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7호 | 2015년 6월 29일 발행 수수께끼, 위대한 학습법 곽은희가 쓴 <<현대 수수께끼>> 서울시민이 한 마디씩 하면 뭐가 되나? 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천만의 말씀은 여론이고 권력이고 법이다. 현실의 힘을 가진 시민이다. 또는 그런 시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암시다. 수수께끼는 이종교배의 산파술이다. “수수께끼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다. 그중 ‘수소’를 뜻하는 …
2554호 | 2015년 4월 23일 발행 신플라톤주의 사랑, ≪가르실라소 시전집≫ 최낙원이 옮긴 가르실라소 데 라 베가(Garcilaso de la Vega)의 ≪가르실라소 시전집(Poesías de Garcilaso de la Vega)≫ 신플라톤주의 사랑 가르실라소는 인간을 사랑한다. 플라톤주의는 여인을 멀리하지만 신플라톤주의에서 여인의 육체는 영혼의 아름다움으로 발전된다. 이제 사랑은 천사의 자리에서 내려와 땅을 밟는다 소네트 23 장미와 …
2515호 | 2015년 3월 30일 발행 구니키다 돗포, 일본 정신의 근대를 열다. 인현진이 옮긴 구니키다 돗포(国木田独歩)의 ≪구니키다 돗포 단편집≫ 오로지 살아라 일본 근대 문학이 그에게서 출발한다. 세계의 리얼리티와 나 사이를 가로막은 것, 사이비 구체성의 포장지, 신화의 세계를 포장한 얇고 질긴 막이 찢어진다. 그다음은? 하늘의 해처럼 닥치는 대로 사는 것이다. “도미오카와 …
2344호 | 2014년 12월 5일 발행 낙타와 사자, 어린이가 되는 니체 강영계가 옮긴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 Nietzsche)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천줄읽기≫ 진정한 자유정신 낙타의 복종과 고행을 벗어나 사자의 자유를 얻지만 아직은 허무에 불과하다. 아직 새로운 가치는 없다. 아이는 순결과 망각으로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한다. 이제 인간은 진정한 자유정신이 …
플루서의 미디어 현상학과 디지털 계몽주의 김성재가 쓴 <<플루서, 미디어 현상학>> 디지털 코드의 계몽 그림이 문자에 깨지고 문자는 비트에 깨진다. 공간은 선이 되고 선은 평면이 된다. 디지털 코드는 역사를 비트로 붕괴시키고 다시 조합한다. 기구 전체주의가 허물어지고 호모 루덴스가 인간이기를 주장한다. “인간이 문자 텍스트를 통해 계몽에 성공하기까지는 300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
지금을 그리는 그때의 마법 분필 김윤미·윤종욱이 옮긴 군델 마텐클로트(Gundel Mattenklott)의 ≪마법 분필(Zauberkreide)≫ 유년의 관념 나의 어린 시절이란 무엇인가? 그때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지향이 만나는 점에서 우리 유년의 이름은 결정된다. 무엇이 될까, 그때의 일은. “낙서로 그린 인간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며,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작은 문을 만들어 열어 주고, 전화와 할머니와 …
스크린으로 간 문학 4. ≪노생거 사원≫ 이미애가 옮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 어쩌면 제인 오스틴 최고 작품 사원은 고색창연할까? 미지의 과거가 잠들어 있을까? 그러나 이곳은 밝고 깔끔하다. 주인공은 이성으로 행동하고 감상소설의 기대는 무너진다. 오스틴은 뭘 쓴 걸까? 유행을 부정해 유행을 앞서 간다. 헨리가 지금은 진심으로 그녀에게 애정을 느끼고 …
새 문화 상품, 공간형 콘텐츠 태지호가 쓴 <<공간형 콘텐츠>> 공간이 미디어다 그곳이 아니면 안 되는 경험, 그때가 아니면 안 되는 느낌. 소비자를 깊이 끌어들이고 갈등하게 만들고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문화 콘텐츠. 여기서 미디어는 바로 그때, 그곳이다. 공간형 콘텐츠는 대중문화이고 문화 산업의 한 범주다. 기획과 개발에서 문화적 소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문화 콘텐츠의 …
5월의 신간. 스페인의 중세와 연극의 기능 안영옥이 쓴 ≪스페인 중세극≫ 후글라르는 누구일까? 14세기 스페인에 떠돌이 가수들이 있었다. 점잖은 사람들은 그들이 분장을 하고 해로운 짓을 한다고 비난했다. 후글라르다. 광대 익살꾼이고 연극인이며 문화 확산자이자 살아 있는 책이었다. 중세 후기로 들어오면서 신성극은 예수에 대한 경배와 예배에 중요성을 두면서 예수 탄생이나 수난에 대한 신비를 …
최영재가 짓고 황혜순이 해설한 ≪최영재 동화선집≫ 자수해 흉악범 또는 간첩에게나 권하는 이 단어가 동화에 등장하긴 쉽지 않다. 놀란 상대에게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수해, 자, 악수하자고.” 웃고 말 이야기라고? 웃기가 쉬운가? “5백 년이었어요.” “과학이 무척 발달하여 살기가 편하였지?” “아니어요.” 달구의 대답에 팽 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럼, 원시시대가 살기에 더 재미있더냐?” “그것도 …
정헌이 쓴 <<영화 역사와 미학>> 기계가 싫었던 기계 영화는 기계 예술이다. 촬영기로 담고 영사기로 뿌린다. 전기에 의해 빠르게 바뀌는 정지 화면의 잔영일 뿐이다. 그런데 왜 영화는 기계의 시대를 비판했을까? 왜 아버지를 저주하는 탕아가 되었을까? 내일의 영화는 어제의 영혼에서 새롭게 자라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이 책의 기획은 ‘21세기 영화’의 미학적 …
김지홍이 옮긴 유희의 <<언문지(諺文志)>> 만든 글자와 만들어진 글자 한글 아는 아 소리만 난다. 영어 에이는 아 소리도 나고 어 소리도 나고 에 소리도 난다. 기역과 키읔과 쌍기역은 한눈에 같은 자다. 지와 케이는 전혀 다르다. 매우 매우 드물게, 한글은 만든 글자다.
하이너 뮐러(Heiner Muller)의 ≪뮐러 산문선(Prosa von Heiner Muller)≫ 말과 행동 사이 하이너 뮐러는 그의 산문선에서 희곡과 산문의 이종 교배를 시도한다. 전통이 해체된 그 자리는 이질과 상징이 차지하고 관습을 잃은 독자와 관객은 존재와 세계에 대해 더욱더 깊이 빠져든다. 야경화(夜景畵, Nachtstück) 무대 위에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사람보다 훨씬 키가 크며 …
게임 예술 뉴미디어 신간 ≪뉴미디어 아트와 게임 예술≫ 게임처럼 예술, 예술처럼 게임 유원준은 뉴미디어에서 벌어지는 예술 행위와 게임에서 성장하는 예술 요소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음을 발견한다. ≪뉴미디어 아트와 게임 예술≫은 예술과 게임의 거울 관계를 더듬기 시작했다. 모든 게임이 예술과 관련이 있는가? 아니다. 예술 작품에 사용되는 전략으로부터 게임의 구성 요소, 접근 …
지만지 한국시문학선집 신간 <<초판본 임영조 시선>> 기대지 마라 성실한 직장인 임영조는 벽 보고 자리한 지 백일만에 말한다. “이제 알겠다, 내가 벽이다.” 돌아서면 내 등이 너의 벽이 되고 너의 등이 나의 벽이 되므로 들어갈 문도, 나설 문도 없다는 사실. 한 평생 제 영혼을 헹구며 살았다는 한 인간의 홀로서기, 기대지 않는 삶의 …
아방가르드, 실험영화, 영국 예술영화 신간 <<실험영화와 비디오의 역사: 정통 아방가르드부터 현대 영국 예술의 실천까지 A History of Experimental Film and Video>> 아방가르드 또는 현재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 뭔지 모를 이미지, 막연함, 분명치 않은 피사체, 다 보기도 전에 지나가는 장면, 듣기 괴로운 소리 또는 침묵은 우리가 아방가르드 영화를 볼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