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 특집 4. 나는 어떻게 서울 사람이 되었나? 한국방송학회가 엮고 전규찬·이희은·황인성·주형일·김수미·이경숙·오원환·채석진·정의철·박지훈이 쓴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 근대화의 자식들 근대는 전근대를 낳는다. 중앙은 주변을 만들고 주체는 타자를 생산하며 다수자는 소수자를 지정한다. 서울은 지방을 만들고 지방은 서울을 만들었다. 다수자가 되기를 욕망하는 사람들은 다수자의 공간에서 살고자 한다. 그들에게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
문화연구 특집 3. 게임을 오래 하면 어떻게 될까? 강지웅·권오태·김상우·김성윤·맹기돈·박근서·양기민·유원준·윤태진·이동연·최남도가 함께 쓴 <<게임과 문화연구>> 중독될까, 극복할까? 게임 연구는 중독 담론과 산업 담론이 주도했지만 인간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문화연구 방법이 게임을 만지면서 연구의 내용이 달라졌다. 게임이 게임을 사유하기 시작했다. 사진과 영화가 던졌던 충격은 그래도 예술과 문화의 영역에 한정됐다. 게임은 그보다 넓고 …
안동진이 옮긴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 Чехов)의 ≪체호프 아동 소설선(Детские рассказы А. Чехова)≫ 러시아 문학과 작가의 특수성 그곳에서 문학은 모든 인문학과 같은 말이다. 그곳에서 작가란 사상의 실천가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문학의 창조자, 사상의 실천가 그리고 사회의 변혁가였다. “비가 오기 시작하는군!” 뼈가 앙상한 맨발로 먼지를 풀썩풀썩 일으키면서 제화공이 중얼거렸다. “페클라 오빠한테는 다행이야. …
김성기가 옮긴 이온 크레안거(Ion Creangă)의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시어머니와 세 며느리(Povestea lui Harap Alb/Soacra cu trei nurori)≫ 민담의 힘 말로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하다. 과격하게 단순해서 글로 전하면 끔찍하고 의아하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오래 산 사람들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주인님,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모르시지요. 날아갈 것 …
이재희가 옮긴 조르주 상드(George Sand)의 ≪소녀 파데트(La petite fadette)≫ 사랑은 삶이 아니다 삶은 선택이다. 살기 위해 좋은 것과 나쁜 것, 큰 것과 작은 것, 아름다운 것과 더러운 것을 고른다. 사랑은 고르지 않으므로 버리지 않는다. 사랑은 전부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창조물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장소란 하나도 없는 법이야, …
조윤형이 옮긴 ≪채봉감별곡≫ 은근한 정을 참지 못하여 필성은 편지를 띄우고 채봉은 수려한 인물에 반한다. 출세에 눈먼 아비를 제쳐 버리고 사랑의 탈주, 기생으로 전락, 기묘한 계책, 구원의 반전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근대미 물씬한 조선조의 러브 스토리를 즐겨 보시라. 취향이가 손에 수건을 들고 앞으로 들어오며, “참, 세상에 희한한 일도 있지요.” 채봉이 이 소리를 …
임규정이 옮긴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A. Kierkegaard)의 ≪직접적이며 에로틱한 단계들 또는 음악적이고 에로틱한 것(De Umiddelbare Erotiske Stadier eller det Musikalsk-Erotiske) 천줄읽기≫ 모차르트에서 발견한 사랑의 삼 단계 뭔지 모를 혼돈의 열병이 지나면 사랑의 대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욕망은 대상을 욕망한다. 돈 후안은 모든 여성을 사랑한다. 순간과 영원이 하나가 된다. 은둔자는 승리를 노래한다. <돈 …
이혜진이 엮은 ≪초판본 박용철 시선≫ 시가 현실보다 깨끗할 때 시인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비애와 애수, 인생의 허무 그리고 체념과 비관의 정조를 만난다. 투명한 대기에는 먼지만 부유할 뿐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닛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도라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 짓네 압 대일 어덕인들 마련이나 …
차성연이 엮은 장혁주의 ≪초판본 삼곡선≫ 네 아비 이름자가 무엇이냐? 식민지 조선에서 천황의 적자는 일본인, 서자는 조선인이다. 서자도 아비가 있지만 당당히 부를 수는 없다. 서자는 서자를 미워한다. 모두가 허사이지만 사실처럼 살 때가 있었다. 창진이는 몇 달 뒤에 대판 지방의 풍수재 때에 그곳에선 단 하로 수十만 원, 三, 四 일 내에 百만 …
김장환이 옮긴 조충지(祖沖之)의 ≪술이기(述異記)≫ 미래가 궁금한 과학자의 인문학 조충지는 원주율을 소수점 이하 7자리까지 계산해 낸 최초의 수학자였다. 그의 소설 <<술이기>>는 귀신과 요물과 저승의 이야기, 곧 기괴한 이야기였다. 과학과 문학 사이에 무엇이 있었을까? 유 아무개가 귀신에게 말했다. “흙과 돌을 나에게 던져 봤자 나는 전혀 무섭지 않다. 만약 동전을 나에게 던진다면 그건 …
문희정이 옮긴 중자오정(鍾肇政)의 ≪침몰하는 섬(沈淪)≫ 국가, 주민, 국민 그리고 주인의 행방 원주민이 살던 섬에 유럽과 청나라가 침범했고 일본이 점령하더니 한족이 밀려들었다. 민중은 하나지만 말이 바뀌고 글이 달라지고 나라 이름도 낯설다. 누가 주인인가? “의용군이 돌아온다….” “루 씨 가문의 용사들이 오고 있다….” 참담할 정도로 초토화한 링탄피 시가지에서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앞다퉈 소식을 …
노선숙이 옮기고 해설한 ≪이즈미시키부 일기(和泉式部日記)≫ 천 년을 견딘 사랑 마음을 나눈지 사 년 만에 남자는 죽는다. 남은 여자는 소리 높여 운다. 소리는 노래가 되고 노래는 시가 된다. 천 년이 지나고 우리 앞에 있다, 이렇게. 밤이 깊도록 잠 못 이루지마는 그대 생각나 달도 보지 못하네 그대 너무 그리워 ふけぬらむと 思ふものから 寝られねど …
김승룡의 ≪고려 후기 한문학과 지식인≫ 고려 후기는 어떤 시간인가? 소졸하고 아득하며 모호했다. 그러더니 역동적이고 주체적이며 다양해졌다. 이제는 이념 이전의 인간을 고전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의 삶보다 이론이 앞서지 않았던가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이런 고민 속에서 나는 사람들, 특히 당대 과거의 전통을 체득하고 미래 사회의 전망을 기획하며 세상 사람에게 도움이 …
이원양이 옮긴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Heinrich von Kleist)의 ≪펜테질레아(Penthesilea)≫ 어둡고 무질서한 참혹과 광란 고상한 단순성과 조용한 위대성을 사랑한 괴테는 그를 거부한다. 사후 100년, 니체가 걷게 될 길을 그가 연다. 클라이스트는 독일 모더니즘의 선구자가 된다. 그녀가 외칩니다. “쫓아가라. 티그리스! 쫓아가라, 레네! 쫓아라, 스핑크스! 멜람푸스! 디르케! 쫓아가라, 히르카온!” 그리고 그에게 달려듭니다. 개 떼를 …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에서 오원환이 말하는 탈북자 담론 구성 두 국민 전략과 나쁜 국민 신자유주의는 국민을 둘로 나눈다. 돈 내는 좋은 국민, 돈 쓰는 나쁜 국민. 탈북자는 돈이 없다. 나쁜 국민이다. 이래서는 통일이 안 된다. 대박은 쪽박이 된다. 철이라고 하는 탈북 청소년은 북한 주민에서 꽃제비로, 그리고 불법체류자, 유랑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