러한 …
김선남과 정현욱이 옮기고 아일린 미핸(Eileen Meehan)과 엘렌 리오던(Ellen Riordan)이 엮은 <<섹스와 돈: 페미니즘과 정치경제학 그리고 미디어(Sex & Money: Feminism and Political Economy in the Media)>> 2등 시민으로 밀리는 여자들 정보기술은 인력을 대체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 그것은 여자들의 자리였다. 수많은 여자들은 또 한 단계 밀려난다. 젠더 격차가 깊어진다. 만약 …
서구원이 쓴 <<도시마케팅>> 도시를 살리고 죽이는 마케팅 미국의 첼시, 일본의 유바라시, 한국의 성남은 실패 도시다. 성공 도시의 이름은 뉴욕, 빌바오, 나카즈에촌, 함평이다. 실패와 성공 사이에 마케팅이 있다. 15초의 친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 퇴락한 도시공간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다 점차 … 기업 투자나 방문객 유도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변한다. ‘머리말’, …
정순분이 옮긴 ≪사누키노스케 일기(讃岐典侍日記)≫ 호리카와 천황이 죽음을 만났을 때 법화경을 읽었다. 희귀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다정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도 정신을 놓지 않았다. 염불 소리가 점점 잦아들더니 끝내 멈추고 말았다. 승정을 부르고 수도승 12명을 불러 가지기도를 올리게 하자 그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이도노 삼위가 손에 물을 …
한창완이 쓴 <<슈퍼 히어로>> 홍길동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배트맨이 이긴다. 장비가 좋거나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능력에서는 길동이가 몇 수 위지만 신분이 달린다. 문제 해결을 위해 탈법이 불가피한데 가족 영화로는 부적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는 무엇인가? 외계에서, 돌연변이에서, 실험과 사고에서 특별한 힘을 얻거나 자본과 기술로 힘을 갖는 영웅이다. 그들의 고향은 …
김윤철이 쓴 <<음향 기기 역사>> 자연 소리와 전기 소리 그리고 디지털 소리 소리는 사라진다. 그래서 말은 책임 의식이 약하다. 사라진 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는 자연의 법칙을 전복한다. 소리는 저장되고 복제된다. 완벽한 복제를 실현한 것은 디지털이다. 이때부터 소리는 개성을 잃었다. <<음향 기기 역사>>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열 가지 음향 …
이영범이 골라 옮긴 ≪체호프 유머 단편집(Ю мористические рассказы А. П. Чехова)≫ 그때나 지금이나 웃겨 술, 권위, 치맛바람, 성과 성, 이름 이야기, 군대 회고록 그리고 요즘 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어디서나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도 체호프의 필치라니, 웃어 볼 만하다. ‘돼지 새끼 같은 그놈 때문에 사할린으로 가다니, 이것도 현명한 짓은 못 …
장희창이 옮긴 후고 프리드리히(Hugo Friedrich)의 ≪현대시의 구조: 보들레르에서 20세기 중반까지(Die Struktur der modernen Lyrik: Von Baudelaire bis zur Mitte des zwanzigsten Jahrhunderts)≫ 예술 상상력 제조법 가장 단순한 사물에 무를 각인하면 가장 친숙한 것에서 근원적 불가사의가 발생한다. 이것은 현실에서 형상을 증류하는 활동이다. 무가 남고 존재와의 중력장에 상상력이 나타난다. 시인은 불협화음으로 진술한다. …
오현숙이 엮은 ≪초판본 이주홍 작품집≫ 노동하는 재일 조선인의 계급의식 1924년 일본에 건너가 노동판을 전전한다. 제과공장의 노동 경험은 소설이 된다. 이주홍이 계급의 관념과 공식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노동했다. “교−상도 돈 내오!” “가진 돈이 없소.” 그냥 앉어 있든 성주는 손바닥에 털어놓은 담배불에 다시 기세루 꼭지만 갔다 눌렀다. “내게 돈 있소. …
정원석이 짓고 김학중이 해설한 ≪정원석 동화선집≫ 금정심상소학교는 잘 있을까? 정원석은 의사이고 동화작가다. 외과 개업하고부터 함흥 지방 방언을 모아 책을 묶었다. 1932년 생이다. 분단과 상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동심을 찾는다. 그의 동심은 잘 있을까? “학생 하나 죽이는 게 인민을 위하는 거냐? 그건 무의미한 짓이야.” “옳고 그른 것은 훗날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