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가 엮은 ≪강소천 동화선집≫ 당신의 꿈을 찍는 방법 하얀 종이 한 장을 준비하세요. 만나고 싶은 이와 지난날의 추억 한 토막을 파란 잉크로 쓰세요. 가슴에 얹고 두 손으로 포개 안고 눈을 감으세요. 깊이 잠드세요. 눈을 떴을 때 하얀 종이는 당신의 꿈을 보여 드립니다. 꿈을 찍으시려는 분들에게! 이렇게 멀리서 찾아오신 손님에게 먼저 …
임혜영이 옮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Пастернак)의 ≪스펙토르스키 / 이야기(Спекторский / Повесть)≫ 인간은 어떻게 전체가 되는가? 사회와 개인은 동등하다. 역사와 일상도 동등하다. 전체는 사소한 모든 것의 관계다. 인간이 큰 것과 작은 것에 똑같이 관계할 때 그의 전체성이 시작된다. 그는 존재가 비존재와 가장 뚜렷이 구별되는 점은 살아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보았다. 오직 한순간에만 …
엄창호가 옮긴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 기호학이 마케팅을 살린다 시장조사는 이성 논리지만 소비 행동은 직관 판단이다. 시장조사가 돈만 잡아먹는 멍청이로 비판되는 이유다. 오즈월드는 이항대립에서 출발해 코드와 구조를 거쳐 브랜드 지형에 도달한다. 마케팅에 필요한 기호학의 역동적이고 변증법적 특징을 만날 수 있다. 마케팅에 기호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딩이고, 브랜드란 소비자의 …
노승욱이 엮은 ≪초판본 박목월 시선≫ 경상도 사투리는 풀 냄새가 나고 이슬 냄새도 섞였고 황토 흙 타는 냄새도 난다. 고향 떠난 도시 일상이 굴욕과 굶주림과 추위의 나날일 때도 고향 말은 누룽지 냄새처럼 일상을 보듬는다. 그 무뚝뚝한 악센트로 동생이 그를 부르면 시인은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고 한다. 사투리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의 <<고티에 환상 단편집(Récits fantastiques de Gautier)>> 존재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사물은 끝없이 변하지만 기억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실이 인식의 세계상이고 오늘이 기억의 내일이라면 불멸의 존재는 오직 기억에만 실재한다. 환상은 기억의 미래형이다. 사실, 어떤 것도 죽지 않고, 모든 것은 영원히 존재한다. 어떤 힘도 한 번 존재했던 것을 사라지게 …
한창완과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콘텐츠로 먹고 살 수 있나? 창조경제의 성패는 저작권 관리에 달렸다는 것이 한창완의 주장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역동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지만 그것도 생존 조건 위에서만 작품이 되고 문화가 되고 경제가 되기 때문이다. 창조자들, 지금 먹고 살 수 있나? 창조경제는 무엇인가?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하여 일자리 …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의 ≪화염(Incendies)≫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 곡물 방화를 우물 파괴로 갚자 잠자던 분노는 번식을 시작한다. 우물은 집을 요구하고 집은 생명을 요구하고 생명은 순결을 요구하고 순결은 교수형을 요구한다. 한번 눈뜬 인간의 동물성은 증식의 속도를 늦출 줄 모른다. 그것이 행복의 기억을 만날 때까지는. 의사 전쟁 때문입니다. 사우다 무슨 전쟁이오? 의사 …
해방 후 60년대까지 한국동화 특선, 조대현의 <종이꽃> 엄마가 제일 좋아하실 물건이 뭘까? 옳지. 고무신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만 오면 신이 새어 흙탕 발 신세를 면치 못하는 엄마에게 고무신 한 켤레를 사 드리면 아마 너무 좋아서 입이 함박꽃처럼 벌어지실 것입니다. 정이는 종이꽃을 만듭니다. 100개를 만들어 팔면 엄마 생일 선물을 살 수 …
이용근의 <<근린주구론, 도시는 어떻게 오늘의 도시가 되었나?>> 인간은 어디서 사는가? 초등학교와 가까운 상점 그리고 작은 공원과 놀이터가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1970년대에 시작된 우리 나라 아파트 단지의 설계 이념도 이 주장을 따랐다. 투기와 학군만 아니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근린주구론’이란 무엇인가? 1929년 미국의 클래런스 페리가 제안한 주택지 커뮤니티 계획에 관한 이론이다. 커뮤니티의 …
강영계의 ≪도덕의 계보학: 하나의 논박서(Zur Genealogie der Moral: Eine Streitschrift) 천줄읽기≫ 선과 악의 정체가 무엇일까? 그런 것이 원래 있지는 않았다.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은 인간의 본원이므로 이상할 것이 없다. 자연스러운 감정이 무서운 이데올로기로 변신한 데는 기독교 사제의 마술이 숨어 있다. 니체의 설명은 통쾌하다. 도덕적 가치의 비판이 필요하다. 이 가치들의 가치 …
정숙의 ≪드라마의 분산·집중·몰입 전략≫과 ≪구성·예능·다큐와 라디오 전략≫ 대박과 쪽박의 갈림길 대박은 비속어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분초의 시청률을 다투는 방송은 대박종교집단이다. 그러나 무엇으로 은혜를 얻을 것인가? 쪽박을 면하기 위해 어떤 면죄부를 사야 하는가? 정숙은 답을 알고 있다. 방송 콘텐츠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라는 콘텐츠를 수용 대상과 매체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시도하는 …
김충영의 ≪일본 전통극의 이해≫ 느릿느릿 마음이 풀어지고 김충영은 일본 전통극 ‘노’를 구경한다. 들릴 듯 말 듯한 대사에 한없이 느린 동작을 보노라면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두 시간 남짓 그러나 공연장을 빠져나올 때의 개운함이란! 뭉친 마음이 풀리면 그곳에 일본 전통극이 있었다. 일본 왕실의 조상신이며 태양의 여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는 남동생 스사노오노미코토(素戔嗚命)의 난폭한 장난질에 화가 …
탕크레트 도르스트(Tankred Dorst) 의 ≪검은 윤곽(Die Schattenlinie)≫ 연극은 인간을 어떻게 구원하는가? 늘 그런 듯하지만 언제나 달라지고 있다. 변화는 존재가 아니지만 존재는 변한다. 어제의 존재와 내일의 존재 사이에서 현대는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연극이 대답한다. 질문하라. 우리는 누구인가? 도대체 주변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온 세상이 비명으로 가득 차 있다. 벽은 …
우리말로 쓴 최초의 노래집 조선은 무엇을 들었나? 1493년 성종은 당대의 음악을 정리해 출판하라 명한다. 성현이 유자광 등과 노랫말을 모으고 당대 음악 이론을 정리한다. 지만지의 천줄읽기는 노랫말을 모아 한국인에게 전한다. 600년 전 우리는 무엇을 부르고 들었을까? 전강 신라의 태평성대 빛나는 태평성대 천하가 태평한 것은 나후(羅侯)의 덕 처용아비여 이로써 사람들이 말을 아끼게 …
하이너 뮐러(Heiner Muller)의 ≪뮐러 산문선(Prosa von Heiner Muller)≫ 말과 행동 사이 하이너 뮐러는 그의 산문선에서 희곡과 산문의 이종 교배를 시도한다. 전통이 해체된 그 자리는 이질과 상징이 차지하고 관습을 잃은 독자와 관객은 존재와 세계에 대해 더욱더 깊이 빠져든다. 야경화(夜景畵, Nachtstück) 무대 위에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사람보다 훨씬 키가 크며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햄릿(Hamlet) 우리 인간의 영원한 갈등 저질러? 그러고 죽는다, 잠든다. 잠들 뿐이다. 그럼 꿈을 꾸겠지. 아, 그게 문제로구나.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말아? 그러고 죽으면 잠들고 꿈꾸고 아, 그게 문제로구나 햄릿:참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이 포악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