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0호 | 2015년 1월 7일 발행 러시아 삶의 백과사전 겨울밤에 3. 박미령이 옮긴 타티야나 톨스타야(Татьяна Толстая)의 ≪키시(Кысь)≫ 당대 러시아 삶의 백과사전 ≪키시≫는 1986년부터 15년 동안 쓴 톨스타야의 첫 장편이다. 키시가 뭔가? 상상의 존재다. 인간의 등을 으드득 물어뜯는 어둠 속의 짐승이다. 그를 만난 사람은 혼을 빼앗긴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런 숲에 …
2378호 | 2014년 12월 27일 발행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한 나무여, 그대의 가지들은 그 푸르렀던 행복을 결코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북풍은 진눈깨비 휘파람으로 그들을 망쳐 놓을 수 없고, 얼었다 녹는 물이 황금기의 꽃봉오리를 다시 붙이는 일도 없구나.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한 …
2368호 | 2014년 12월 22일 발행 부길만의 에센스 한국 출판사 부길만이 쓴 <<한국 출판 역사>> 전집의 전성시대 책이 귀한 시절에 전집은 출판의 왕이 되었다. 지식 갈증을 식혀 주었고 주머니 사정도 살펴 주었다. 책은 먼저 받고 돈은 뒤에 내고. 유혹이지만 책이었으니! “1960년대 출판 시장은 전집 출판이 주도했다. 그 출발은 1958년 학원사의 …
2363호 | 2014년 12월 18일 발행 확 달라진 마케팅 철학과 기법 1/2 홍장선이 쓴 <<세일즈 프로모션 방안>> 마케팅이 달라졌어요 판매가 아닙니다. 설득도 아닙니다. 우리 편을 만드는 겁니다. 고객을 기업의 간접 구성원으로 만들어 파생가치 생산자로 발전시키는 겁니다. “마케팅을 단순히 셀링(selling)의 의미로 인식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편익을 제공하고, …
2361호 | 2014년 12월 17일 발행 미디어 아트의 뿌리부터 꽃까지 정동암이 쓴 <<미디어 아트>> 메시지와 분리되지 않는 미디어 예술 작품은 독립된 오브제이고 메시지는 그로부터 발산되는 오리지널리티를 담보한다. 메시지를 실어 나르던 미디어가 그것과 한 몸이 될 때 기능은 존재가 되고 존재는 예술이 된다. “미디어 아트는 아직 완성된 예술이 아니다. 미디어 아트의 …
2358호 | 2014년 12월 16일 발행 왕궈웨이의 ≪정암 문집≫ 류창교가 옮긴 왕궈웨이(王國維)의 ≪정암 문집(靜庵文集)≫ 틀리지 않은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큰 악은 이성의 부족 때문이 아니다. 둘은 친구이며 적이고 초면의 관계이기도 하다. 왕궈웨이는 앎과 함의 관계를 관찰한다. 동양과 서양의 지식이 만나 근대의 문을 연다.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의 교훈을 따라 자신의 …
2358호 | 2014년 13월 12일 발행 민중의 입과 ≪중국의 장벽≫ 김창화가 옮긴 막스 프리슈(Max Frisch)의 ≪중국의 장벽(Die Chinesische Mauer)≫ 민꿔는 누구인가? 백성의 소리가 이름의 뜻이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황제는 용의자를 잡아 심문한다. 그는 자신을 부정한다. 고문이 시작된다. 현대인은 바라만 본다. 폭도가 닥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현대인: 그만하십시오, 각하, …
2355호 | 2014년 12월 12일 발행 한국전쟁과 오상원의 미시세계 세계 인권의 날 특집 5. 유승환이 엮은 ≪오상원 작품집≫ 죽음조차도 무의미한 세계 나는 인간 본연의 자세를 지키기 위해 전향을 거부한다. 사형대에 섰다. 총알이 몸을 지나갔다. 의식은 점점 어두워 간다. 그들은 돌아갔다. 난롯가에서 담배 연기가 부산하게 피어오른다. 그것이 전부였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
2352호 | 2014년 12월 11일 발행 판매와 소통, 뭐가 더 이익인가? 송기인이 쓴 <<커뮤니케이션 광고 기획 방법>> 광고는 판매인가, 소통인가? 마케팅의 관점에서 광고는 판매를 위한 한 가지 도구다. 소통의 관점에서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바꾸는 과정이다. 어느 것이 더 광고에 가까운가? 어느 것이 더 우리에게 이익인가? “광고학자 오조는 광고를 마케팅의 도구라는 …
2353호 | 2014년 12월 11일 발행 찻집에서 일어난 동양의 기적 세계인권선언일 특집 4. 신진호가 옮긴 라오서(老舍)의 <<찻집(茶館)>> 동양의 기적 조정의 부패와 제국주의 침략, 군벌 혼전, 국민당의 썩은 통치와 백성의 고통이 찻집에 등장한다. 세 노인이 세 시대를 살며 중국의 과거와 미래를 연기한다. 동양의 놀라운 함축성에 서양이 놀랐다. 친중이: 주인장 계시오? 창 …
조선 남성의 우상 신해진이 옮긴 ≪장풍운전(張豐雲傳)≫ 조선조의 대중 캐릭터 장풍운은 풍운의 남자다. 늦게 태어나 부모와 헤어지고 도적 떼를 만난다. 그러더니 귀인을 만나고 장원급제하여 큰 공을 세운 뒤 세 부인과 두 첩을 얻는다. 이 모든 것이 팔자소관이라. “7년 전, 두우성이 금릉(金陵)이란 곳을 비춰서 ‘기이한 영웅이 나리라’ 했더니, 상공께 태어났구려. 귀한 아드님의 …
고독한 영웅의 노래, 송용준이 옮긴 진자앙(陳子昻)의 ≪진자앙 시선(陳子昻 詩選)≫ 멀리 보니 눈물이 흘러 다락에 올라 천지를 본다. 우주는 가없는데 인간은 너무 작다. 역사는 끝없는데 인생은 순간이다. 영웅의 뜻을 품었으나 외톨이 시인이 되었다. 登幽州臺歌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 유주의 누대에 올라 앞으로는 옛사람이 보이지 않고 뒤로는 올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천지의 …
마리 퀴리의 ≪방사성 물질≫ 출간 박민아가 옮긴 마리 퀴리(Marie Curie)의 ≪방사성 물질(Radio-active Substances)≫ 물질의 발견 처음엔 빛인 줄 알았다. 그러나 빛을 내는 라듐은 물질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물질. 마리 퀴리는 그것의 무게를 계산한다. 빼고 빼고 또 빼서 물질을 발견한다. “이 연구는 명백하게 알려져 있는 원소들에 매우 신기한 특성을 지닌 …
방송의 미래를 만든 열 사람 김우룡과 김해영이 쓴 <<세계 방송의 거인들>> 방송을 만든 열 사람 사람들이, 사람들을 위해, 사람들을 재료로 만드는 것이 방송이다. 그들은 방송 기술을 발견하고 발명하고 그것의 제도를 만들었다. 미래의 방송도 그들 손에 있다. “이 책은 세계 방송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열 명의 위대한 인물을 다룬다. 오늘날 우리가 …
박정호가 옮긴 카렐 코지크(Karel Kosík)의 ≪ 구체성의 변증법: 인간과 세계의 문제에 대한 연구(Die Dialektik des Konkreten: eine Studie zur Problematik des Menschen und der Welt)≫ 인간, 그리고 세계의 방법론 사물과 사실, 실재와 관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는가? 있다. 그러나 직관이나 계산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로지 철학과 과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만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