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이 옮긴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의 부조리는 부조리를 부조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의 본질은 부조리다. 허망하고 무의미하며 모순이지만 모든 운명의 운명이고 착란과 광기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말하는 나는 무엇인가? 그가 나를 응시하는 순간 불빛이 다시 우리의 얼굴을 비춘다. 나는 그의 눈 속에서 아까 얼핏 본 것 같은 …
한창완이 쓴 <<슈퍼 히어로>> 홍길동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배트맨이 이긴다. 장비가 좋거나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능력에서는 길동이가 몇 수 위지만 신분이 달린다. 문제 해결을 위해 탈법이 불가피한데 가족 영화로는 부적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는 무엇인가? 외계에서, 돌연변이에서, 실험과 사고에서 특별한 힘을 얻거나 자본과 기술로 힘을 갖는 영웅이다. 그들의 고향은 …
김윤철이 쓴 <<음향 기기 역사>> 자연 소리와 전기 소리 그리고 디지털 소리 소리는 사라진다. 그래서 말은 책임 의식이 약하다. 사라진 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는 자연의 법칙을 전복한다. 소리는 저장되고 복제된다. 완벽한 복제를 실현한 것은 디지털이다. 이때부터 소리는 개성을 잃었다. <<음향 기기 역사>>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열 가지 음향 …
윤수천이 짓고 박연옥이 해설한 ≪윤수천 동화선집≫ 미련과 우직의 지혜 재빠르고 매끈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빨라질수록 시야는 좁아진다. 도착하면 다음 목적지가 기다린다. 미련과 우직은 굽은 황톳길이다. 세렌디피티가 당신을 기다린다. “수동아, 해 진다. 장롱 속에 넣어 둔 달을 꺼내 오너라.” 수동이네 집은 달을 장롱 속에 넣어 둡니다. “봉녀야, 뭘 하고 있냐? 벌써 해가 …
이영범이 골라 옮긴 ≪체호프 유머 단편집(Ю мористические рассказы А. П. Чехова)≫ 그때나 지금이나 웃겨 술, 권위, 치맛바람, 성과 성, 이름 이야기, 군대 회고록 그리고 요즘 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어디서나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도 체호프의 필치라니, 웃어 볼 만하다. ‘돼지 새끼 같은 그놈 때문에 사할린으로 가다니, 이것도 현명한 짓은 못 …
홍명신이 쓴 <<노인과 미디어>> 시간 지식 돈이 많은 건강한 사람들 미디어가 노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평생 모은 돈을 가진 새로운 구매력의 등장이다. 누구나 책 한 권 쓸 만한 경험을 가진 이 새로운 세대에서 지금 세계는 미래를 본다. 디멘시아와 알츠하이머를 커뮤니케이션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뭔가? 사람은 직전에 했던 일, 가족과 나눈 …
박세당(朴世堂)이 짓고 장윤수가 뽑아 옮긴 <<사변록(思辨錄) 천줄읽기>> 군자의 도는 무엇인가? 주희는 용과 체라 했다. 박세당은 낮고 높은 것 또는 가깝고 먼 것이라 했다. 어느 것이 분명한가? 어느 것이 확실한가? 어느 것이 실천 가능한가? 오늘날 육경(六經)을 연구하는 이들은 모두 얕고 가까운 것을 뛰어넘어 깊고 먼 것으로 달려가고 거칠고 소략한 것은 소홀히 …
김향이가 짓고 차성연이 해설한 ≪김향이 동화선집≫ 아이들은 할머니를 어떻게 이해할까? 시작되지 않은 삶과 남지 않은 삶이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적이다. 그들은 어떻게 현실과 세월과 언어를 뛰어넘을까? 동심과 모성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8, 9월에 하루살이꽃이 피는디. 미영 꽃을 보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 쌌는지 몰러. 어린것 젖 물리고 밭고랑에 앉아서 …
배한성·서혜정·문선희·김희선·조예신·박형욱이 쓴 <<성우>> 천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 하는 말은 같은데 들리는 뜻은 다른 사람, 같은 말로 슬픔과 기쁨, 행복과 불행을 모두 전달하는 사람, 성우들이다. 영상이 어지러운 시대에 소리의 영웅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성우>>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방송 환경이 달라졌다. 성우에 대한 새로운 정의, 목소리 원리, 장르별 연기 방법, 감정 …
장희창이 옮긴 후고 프리드리히(Hugo Friedrich)의 ≪현대시의 구조: 보들레르에서 20세기 중반까지(Die Struktur der modernen Lyrik: Von Baudelaire bis zur Mitte des zwanzigsten Jahrhunderts)≫ 예술 상상력 제조법 가장 단순한 사물에 무를 각인하면 가장 친숙한 것에서 근원적 불가사의가 발생한다. 이것은 현실에서 형상을 증류하는 활동이다. 무가 남고 존재와의 중력장에 상상력이 나타난다. 시인은 불협화음으로 진술한다. …
장경식이 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중세를 끝장낸 힘 신과 왕만 살던 시절, 계몽주의자들은 잡다한 인간 경험을 문자로 포착해 어둠에 던진다. 정보는 지식으로 증류되고 지식은 세상의 태양이 된다. 어둠이 걷히고 근대가 시작된다. 백과사전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모든 지식의 은유다. 사전은 백과사전을 무엇이라 정의하나? 일정 목적을 위해 구조화된 포괄 지식과 정보 덩어리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
임도현이 옮긴 ≪이백 시선(李白詩選)≫ 시인 이백의 관직 청탁시 현군을 모시고 공을 세운 뒤 옛 숲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뽑히지 못했다. 사력으로 관직을 청탁했으나 답은 없었다. 그가 달과 술만을 벗 삼았다고 알고 있었다면, 속았다. 천마 흰 구름은 푸른 하늘에 떠 있고 언덕은 먼데, 소금 수레가 우뚝 솟은 가파른 비탈을 오르니, 낑낑대며 억지로 …
김동규의 <10명의 천재 카피라이터> 소주병은 깨끗할까?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하고 침을 뱉기도 하고 소변을 담기도 하는데 수거해서 다시 쓰잖아? 알코올이니 저절로 소독이 될까, 안 될까? 궁금하면 물어보라, 클로드 홉킨스에게. 그들은 어떻게 광고의 전설이 되었나? 첫째, 광고 역사에 남은 카피를 만들었다. 둘째, 카피라이팅과 현대 광고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 책은 그들에 대해 무엇을 …
오현숙이 엮은 ≪초판본 이주홍 작품집≫ 노동하는 재일 조선인의 계급의식 1924년 일본에 건너가 노동판을 전전한다. 제과공장의 노동 경험은 소설이 된다. 이주홍이 계급의 관념과 공식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노동했다. “교−상도 돈 내오!” “가진 돈이 없소.” 그냥 앉어 있든 성주는 손바닥에 털어놓은 담배불에 다시 기세루 꼭지만 갔다 눌렀다. “내게 돈 있소. …
정원석이 짓고 김학중이 해설한 ≪정원석 동화선집≫ 금정심상소학교는 잘 있을까? 정원석은 의사이고 동화작가다. 외과 개업하고부터 함흥 지방 방언을 모아 책을 묶었다. 1932년 생이다. 분단과 상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동심을 찾는다. 그의 동심은 잘 있을까? “학생 하나 죽이는 게 인민을 위하는 거냐? 그건 무의미한 짓이야.” “옳고 그른 것은 훗날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이 쓰고 이종훈이 옮긴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 더 이상 근거가 필요 없는 판단 자연주의와 역사주의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온전히 인식한다. 오로지 사태 그 자체로 부단히 접근한다. 관계로서의 인간에게 괄호 치기는 가능한 것일까? 그러므로 우리 시대가 성취해야 할 가장 위대한 발걸음은 올바른 의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