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가 짓고 오태호가 해설한 ≪강정규 동화선집≫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잃고 광고 카피를 얻었다. 노래를 잃고 광기를 얻었다. 마을을 잃고 지하철을 얻었다. 할머니를 잃고 스마트폰을 얻었다. 똥을 잃고 비데를 얻었다. 나는 대체 뭔가? 어떻든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지만, 그것이 나를 조금도 기쁘게 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걱정이었습니다. “가난한 …
권승태의 <<3막의 비밀: 스토리텔링의 보편적 법칙>> 모든 이야기에 3막이 있다 들을 만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언제나 3을 생각한다. 목표 위기 해결이다. 행동과 갈등으로 긴장과 이완의 천을 짜는 스토리텔러는 3의 연금술사다. 3막을 알면 황금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왜 우리 학생들이 <<3막의 비밀>>을 읽어야 하나? 무엇을 보여 주든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
신진호가 옮긴 샤옌(夏衍)의 ≪파시즘 세균(法西斯細菌)≫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원인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면 몰라도. 세균 연구자는 균을 찾기 위해 현미경의 배율을 높이고 또 높인다. 보이지 않는다. 정신은 기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첸위: 아시다시피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무서운 세균이 발견되었어요…. 위스푸: (놀라며) …
김충남이 옮긴 게오르크 카이저(Georg Kaiser)의 ≪병사 다나카(Der Soldat Tanaka)≫ 천황은 왜 빌지 않는가? 왕은 신민의 주인이다. 백성은 그의 종이다. 그는 국민의 땀과 눈물로 살고 피로써 통치한다. 주인은 종을 만들고 종은 주인을 만든다. 여전히 그렇다. 아직도 빌지 않는다. 재판장: 자네는 천황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다나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거리낌 없이 재판장을 …
한국 동화 / 그 좁은 틈새로 보이는 둥근 세상 원유순이 짓고 신헌재가 해설한 ≪원유순 동화선집≫ 한이 풀리는 시간 분노와 실망, 열패감과 울분이 차곡차곡 쌓이면 포기와 체념이라는 효모를 통해 한이 발효된다. 시간은 돌아가지 않으므로 결자해지는 불가능하다. 오직 새로운 시간만이 부패를 막아 마음을 구한다. 아이들은 다시 장단에 맞춰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제히 …
리즈 스텁스(Liz Stubbs)가 쓰고 성준기가 옮긴 <<다큐멘터리, 감독이 말하다(Documentary Filmmakers Speak)>> 인간 또는 자신에 대한 연민 개입을 하든 하지 않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은 인간에게 다가간다. 그것이 사람을 다루든 동물을 다루든 식물을 다루든 다르지 않다. 감독은 관객에게 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왜 특별한가? 다큐멘터리 제작, 이론, 역사 관련 서적은 많다. 다큐멘터리 …
강영계가 뽑아 옮긴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자유정신을 위한 책(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 Ein Buch für freie Geister) 천줄읽기≫ 누군가 잘못 번역했던 니체의 용감한 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낯익은 수사이지만 니체 연구자 강영계는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 잘못 번역한 책 제목을 그냥 썼다고 생각한다. 독일어를 그대로 옮긴 이 책의 …
한하운이 쓰고 고명철이 엮은 ≪초판본 한하운 시선≫ 보리피리의 황금 선율 한센병은 하늘의 벌이라 인정이 없다. 죽는 날까지 계속되는 편견의 종신형이다. 하운이 인간폐업을 마치고 감옥 문을 나설 때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보리피리다. 자연의 축복, 생명의 노래가 시작된다. 나 하나 어쩔 줄 몰라 서둘리네 山도 언덕도 나무가지도 여기라 뜬세상 죽음에 主人이 …
김대중이 쓴 <<초기 한국영화와 전통의 문제>> 우리 영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현장성이다. 영화 이전에 영화처럼 즐겼던 것, 오광대놀이, 판소리, 탈춤이 그렇고 수없는 문학과 예술이 그랬다. 모든 주제와 소재와 대사와 몸짓은 그때그때 현장에 따라 달라졌다. 살아 있는 예술이었다. 한국영화에서 초기란 언제를 말하나? 영화가 이 땅에 도래한 때부터 발성영화가 제작되기 전까지로 보는 게 …
배규범이 뽑아 옮긴 혜심(慧諶)의 ≪무의자 문집(無衣子文集)≫ 너의 삶이 무겁고 답답할 때 무의자를 만나 보라. 옷이 없으니 가린 것도 없고 가린 것이 없으니 가릴 것도 없다. 하여 가볍고 투명하며 조용하고 상쾌하다. 덥고 답답할 때, 옷을 벗고 싶을 때 옷 없는 사람, 무의자를 만나라. “비 온 뒤 솔 뫼 비 개자 시원스레 …
안우시가 엮고 고숙희가 옮긴 ≪백가공안(百家公案)≫ 포증, 포대제, 포룡도, 포청천의 정체는 무엇인가? 천년 세월, 중국 인민은 명판관을 만든다. 이름은 달라도 얼굴은 하나, 백성을 아끼고 정의를 수호하고 작두를 애용하는 결단력은 여전하다. 그의 다음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벙어리가 사정을 호소하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명한 관리가 판결을 내리니 모든 이들 존경을 표하네. 악행을 저질러도 …
<<한국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에서 김수아가 말하는 젠더 논쟁의 현주소 알고 보니 남자였어 인터넷은 얼굴이 없다. 이름도 없다. 언어만 난무하므로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다 안다. 초딩인지 고딩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인지 거지인지 척 보면 알 수 있다. 중성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젠더는 언제부터 한국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되었나? …
성선제·류종현·강장묵이 쓴 <<네티즌을 위한 e-헌법, Cyber Law>> 물질과 정보의 투쟁 인터넷 사이트 제공자가 유통되는 정보의 가치와 성격을 판단하면 내용에 책임을 지게 된다. 편집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는다. 방관하면 자유고 개입하면 구속이다. 물질의 세계에서도 그런 때가 있었다. 사이버스페이스가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사이버스페이스는 기본적으로 경계가 없다. 나라와 단체는 도메인 네임으로 …
배진한이 옮기고 리치 링(Rich Ling)이 쓴 <<모바일 미디어와 새로운 인간관계 네트워크의 출현: 휴대전화는 사회관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New Tech, New Ties: How mobile communication is reshaping social cohesion)>> 모바일과 사회자본, 양날의 검 바로 옆에 앉아 있지만 대화는 없다. 카톡질에 바쁘기 때문이다. 미국 사는 친구와 한 시간째 논쟁이다. 인터넷 시대에 한국과 미국은 …
김충남의 ≪표현주의 문학≫ 표현주의는 무엇을 표현했는가? Dämmerung, 곧 박명이다. 새벽의 어스름과 해 질 녘의 황혼이다. 현실을 추상하고 비틀고 과장한다. 경험 세계를 넘어 상징과 환상으로 내면세계를 드러낸다. 윤리와 미학의 규범을 철저히 부순다. 그들은 저녁과 새벽 사이 어디엔가 있었던 것이다. 표현주의 문학은 점차 파토스와 주관적 사고에 따른 공통적 세계관과 예술관을 형성하게 되며, …
한석주와 이단아가 옮기고 존 김이 쓴 <<공개와 연대,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ウィキリークスからフェイスブック革命まで 逆パノプティコン社会の到来)>> 정보는 정책보다 정직하다. 호주 사람 어산지가 미국의 정보 금고를 열어젖힌다. 스노든과 매닝은 지구촌 정보자유주의자들의 지원 속에 안전하다. 한국의 뉴스타파는 전씨 일가의 해외 계좌를 꺼내 놓았다. 국가 독점 정보체제가 흔들린다. 정보는 정책보다 정직하다. <<공개와 연대,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이 제기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