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이 엮은 ≪초판본 허준 소설선≫ 허준은 이북에 왜 갔을까? 서울에 내려온 그는 백철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여튼 난장판이에요. 더구나 문학다운 것은 할 생각도 말아야 해요!” 문학이 아니라면 그 많은 문학인들은 무엇을 위해 북으로 갔을까?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회령에서는 정거장이 전체적으로 폭격을 받아서 어느 모양으로 어떤 건축이 서 있었던 것인가를 조금도 분간하여 …
홍명신이 쓴 <<노인과 미디어>> 시간 지식 돈이 많은 건강한 사람들 미디어가 노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평생 모은 돈을 가진 새로운 구매력의 등장이다. 누구나 책 한 권 쓸 만한 경험을 가진 이 새로운 세대에서 지금 세계는 미래를 본다. 디멘시아와 알츠하이머를 커뮤니케이션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뭔가? 사람은 직전에 했던 일, 가족과 나눈 …
김미란이 옮긴 외된 폰 호르바트(Ödön von Horváth)의 ≪우왕좌왕(Hin und her)≫ 여기도 저기도 아니라면? 다리 위에 남자가 있다. 살던 나라에서 쫒겨나고 태어난 나라에서 거부된다. 그는 갈 곳이 없다. 영원히 길 위에 서 있을 뿐이다. (밤이 되었다. 하블리체크가 다시 나타난다. 그는 콘스탄틴이 들고 있는 권총을 보고 즉시 “손들어!” 자세를 취한다.) 콘스탄틴: (이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Андрей Платонов)가 쓰고 송정수가 옮긴 <<행복한 모스크바(Счастливая Москва)>> 플라토노프를 번역한다는 것 단어는 무겁고 두텁다. 이 단어의 어디쯤에서 생각을 멈출 것인가? 문장은 길고 구와 절이 꼬리를 문다. 문장의 상호 간섭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이 사람을 번역하는 것이 가능한가? 송정수는 이 작가의 이 작품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아니, 난 알아. 너 같은 …
김정아가 뽑아 옮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의 ≪악령(Бесы) 천줄읽기≫ 모두 사랑하고 모두 굴복했으나 스타브로긴은 파멸한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어떤 것, 사랑이 없는 힘의 모습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없었던 완벽한 카리스마는 끝없이 표류할 뿐 세상에 뿌리박지 못한다. 진실로 위대한 국민은 결코 이류 인류의 역할에 만족할 수 없으며, 일류라 하더라도 …
일본 소설 소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 芥川龍之介 短篇集>> 너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는 돌아가겠다고 소리친다. 소설 <갓파>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지금까지 들어온 길을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돌아갔을까? 돌아갈 곳은 있었을까? 검은 한 점으로만 보이는 처음을 바라보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나갈 수 있는 길은 …
한국 시, 모더니즘 신간 <<초판본 김기림 시선>> 김기림이 이상에게 1930년대의 세계는 근대 문명에 대한 감수성과 역사 발전에 대한 희망으로 명랑했다. 청년의 시대였으나 김기림과 이상의 세계는 망국 조선의 현실 앞에 암울해진다. 찬란한 제국의 빛과 식민지의 깊은 그늘은 마주 보며 질주하는 두 대의 기관차, 충돌은 한 시인의 죽음과 또 다른 시인의 애도를 …
중국시, 당시 신간 <<두순학 시선>> 망하는 나라의 시인 열 살부터 두순학은 열심히 공부했다. 과거 급제가 목표였다. 입신양명을 꿈꿨다. 서른두 살부터 도전했지만 합격은 마흔다섯 살이었다. 당나라는 끝을 보고 있었고 관직은 돈으로 거래되었는데 돈은 민중의 산물이므로 세상은 찢어지고 있었다. 망하는 나라의 입신양명은 무슨 뜻이 있을까? 시인은 연민한다. 두순학은? 당나라 말기 혼란한 시대에 …
중국시 신간, ≪왕안석 시선≫ 일창이삼탄 시 한 수 잡아 들고 소리 내어 읊다보면 “아!” 소리가 세 번 나온다는 말이 “一唱而三歎”이다. 왕안석이 자연을 묘사한 서정시가 바로 그랬다고 한다. 맘 편히 한 시절 살다 간 인물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시대를 앞선 정치사상과 실천력으로 소인배, 간신배, 나라 망친 자로 낙인찍혔다. 바로 조선의 …
저자와 출판사 8. 정인석 (주)미디어클라우트 대표 귀인을 만난 뒤 정인석은 광고 미디어 컨설턴트다. 지난 20년 동안 출판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2년 전 커뮤니케이션북스와 만난 뒤 무려 3권의 신간을 출간하게 되었다. 한번 불붙은 그의 저작 욕구는 지금도 맹렬하게 불꽃을 날린다. 저자와 출판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일을 하는가? 미디어 관련 컨설팅을 …
대만 문학 특선 2. <<혼수로 받은 수레>> 그들의 고단한 삶 오래전부터 다양한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명나라 말기에 복건성 사람들이 건너와 자리를 잡으면서 중국 땅이 되었다. 청나라가 전쟁에 지자 일본 땅이 되었고 50년이 지나서야 해방되었는데 그 뒤를 국민당 군대가 이었다. 그들은 주민을 억압했고 견디지 못한 타이완 사람들이 저항을 시작하자 더 많은 …
방송이 달달할 때 국민은 씁쓸하다. 그럼 방송인은? <무도>와 <해품달>을 다시 보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방송이 왜 이래? 뉴스도 문제고, 드라마도 문제고, 예능도 문제고, 사장도 문제고, 노조도 문제고, 이제 종편까지 문제다. 말은 많지만 결론은 드물다. 왜? 방송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효성은 전체를 본다. 방송의 전모가 드러난다. 방송, 권력과 대중의 커뮤니케이션 | …
이상은 무엇을 내뱉었는가? 詩第九號 銃口 每日가치列風이불드니드듸여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닷는다. 恍惚한指紋골작이로내땀내가숨여드자마자 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내消化器官에묵직한銃身을늣기고내담으른입에맥근맥근환銃口를늣긴다. 그리드니나는銃쏘으듯키눈을감이며한방銃彈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여배앗헛드냐. 1934년 8월 3일 ≪조선중앙일보≫에 실린 이상의 시. 수입된 근대 속에서 근대 이후를 겨냥했던 그의 의식은 근대의 부재로 말미암아 먼지처럼 산란되었다. ≪이상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