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야누흐(Gustav Janouch)가 쓰고 편영수가 옮긴 ≪카프카와의 대화(Gespräche mit Kafka)≫ 비현실적이지만, 친절하고 따뜻한 카프카 세계는 차고 비정하다. 인간의 유무 따위는 문제되지 않는다. 악마가 있긴 하지만 보고 싶진 않다. 카프카는 이런 세계를 본다. 글로 써 전했지만 독자는 차고 비정했다. 시인들은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간에게 다른 눈을 넣어 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래서 …
신동희가 쓴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인간과 기술의 사랑법 인간은 육신과 정신이고 이것은 음식과 언어이며 그것은 모두 기술이다. 기술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은 기술로 살아간다. 누가 남자이고 누가 여자인가?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란 어떤 기술인가? 인간을 이해하려는 기술이다. 인간의 인지 특성에 부합하고 사용자의 다중감각 경험을 극대하며 사람과 기술의 상호작용 맥락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기술이다. 애플 아이폰이 …
조재현이 현대 한국어로 옮긴 <<박만득 박금단전>> 나를 두고 가시오 금단의 나이 열한 살, 오빠에게 자신을 버리고 도망하라 흐느낀다. 장인의 칼을 대신 받아 남편을 구한 김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때는 인륜이 목숨보다 귀했다. “여보시오, 낭군님은 인간의 대장부라. 6대 독자 귀중한 몸이 죽기가 뼈에 사무치게 원통하니, 소첩은 여자라. 첩이 대신 죽을 터이니 …
고인환이 엮은 ≪초판본 김소진 단편집≫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야 전쟁이 나고 징집되고 싸움터에 던져졌다 포로가 된다. 선택의 순간이 온다. 북이냐, 남이냐, 제삼국이냐? 그는 남을 선택했다. 수용소 쥐 한 마리를 따라간 결과다. 역사는 헛되고 헛되도다. 나는 좁디좁은 부엌 바닥에 돗자릴 깔고 서늘하게 배를 대고 누운 채 산수 숙제를 하고 있었다. 저녁 …
김용규가 쓴 <<방송·영화·광고·공연예술을 위한 조명연출>>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의 비밀 왜 아침 해는 씩씩한데 저녁 해는 쓸쓸한가? 해가 달라졌을까? 내가 달라졌을까? 비밀은 빛에 있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것은 본 것이고 보는 것은 빛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항상 잊고 산다. 조명이 가을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계절은 빛이다. 계절마다 다른 빛이 …
남승원이 엮은 ≪초판본 김관식 시선≫ 대한민국 김관식은 어디로 갔을까? 그의 명함은 간단했다. 대한민국 김관식. 다른 것은 적혀 있지 않았다.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해 앉았지만 그가 본 것이 먼 산은 아니었다. 장거리 장삼이사가 숲을 이룬 세상이었다. 居山好 II 오늘, 北窓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山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
이각규가 쓴 <<지역 이벤트>>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그곳의 역사와 문화와 지형과 인간이 이곳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익숙한 것의 잠을 깨운다. 눈을 뜬 일상은 새로운 일상을 얻는다. 세상에 똑같은 두 곳은 없다. 이 가을에 꼭 가 봐야 할 지역 이벤트로 무엇이 있나? 지방박람회로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와 대장경세계문화축전, 문화관광축제로 김제지평선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이천쌀문화축제, 통영한산대첩축제, …
정진채가 짓고 이성천이 해설한 ≪정진채 동화선집≫ 인간 천연의 몸빛 정진채가 본 인간의 본래 색깔을 우리가 확인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아침 해, 젖은 풀잎 그리고 가난한 마음이다. 사랑과 희생은 아침 이슬처럼 작고 투명하기 때문이다. “먼저 나처럼 꽃부터 만들어요. 그런 다음에 천천히 과일을 키우고 익혀야 하는 거야요. 그렇지만 그 일도 목숨을 …
이정엽이 옮기고 예스퍼 율(Jesper Juul)이 쓴 <<캐주얼 게임(A Casual Revolution: Reinventing Video Games and Their Players)>> 게임에서 나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간 가장 단순한, 가장 쉬운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짓, 얼마나 지겨울까? 그러나 출퇴근 전철과 버스를 보라. 몰두한 그들의 손바닥 위에 전화기, 그 안에 움직이는 게임, 캐주얼하다. 가을에 읽는 책으로 …
청옥당(靑玉堂)이 편찬하고 정용수가 역주한 작자 미상의 ≪동상기(東廂記)≫ 연암은 반성했을까? 정조는 이옥과 박지원에게 반성문을 쓰라 명한다. 그들의 문체가 문제였다. 명말·청초의 패사소품체의 영향 때문이었다. 군자의 풍모는 사라지고 개인의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쁜 일인가? 둘째 아전: ‘총각 때는 더벅머리더니, 갑자기 관을 썼도다(總角艸兮, 突而弁兮)’라더니 자네 오늘 모습이 ‘물고기가 용 된 격’일세. 셋째 아전 : …
원종원이 쓴 <<뮤지컬>> 뮤지컬이 뮤지컬이 아닌 이유는? 튼실한 스토리에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가 감동이면 성공인가? 북 뮤지컬이 그럴 뿐이다. 세계는 지금 댄스 뮤지컬, 무비컬, 주크박스 뮤지컬의 실험장이다. 소극장 뮤지컬은 또 어떤가? 당신이 추천하는 이 가을의 뮤지컬은 무엇인가?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해외 배우들이 직접 내한해 무대를 꾸미는 <애비뉴 Q>다. …
김창진이 교주한 ≪두껍전≫ 두꺼비, 백수의 장로가 되다. 동물 잔치에 상석 다툼이다. 호랑이 자리였지만 초대받지 못한다. 여우가 나서 해박한 상식을 뽐내지만 두꺼비의 깊은 경륜에 빛을 잃는다. 포유류, 힘의 시대는 가고 양서류, 말의 시대가 열렸다. 두꺼비 곁에 엎드렸다가 생각하되, ‘저놈들이 서로 거짓말로 나이 많은 체하니 난들 거짓말 못 하리오’ 하고, 공연히 건넛산을 …
이종훈이 뽑아 옮긴 존 밀(John S. Mill)의 <<자유론(On Liberty) 천줄읽기>> 나의 자유를 구속할 자유 나는 나의 육체와 정신의 주인이다. 다른 자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도 다른 자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이 순간 자유는 책임으로 발전한다. 어떤 사람의 행위에서 사회에 대해 책임져야 할 유일한 것은 다른 …
정동암의 <<미디어 아트, 디지털의 유혹>> 미디어에 대한 미디어의 메타 인식 미디어 아트는 미디어가 무엇인지 묻는 미디어다. 미디어는 무엇인가? 콘텐츠다. 콘텐츠는 무엇인가? 미디어다. 같은 것인가? 다르다. 다른 것인가? 같다. 왜 가을에 미디어나 디지털 관련 책을 읽어야 하는가? 문화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문화축제가 열린다. 다채로운 미디어 아트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알면 …
이훈이 엮은 ≪최명익 단편집≫ 그는 책만 본다 주인공 정일은 당대의 지식인이다. 현실은 멀어진다. 아버지는 암으로 죽고 애인은 폐병 환자다. 그들이 점점 더 귀찮아진다. 현실을 잃은 자의식은 자폐증이 된다. “만주루 북지루 댕겨보문 돈벌인 색씨 당자가 제일인가 보둔.” 당꼬바지가 불쑥 이런 말을 시작하였다. 모두 덤덤히 앉았던 사람들은 마침으로 흥미 있는 이야기꺼리가 생겼다는 …
최승호·마루·박설영이 옮긴 재스퍼 샤프(Jasper Sharp)의 <<일본 섹스 시네마(Behind the Pink Curtain: The Complete History of Japanese Sex Cinema)>> 빨간 머리 여자와 가물치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손길이 닿자마자 바스락 소리내며 움츠린다. 무심한 주인공과 회색의 공장지대.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이 온다. 우리는 매서운 추위를 견딜 수 있을까? 당신은 이번 가을에 어떤 책을 추천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