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땅 사람들의 이야기 1017편 1월 기온 영하 14도에서 영하 48도. ‘잠자는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 제정러시아의 유형지. 춥고 척박한 그곳에도 사람이 살았고, 북국의 수많은 밤을 노래와 이야기로 견뎌냈다. 지만지가 국내 처음으로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민담, 신화, 전설을 집대성한 설화집을 펴낸다. 43개 부족, 1017편의 이야기다. 1차로 11개 부족의 이야기 297편을 선보인다. …
일본인의 사랑과 성 우리에게 일본인의 사랑법과 성 문화는 유별나 보인다. 낭만보다는 엽기에 가깝다. 그 원조가 일본 문학의 대표적인 호색남 히카루겐지와 요노스케다. 그들의 쾌락을 마음에 품고 일본인은 힘겹고 덧없는 세월을 건너왔다. 그토록 화려했던 벚꽃이 속절없이 떨어질 때 사랑과 욕정, 낭만과 엽기의 구분은 부질없다. 호색일대남 주인공 요노스케는 7세에 이성에 눈을 떠 …
디지털 잡담에 대한 역사 의식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만드는 이야기는 잡담이다. 흥미롭고 자상하고 짜릿하지만 그곳에서 세상은 단순해지고 곧 평평해진다. 1300년 전에 기록된 서양 중세의 이야기는 전설 같은 일들과 믿기 어려운 사건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1300년이 지난 오늘 서양의 과거를 이토록 정확하게 되살리는 자료는 없다. 오늘 우리가 찍어 대는 소셜 미디어의 이야기, 그 …
영화와 연극의 거짓말 영화에 실재는 없다. 우리가 울고 웃는 이유는 미장센 때문이다. 잡동사니와 풍경의 이미지와 이야기는 눈, 또는 뇌를 속인다. 1973년 초연된 연극 에서 청년은 마구간에 들어가 말들의 눈을 흉기로 찌른다. 이것은 실제 사건이었고 지방 관리와 판사는 충격에 휩싸인다. 말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미장센 영화를 …
치과 기구는 스페인 이단 심문에서 쓰인, 순종하지 않던 런던탑의 죄수들에게 사용된 기구의 축소판이다. 몽키 렌치, 강판, 파일, 정, 큰 칼, 곡괭이, 압착기, 드릴, 단도, 작은 지레, 펀치, 끌, 펜치, 물건을 잡을 수 있고 팔딱거리는 끝을 가진 긴 탐침기는 욱신거리는 치아의 뿌리로 들어가 내면 의식으로부터 비명을 끌어낸다. 노고를 아끼지 않는 치과의사가 …
3D 입체영상 기술은 영화제작 과정이 디지털화하면서 더욱 미세하고 정교한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기술의 고품질화는 관객에게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시각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영상을 구현하면서 관람의 쾌적성에 기여했다. 그러나 극장에서 안경을 착용하고 관람해야 하는 불편함은 관객에게 여전한 불만거리다. ‘기술과 영화의 진화, 퓨처시네마’, ≪퓨처시네마≫, x쪽. 관객의 불만이 …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했지만) 두세 번,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기도했다. 이번 단 한 번만 하느님께서 목숨을 구해 주시면 앞으로 내 인생을 바르게 살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앞으로는 독신으로 덕성스럽게 살고 내가 죄악으로 얻은 재물은 자선과 선행에 쓰겠다고 생각했다. ≪행운의 여인 록새너≫, 대니얼 디포 지음, 김성균 옮김, 219쪽 ‘나’는 …
만약 우리의 현자들이 그렇게 하듯 결혼 상태가 초래하는 불편함을 미리 계산해 본다면 어떤 사람이 결혼이라는 멍에에 자기 목을 들이밀지 묻고 싶다. 또한 아이를 낳는 데 얼마나 위험이 따르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깊이 생각해 본다면, 어떤 여자가 남자한테 가려 하겠는가? 여러분은 결혼에서 생명을 얻어 내듯, 내 하녀인 ‘경솔’에게서 …
2675호 | 2015년 7월 9일 발행 온정균이 본 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이지운이 옮긴 ≪온정균 사선≫ 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아침 햇살이 침상 곁 병풍에 빛난다. 천천히 화장하고 머리를 빗는다. 꽃을 꽂고 거울에 비춰 본다. 예쁘다. 옷을 입는데 수놓은 새 한 쌍이 눈에 띈다. 쌍쌍이 금빛 자고새. 小山重叠金明滅 병풍에 그려진 작은 산에는 …
2614호 | 2015년 6월 1일 발행 루마니아의 건축 마스터, 마놀레의 비극 임재일이 옮긴 루치안 블라가(Lucian Blaga)의 ≪건축 마스터 마놀레(Meșterul Manole)≫ 둘 다 가질 순 없다 건축가는 명작을 꿈꾼다. 땅은 허락하지 않는다. 벽은 밤마다 무너진다.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과 아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 둘 다 가질 순 없는가? 총독: …
2607호 | 2015년 5월 27일 발행 남자의 오만, 여자의 편견 이미애가 뽑아 옮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천줄읽기≫ 남자의 오만, 여자의 편견 남자는 너그럽고 여자는 발랄했다. 첫눈에 여자는 그저 그랬고 남자는 무례했다. 젊음의 순수함과 사랑의 열정이 없었다면 둘은 영원히 오만과 편견을 벗어날 수 없었다. “가문도, 인척도, 재산도 …
2539호 | 2015년 4월 14일 발행 러시아, 유럽의 미래 이혜승이 뽑아 옮긴 니콜라이 다닐렙스키(Николай Я. Данилевский)의 <<러시아와 유럽(Россия и Европа)>> 천년 대국의 잠재력 유럽의 변방, 동토의 제국, 신비의 대지, 곧 러시아의 이미지다. 다닐렙스키는 이곳에서 인류의 미래를 발견한다. 뛰어난 정치 능력과 안정된 사회경제 체제를 지적한다. 그에게 러시아는 유럽의 미래였다. 슬라브 문화의 …
2500호 | 2015년 3월 20일 발행 영화감독의 길 송낙원이 쓴 <<영화 연출>> 영화감독의 키워드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이 볼 수 있게 만들어 많이 보게 만든다. 이것이 영화감독의 일이다. 송낙원이 추천하는 감독의 좌우명은 간단하다. 완성하라. 그러면 당신은 영화감독이다. “감독의 아이디어가 이야기로 발전한다.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이 전개된다. 이야기는 완결된 구조를 갖는다. 그것을 관객이 …
2492호 | 2015년 3월 16일 발행 이명천과 김요한이 쓴 <<광고 핵심 이론>> 광고, 우리가 모르는 학습 활동 광고가 뭐라 하든 안 보면 그만이다. 보더라도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소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광고의 생각은 다르다. 안 볼 수 없게 만들고 믿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 …
2446호 | 2015년 2월 12일 발행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설득 김정현이 쓴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활용>>(2015년 개정판)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설득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확 달라졌다. 이론은 어떤가? 현실을 따라잡고 있는가? 김정현은 2015년판으로 개정하면서 변화에 주목했다.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했다. 2009년에 …
2432호 | 2015년 2월 3일 발행 제인 오스틴의 설득 이미애가 옮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설득(Persuasion)≫ 오스틴의 가을 오만과 편견이 봄날의 하루였다면 설득은 가을의 애상이다. 쉽게 단정하지 않고 거침없이 비판하지 않게 되었다. 젊음을 내준 자리에 자기 성찰의 거울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지 8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