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연설을 들었을 때, 나를 사로잡았던 감정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가 한 말이 마치 채찍으로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독일의 치욕을 말할 때, 나는 그 어떠한 적에게도 덤벼들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독일 남자의 명예를 일깨우는 그의 호소는 무기를 들라는 외침 같았고, 그가 설교하는 가르침은 바로 계시였습니다. 마치 루터가 …
2672호 | 2015년 7월 8일 발행 커뮤니케이션은 준거양식이다 정연구가 쓴 <<커뮤니케이션 준거양식의 이해>> 언어로부터의 해방 기획 우리는 언어가 있는 곳에 태어난다. 그 언어대로 세상을 보고, 표현하고, 기억한다.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화용의 관습으로 저지된다. 있는 말로부터 벗어나려는 해방의 기획은 지극히 어렵다. “커뮤니케이션 준거양식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준거양식이 인간의 사고와 표현을 일정한 …
2622호 | 2015년 6월 5일 발행 벙어리 삼룡이, 울분과 사랑의 불 김춘식이 엮은 ≪초판본 나도향 작품집≫ 죽어서 행복했다 벙어리 삼룡이가 지른 불은 울분과 사랑을 가리킨다. 아씨를 구하고 자신을 버린 뒤 그의 입가엔 미소가 남는다. 죽음으로 울분은 사랑이 된다. 노예는 천국에서 더 행복했다. 어쩌다 불이 났는가? 명시되지 않았다. 정황상 삼룡이의 방화로 …
2603호 | 2015년 5월 25일 발행 시민 영웅의 시대 개막 이원양이 옮긴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Schiller)의 ≪간계와 사랑(Kabale und Liebe)≫ 시민 비극의 탄생 비극은 위대한 인간의 전유물이었다. 적어도 18세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론은 그러나, 신흥 부르주아지, 시민계급의 성장을 막지 못한다. 이제 시민이 영웅인 시대가 열렸다. 루이제: (아버지와 눈짓을 교환하는 고통스러운 갈등을 …
2592호 | 2015년 5월 18일 발행 소포클레스의 캐릭터 효과 김종환이 옮긴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엘렉트라(Electra)≫ 엘렉트라, 정의로운 불의 선하고 똑똑하며 효성도 지극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고 아들을 버리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자 딸은 달라진다. 사랑은 증오가 되고 효성은 살인이 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집 안에서 울면서) 아, 아! 집 안에 도울 사람은 없고, 살인자만 가득하구나! …
2559호 | 2015년 4월 27일 발행 강신재 소설이 부정하고 부정하는 것 이성천이 엮은 ≪초판본 강신재 작품집≫ 오빠를 사랑한다 포기하면 일상의 평화, 추구하면 사회의 질책이 따른다. 강신재의 태도는 선명하다. 사랑에 죄의식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절망을 만나면? 공상이 시작된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
2532호 | 2015년 4월 9일 발행 방랑하는 천사의 집 조원규가 옮긴 안겔루스 질레지우스(Angelus Silesius)의 ≪방랑하는 천사(Der Cherubinische Wandersmann)≫ 기독교 신비주의 내가 죽고 신이 나의 생명이 되면? 나는 신이 된다. 죽음의 장소는? 순수한 무, 비장소의 장소 곧 사막이다. 세속과 육체의 모든 것이 사라진 시간, 인간의 본질이 나타난다. 그것은 신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
2528호 | 2015년 4월 7일 발행 초연만 325회,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이야기 이형식이 옮긴 조지 에이킨(George Aiken)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혹은 비천한 자들의 삶(Uncle Tom’s Cabin: Or Life of the Lowly)≫ 톰 아저씨, 미국의 정신 왜 도망치지 않는가? “나는 신뢰를 깨뜨린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예로 남겠는가? “내 것이 …
2526호 | 2015년 4월 6일 발행 분명히 일본 최고의 서사문학, ≪古事記≫ 강용자가 옮긴 오노 야스마로(太安萬侶)의 ≪고사기(古事記)≫ 일본인의 상상력 712년에 완성된 이 책에는 고대 일본의 세계관과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의 땅과 흙, 태양과 달, 바람과 불이 언제 어떤 연유로 태어났는지를 들을 수 있다. 해는 왼쪽, 달은 오른쪽에 있다고 한다. 이자나기가 …
2490호 | 2015년 3월 13일 발행 생의 번득이는 순간, 그 이후 박연옥이 엮은 ≪최상규 작품집≫ 생의 번득이는 순간, 그리고 그 이후 실존은 언제나 불안하다. 그 자신의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그래서 순간에 몰입한다. 그러나 순간은 순간일 뿐, 지나면 그 자리에서 역사를 만난다. 자 이제 …
2479호 | 2015년 3월 6일 발행 이봉지가 옮긴 볼테르의 ≪중국 고아≫ 이봉지가 옮긴 볼테르(Voltaire)의 ≪중국 고아(Orphelin de la Chine)≫ 사랑보다 큰 사랑 칭기즈칸은 이다메를 사랑했다. 이다메는 잠티와 결혼한다. 부부는 죽음 앞에 선다. 남편을 배신하면 부부는 산다. 그러나 사랑을 선택하면? 기적이 일어난다. 큰 사랑은 작은 사랑을 이긴다. 잠티: 아! 나와 함께 …
2464호 | 2015년 2월 25일 발행 브레히트의 빵집과 <연극을 위한 짧은 오르가논> 김창화가 옮긴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빵집(Der Brotladen)≫ 익숙한 것의 낯섦 매일 먹는 빵은 익숙하다. 여기서는 경찰이 사람을 죽이는 도구가 된다. 굳은 빵은 사람을 죽일 만큼 딱딱하다. 빵이 사람을 죽일 때 빵은 낯설다. 사실은 이것이 빵이다. 사람을 살리고 또 …
2440호 | 2015년 2월 9일 발행 아서 버거의 대중문화 비평 안내서 등장 아서 아사 버거(Arthur Asa Berger)가 쓰고 박웅진이 옮긴 <<대중문화 비평, 한 권으로 끝내기(Media Analysis Techniques)>> 간결한 비평 기술 박웅진은 미국에서 이 책으로 공부했다. 간결했다. 그 이후에도 이렇게 간결한 대중문화 비평 안내서는 만나지 못했다. 아서 버거는 학생들에게 스스로가 자기 …
2423호 | 2015년 1월 28일 발행 작가는 어디에 앉는가? 김재선이 옮긴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맨 끝줄 소년(El chico de la última fila)≫ 작가의 자리 그는 줄의 맨 끝에 앉은 학생이다. 모두를 볼 수 있지만 아무도 그를 볼 수 없다. 연극은 갈등에서 출발한다. 답을 찾는 배우처럼 관객은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작가는 …
2408호 | 2015년 1월 19일 발행 류정아가 발췌한 모스의 증여론 류정아가 뽑아 옮긴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증여론(Essai sur le don) 천줄읽기≫ 사회의 기원 주고 받고 인사한다. 스스로 한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답례가 없으면 전쟁이 시작된다. 인간은 창을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이익을 만들고 지킬 수 있었다. “폴리네시아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포틀래치 …
2405호 | 2015년 1월 16일 발행 정치에 복무하는 시 김옥수가 옮긴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의 ≪드라이든 시선(The Poems of John Dryden)≫ 시가 왜 정치에 복무하는가? 그에게 시인은 공공의 웅변가였다. 17세기 중반 영국에서 로마의 정치 안정과 문화 융성, 경제 번영을 꿈꾼다. 풍자시를 썼다. 반대 정파를 공격하는 무기였다. 정의의 여신의 귀환 이제 일련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