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설 신간, <<니벨룽겐의 노래>> 우리는 보았다 친구를 배신한 왕은 부하에게 살해를 명한다. 영웅은 암살되었고 군중은 그것을 목격한다. 모두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시신은 눈을 떠 말한다. “그대들이 자행한 일에 눈물 뽑지 말라!” 암살자는 군중을 설득하고 사람들은 대책을 숙의한다. 마침내 답을 찾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보지 …
독일 희곡 신간, ≪니벨룽겐≫ 믿음이 사랑만 못한 까닭 신의의 남자 지크프리트는 불의의 남자 하겐에 의해 쓰러진다. 하겐은 왕과 씨족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를 살해하고 그의 아내 크림힐트는 아내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혈족을 모두 살해한다. 독일 최고의 비극은 신의에 의한 비극으로 종결된다. 믿음은 배신을 낳고 배신은 복수를 낳고 복수는 비극을 …
영화를 바꾼 영화 10/13 : 신성일 대표작 <맨발의 청춘> 청춘의 별 출연 541편, 주연 506편. 그를 빼고 한국영화를 말하기란 불가능하다. 필름이 무비가 될 때 배우는 스타가 되고 그는 당대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다.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자신의 아우라와 스타일로 스스로 시네아스트가 된 배우를 기리고자 했을 때 그 첫 번째 자리를 그가 차지한 것도 …
빅토리아 시대, 영국 헌정 체제 신간, ≪영국 헌정≫ 민주주의의 왕 그곳에서 시작되었고 발전되었으며 지금도 명성을 잃지 않고 있으므로 우리는 영국을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그 나라에는 왜 왕이 있는지, 헌법이 없는지,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그리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왜 그곳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못했다. 왕의 피로 세워지는 인민의 정치체제인 …
영화를 바꾼 영화 9/13 : 여성영화 <어둠 속의 비명: 전원의 비극(Night Cries: A Rural Tragedy)> 여성영화, 그 악명 높은 개념 뭐를 말하는 걸까? 여성이 만든 영화? 여성에 관한 영화? 여성을 위한 영화? 장르도 아니고 운동도 아니다. 단일한 계통도 국가적 경계도 미학적 특징도 없다. 여성주의 공동체를 위한 형식, 시기, 탈경계적 문화에 …
일본 고대사 신간, ≪풍토기 천줄읽기≫ 일본 땅에 살았던 모든 것 지금으로부터 일천삼백년전 제사십삼대 천황 겐메이는 일본 땅에 원래 있던 모든 것과 살아있는 모든 것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모든 것을 적어 올리라 명한다. 713년과 925년에 일본의 삶에 대한 모든 지식이 수집되었으나 세월과 전쟁, 망각과 변심으로 말미암아 문자는 바래어 갔다. 그림자의 한 …
한국 시 신간, ≪초판본 천상병 시선≫ 다소 행복한 아침 밤이 길거나 너무 짧았다면, 그래서 아침이 낯설거나 무섭다면 오늘은 아무렇게나 생긴 쉽고 간단한 시인을 만나 보자. 그에게 밤은 언제나 충분했고 아침은 제때에 찾아왔으며 하루는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하릴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걷다 보면 차거나 덥지 않은 저녁을 만나게 마련이었고 그 시간을 …
중국시 신간, ≪왕안석 시선≫ 일창이삼탄 시 한 수 잡아 들고 소리 내어 읊다보면 “아!” 소리가 세 번 나온다는 말이 “一唱而三歎”이다. 왕안석이 자연을 묘사한 서정시가 바로 그랬다고 한다. 맘 편히 한 시절 살다 간 인물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시대를 앞선 정치사상과 실천력으로 소인배, 간신배, 나라 망친 자로 낙인찍혔다. 바로 조선의 …
한국 시 신간, ≪초판본 이은상 시선≫ 가곺아라 가곺아 남쪽 바다는 파랗다. 객지에서 기억하는 그 바다는 더 파랗다. 사무치는 그리움은 바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란으로 뭉개지고 휴전으로 잘려 나간 국토의 어디 한 곳 피 흘리지 않은 곳은 없었다. 상처 위에 상처가 거듭되는 곳, 조국의 산하를 보듬어 내는 시가 있었다. 이은상은 누구인가? …
영화를 바꾼 영화 1/13 : 아방가르드 영화 <일식(L’eclisse)> 욕정과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 아방가르드 영화는 난해하다. 아방가르드 영화에 대한 정의는 더욱 난해하다. 개념 자체가 논쟁적이고 언제든 재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듯 난해한 세계의 첫 문을 여는 열쇠로 ≪아방가르드 영화≫를 우리말로 옮긴 양민수는 <일식>을 제시한다. 전후 이탈리아 부르주아의 이질적인 삶을 영상에 담았던 …
인텔리겐챠 추석 선물 끝날 새들이 부러운 날 추석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아쉽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이럴 때는 하늘을 펄펄 날아 어딘가로 떠나는 새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인텔리겐챠> 추석 선물도 아쉽지만 <<법세 이야기>> 중 한 편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법세 이야기≫는 일본 역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자립적이며 개성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
미디어, 영화, 미학 신간, <<디지털 영화 미학>> 머티리얼과 코드의 갈등 저자 로드윅과 번역자 정헌의 생각은 비슷하다. 방법이 바뀐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질에 의해서가 아니라 방법에 의해서 더 근본적으로 변한다는 주장도 있다. 복제 불가능한 물질과 복제 가능한 부호 사이에서 영화는 유일성을 상실한 대신 편재성을 얻는다. 우리가 환영에 …
≪아가멤논≫은 어떤 작품인가?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의 첫 작품이다. 아가멤논의 죽음을 둘러싼 클리타임네스트라, 오레스테스, 엘렉트라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보여 주는 수작이다. 어떤 이야기인가? 그리스군의 승전 소식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왕비는 왕의 귀환을 반기는 듯하지만 코로스의 대사 곳곳에서 그녀에게 뭔가 비밀이 있음이 암시된다. 트로이의 사제 카산드라를 대동하고 …
시집 신간, <<초판본 윤동주 시선>>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윤동주의 시는 유명하다.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지만 읽다 보면 마음속에서 뭔가 조용한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의 시가 자신의 허물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에 대한 고백의 양식이라는 설명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우리 모두와 관계된 그 부끄러움을 그처럼 깊이, 생생하게 느끼지 못하는 우리는 무엇인가? 윤동주의 …
저자와 출판사 10. 허준 교수 여기밖에 없었어 ≪페페의 희망교육≫은 번역부터 출간까지 10년이 걸렸다. 특별히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내용이 난삽하지도 않다. 고대어나 희귀언어로 쓰인 고전도 아니다. 필리핀의 문해교육 과정의 이론과 실천을 기록한 책이다. 그러나 허준은 번역을 마친 뒤에도 7년 동안이나 이 책의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 그러고 이번에 책은 세상에 등장했다. …
홍콩과 타이완, 거기도 문학이 있었네 홍콩은 대영제국의 시한부 식민지였고, 타이완은 패잔한 국민당 군벌의 점령지였다. 홍콩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계에서 비틀거리고 있고, 타이완은 외성인과 원주민 간 갈등과 반목의 상처를 안고 살아 왔다. 그만큼 그곳의 역사와 인생은 굴곡졌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문학의 몸부림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했다. 몇 편의 영화로 분위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