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바꾼 영화 6/13 : 애니메이션 영화 <바쉬르와의 왈츠(Waltz with Bashir)> 디지털 시네마의 새로운 가능성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은 영화 가문의 의붓자식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사진에서 그래픽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애니메이션은 극영화의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래픽은 사진술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용이한 조정과 연출을 통해 육체와 감각에 더욱 밀접해진 …
한국 시 신간, ≪초판본 가람 시조집≫ 조오다 선뜻 깨니 시조를 흘러간 왕조의 노래로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조선의 궤멸 이후 익숙했던 모든 것이 배척되었지만 전통에서 비롯된 새로움의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가람 이병기는 조선 지식인의 통찰과 직관을 사용해 자연과 인간, 물질과 인식이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가 조선인의 마음보다 눈앞의 난 한 촉을 더 …
영화를 바꾼 영화 1/13 : 아방가르드 영화 <일식(L’eclisse)> 욕정과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 아방가르드 영화는 난해하다. 아방가르드 영화에 대한 정의는 더욱 난해하다. 개념 자체가 논쟁적이고 언제든 재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듯 난해한 세계의 첫 문을 여는 열쇠로 ≪아방가르드 영화≫를 우리말로 옮긴 양민수는 <일식>을 제시한다. 전후 이탈리아 부르주아의 이질적인 삶을 영상에 담았던 …
≪아가멤논≫은 어떤 작품인가?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의 첫 작품이다. 아가멤논의 죽음을 둘러싼 클리타임네스트라, 오레스테스, 엘렉트라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보여 주는 수작이다. 어떤 이야기인가? 그리스군의 승전 소식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왕비는 왕의 귀환을 반기는 듯하지만 코로스의 대사 곳곳에서 그녀에게 뭔가 비밀이 있음이 암시된다. 트로이의 사제 카산드라를 대동하고 …
미디어, 문화와 국제 커뮤니케이션 신간, <<세계화와 문화제국주의>> 아직도 문화제국주의 광주대학교의 임동욱은 영국 레스터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부터 이 주제를 붙잡았다. 식민지와 제국주의는 사라졌지만 지구촌과 인터넷은 세계를 더 크고 순일한 시장으로 변모시켰다. 이제 자유 경쟁이 가속될 것이고 세상은 평평해질 것이며 지역성과 고유성은 속도와 가격의 싸움에서 자신을 지키기 힘들 것이다. 문화제국주의는 세계화의 국면에서 어떻게 …
시집 신간, <<초판본 윤동주 시선>>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윤동주의 시는 유명하다.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지만 읽다 보면 마음속에서 뭔가 조용한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의 시가 자신의 허물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에 대한 고백의 양식이라는 설명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우리 모두와 관계된 그 부끄러움을 그처럼 깊이, 생생하게 느끼지 못하는 우리는 무엇인가? 윤동주의 …
연극 이론 신간, 프세볼로트 메이예르홀트의 ≪연극에 대해≫ 침묵, 들릴 때까지 기다려 숙청된, 가장 사회주의적인 연출가이자 배우이며 연극 이론가의 연극 이론서. 연극은 일상의 재현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회화여야 한다고 믿었다. 실제를 넘어서는 세계, 영원하고 초월적인 세계, 연극이 아니고서는 포착할 수 없는 내적 세계의 구현을 추구한 예술가. 그는 연극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
대만 문학 특선 3. <<회오리바람>> 사람과 인간 팡샹첸은 삶의 변화를 꿈꾸었다. 근대 교육을 받았고 중국이 뿌리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믿었다. 세상을 뒤집으려 했으며 자신은 전파자이자 창시자라고 생각했다. 시급한 문제는 경제였고 그래서 공산당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 곧 지주, 하인, 노동자, 소작농, 도적, 군인, 일본인, 기생과 창기가 등장한다. …
저자와 출판사 4. 김유경 애드리치 부장 2인 3각으로 7년 동안 7권 광고회사 애드리치는 매년 창립기념일에 책을 선물한다. 이 회사 마케팅전략연구소의 김유경 책임연구원이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힘을 합쳐 6년 동안 6권을 출간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7번째 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최신간이다. 타이틀 선정과 번역저작권 계약, 번역과 편집, 디자인과 제작 그리고 마케팅과 판매까지, …
저자와 출판사 3. 박기순 명예교수 아름다운 인연에 정년은 없다 박기순은 2004년에 성균관대학교를 정년 퇴임했다. 그러고 나서 묵직한 번역물을 6권 내놓았고 올해에도 기대 충만한 역서가 출간을 향해 내달린다. 학회지 출간으로 시작된 인연이 십 년을 훌쩍 넘어 학교 밖으로 뻗어간다.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는 위치나 시간에 흔들리지 않는다. 연구가 계속되고 출판이 지속되는 한 …
한국 문학 신간 소개, <<초판본 유치환 시선>> 왜 순간에 영원이 있을까? 그의 시집을 대한 동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훌륭한 시인 가운데서도 인생 시(人生詩)와 자연 시(自然詩)와 애국 시(愛國詩)를 완전히 동일한 바탕(목청)으로써 각각 성립시킨 사람은 그 하나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분히 그의 생경하고 소박한 ‘무기교(無技巧)의 기교’에 유래한 것이다.” 유치환은 어떻게 기술을 …
소설 천줄읽기 신간, ≪백치≫ 그 위대한 작품의 결코 적지 않은 10% ≪백치≫는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김정아가 발췌한 분량이 지만지 판으로 318쪽이므로 한국어로 완역했다면 3000쪽이 넘는 셈이다. 문학을 발췌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완성도는 어디까지 재현될 수 있을까? 작가의 가장 중요한 테마가 거의 모두 등장한다는 이 대작을 골라 …
신간 시집, <<초판본 구상 시선>>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지 않는 오늘 <<초판본 구상 시선>>을 엮고 해설한 오태호는 구상의 시가 “인식은 종교적 문답과 철학적 형이상학에 기대” 있지만 바탕에는 “월남민의 자의식”과 “초토화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식의 지향 대상을 현실에서 갖지 못한 존재가 답을 하느님에게 물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한국 시인으로는 드물게 끝까지 …
신간 ≪러시아 신학의 여정≫ 러시아 정신의 힘과 열정 책의 이름이 ≪러시아 신학의 여정≫이지만 ‘러시아 정신의 여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플로롭스키는 신학자이기도 하지만 이미 철학자이고 슬라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의 언어로 성서와 전승의 진리를 항상 재진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그의 책은 “백과사전과도 같은 지식”과 “본질을 …
늦었지만 고맙다. 지만지 국내 최초 출간 고전 15. <<동물 철학>> 인간은 왜 돌이 아닌가? 사람이 변하여 돌이 되고 돌이 다시 사람이 되는 이야기는 거의 모든 민족 설화와 신화의 단골 메뉴다. 지금 우리는 그것을 이야기일 뿐이라 치부하지만 그때 그 사람들에게는 사실이었고 진리였다. 언제부터 우리는 사람이 돌이 되거나 돌이 사람이 될 수 …
위대한 영화는 왜 위대한가?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의 풀 네임은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다. 2005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2006년에 2쇄가 나왔다. 이번에 31편의 영화가 추가되었다. 영화 줄거리나 설명 또는 비평은 없다. 곧바로 장면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묻는다. “이 장면이 왜 명장면인가?” 내용과 형식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해 물음에 답한다. 개정판에서는 영화의 기본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