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모바일 문화를 읽는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적 개념들>> 시간을 만드는 공간에서 무엇이든 실재하는 것은 두 개 이상일 수 없으므로 같은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던 또 하나는 거짓이고 있는 것은 허위다. 이것은 우리의 진리였으나 이제는 아니다. 인간의 존재를 인간 바깥에서 만나기 시작하면서 장소는 장소를 낳고 그것은 새로운 시간을 낳는다. 인간은 본질뿐만 아니라 …
정방규가 옮긴 서보 머그더(Szabo Magda)의 ≪프레스코(Fresko)≫ 터르버, 6:45부터 20:00까지 굴절된 실존의 고독, 쓰디쓴 슬픔, 문이 보이지 않는 절망, 그러나 살아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문학. 작가는 포도밭 일꾼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다. 현대가 세계를 덮쳤을 때 아버지는 딸에게 말한다. 잘 가라, 나의 아가야, 너의 미래로. 언주는 어누슈커를 밀어 올렸다. 그녀는 기차의 발판에 …
정비석의 ≪자유부인≫ 여자의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여자가 화장을 할 때는 얼굴만이 아니라 마음도 모습이 달라진다. 진실로 자유는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의 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정비석은 주장한다. 해방 후, 무력한 아버지가 활발한 어머니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가정을 가진 여자가 사교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는 것은, 남자들로 치면 세계 일주 유람 여행을 …
김주호의 ≪PR의 힘≫ 개정 2판 2005년 이후 홍보의 변화 대통령 선거, 정책 결정, 통상 이슈에 신인이 등장했다. 홍보 회사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해외 망신 사건부터 글로벌 스타 싸이의 성공 현장까지 홍보가 빠지는 곳은 없다. ≪PR의 힘≫이 두 번 개정되는 동안 PR 환경은 넓어지고 깊어졌다. 지금 개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미디어의 변화, 새로운 …
성현(成俔)의 ≪부휴자 담론(浮休子談論)≫ 부자는 무엇이 만드는가? 의씨의 집에는 돈과 곡식과 고기와 술과 비단과 소와 돼지가 가득했다. 죽었을 때 아무도 찾지 않았다. 복씨의 집은 항상 비었다. 쌀아 있으면 쌀을 주고 돈이 있으면 돈을 주고 죽이 있으면 반 그릇을 나누었다. 죽었을 때 조문객의 수레가 길을 메웠다. 무엇이 부자를 만드는가? 제나라 의씨(猗氏)는 탐욕스럽고 …
백혜진의 <<소셜 마케팅>> 음주운전 사고가 심각했던 그곳 위스콘신주 로드크루다. 주말에 술 한잔 하는 것이 유일한 여가 활동인 사람들, 그러나 음주운전 사고가 줄을 이었다. 술집을 없애? 자동차를 없애? 술을 팔지 마? 면허를 회수해? 정답은 리무진 서비스. 시행 일 년 만에 음주운전은 15%가 줄고 수익은 4만 불이 되었다. 모두가 행복했다. 소셜 마케팅은 …
안보옥이 옮긴 안 에베르의 <<카무라스카(Kamouraska)>> 허공에 던져진 느낌 안 에베르의 이 소설은 연애 소설이고 사회 소설이며 심리 소설이고 역사 소설이다. 주제는 사회와 개인이고 소재는 일상과 사랑이다. 그녀는 말년에 왜 쓰느냐는 질문을 받고 답한다. “이 나이에도 작가의 번뇌는 그대로 있다.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과 똑같다” 불모의 들판, 돌 …
박태원의 ≪천변풍경≫ 청계천은 흐른다 김 첨지는 천변에 빨래터를 만들고 사용료를 받는다. 누군가가 백오십 환으로 매도를 제안하자 거드름을 피운다. 청계천은 김 첨지의 생활수단이자 사업 기회이고 수많은 동네 아낙의 공론장이었으며 일제 당국의 도시개발 대상지였다. 박태원에게 청계천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인간이었다. “그 이가 샘터 팔지 않겠냐구, 그런 말 헙띠다.” “샘털, 팔어?” “응, 이편서 …
한국문학평론가협회의 ≪2013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 순심으로 볼 수 있다면 올해의 젊은 평론가는 이경재다. 장편소설의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찾았는가? “純心으로 구체적인 삶과 시대의 명암을 절실하게 응시”한다면 새로운 미학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관념이나 스타일의 반복은 지금의 현실과는 무관한 물신화된 관념론을 소설적으로 번안하는 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진정한 장편소설의 …
김은희가 옮긴 유리 나기빈(Юрий М. Нагибин)의 ≪금발의 장모(Моя золотая тёща)≫ 소련에서 살았던 70년 러시아 작가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나기빈처럼 노골적이고 고백적으로 자신의 치명적 과거를 작품 속에 쏟은 작가는 없다. 왜 그랬을까? 솔제니친이 대답한다. 이 작품이 “구소련 시대에서 70년을 산 나기빈의 삶과 시대상”을 가장 잘 나타냈다고. 스탈린 시대는 부끄러움을 잊었던 것일까? …
권오창이 옮긴 켄들 코피(Kendall Coffey)의 <<여론과 법, 정의의 다툼(Spinning the Law: Trying Cases in the Court of Public Opinion)>> 법은 정말 순결할까? 법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단호하게 주장하고 그럴듯하게 우기는 것이라고 미국 부통령을 지낸 법조인은 말한다. 한때 법의 순결성은 돈에 팔렸지만 지금 그 자리의 주인은 여론이다. 운명의 저울은 법과 여론 사이에서 …
나민애가 엮은 ≪초판본 신석초시선≫ 서러워, 모두 다 사라질 것이니 한학에서 시작했다. 시전과 당시를 익혔다. 그러고 서양 시를 만났다. 발레리와 그리스를 읽었다. 다시 되돌아와 향가와 고려가사와 시조를 듣는다. 몸은 늙고 정신은 유순하다. 다 사라졌고 길 잃지 않아 돌아왔다. 서러라! 모든 것은 다라나 가리 −포올·봐레리이 翡翠! 寶石인 너! 노리개인 너! 아마도, 네 …
박혜숙이 엮은 ≪이구조 동화선집≫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천진하고 난만하며 어른의 아버지다. 개구리를 돌로 쳐 죽이고 메뚜기 다리를 하나씩 뜯어낸다. 약한 자를 놀려 먹고 한없이 순결하다. 이구조가 보는 어린이는 선과 악을 다 가진 다양한 감정의 복합체다. 그가 사실동화를 쓴 이유다. “영감님 아드님이−수복이 말씀입니다, 이번 달치 수업료를 안 가저와서, 그래서….” “그럴 리가 …
한창완과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콘텐츠로 먹고 살 수 있나? 창조경제의 성패는 저작권 관리에 달렸다는 것이 한창완의 주장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역동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지만 그것도 생존 조건 위에서만 작품이 되고 문화가 되고 경제가 되기 때문이다. 창조자들, 지금 먹고 살 수 있나? 창조경제는 무엇인가?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하여 일자리 …
차성연이 묶은 ≪초판본 홍사용 시선≫ 메나리는 글이 아니다 말도 아니다. 시도 아니다. 그저 이 나라 사람들이 그럭저럭 속 깊이 간직해 온 거룩한 넋이다. 그러니 저절로 생긴 것이고 저절로 커 가는 것이고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다. 조선의 정조가 민요를 만날 때 순간은 저절로 역사를 얻는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어떤 시인가? 1923년 ≪백조≫ 3호에 …
방정배와 <<한류와 문화커뮤니케이션>> 영국과 독일의 전문대학이 그렇게 생겼다. 시나리오 작가, 피디, 기자, 스크립터는 창조경제 핵심 인물이다. 그들이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가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창조경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데 모여 배우고 실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영국과 독일의 전문대학이 모두 그렇게 생겼다. 당신은 창조경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경제는 창조다. 경제에 긍정, 희망의 형용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