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가 옮긴 샤옌(夏衍)의 ≪파시즘 세균(法西斯細菌)≫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원인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면 몰라도. 세균 연구자는 균을 찾기 위해 현미경의 배율을 높이고 또 높인다. 보이지 않는다. 정신은 기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첸위: 아시다시피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무서운 세균이 발견되었어요…. 위스푸: (놀라며) …
여은호와 박경우가 옮긴 마이클 듀스(Michael Dues)와 메리 브라운(Mary Brown)의 <<플라톤의 그림자(Boxing Plato’s Shadow)>> 플라톤의 그림자와 한판 승부 공부는 현재 관심에서 비롯되지만 잎과 줄기를 더듬고 뿌리를 살피지 않으면 튼실한 과실은 무망한 꿈이다. 커뮤니케이션학이 뭐냐고 물어보라? 답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우리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밟고 가야 하는 작은 이유다. 학생들은 커뮤니케이션학이 …
권선영이 엮은 ≪초판본 신석정 시선≫ 멍든 역사의 민주주의 산업화를 거쳐 민주주의가 열린 줄 알았지만 이거 아니라는 탄식은 그치지 않는다. 과연 역사는 길다. 욕되지 않을 우리의 악수를 볼 수 있을 자 얼마나 될까? 쥐구멍에 햇볕을 보내는 民主主義의 노래 이슥한 안개 속을 헤쳐 온 네 얼룩진 얼굴에 슬픈 鐘소리가 마지막 메아리로 잦아든 …
루시 큉이 쓰고 최성범이 옮긴 <<미디어 전략 경영론(Strategic Management in the Media)>> 수직통합의 가치사슬이 끊어진다 <<조선일보>>는 네이버로 보고 문화방송은 케이블로 본다. 미디어의 가치사슬은 끊어지고 경쟁력은 자원의 독자성이 결정한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미디어 경영에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미디어에 경영 전략까지 필요한 것인가? 디지털 융합 환경 때문이다. 미디어 영역이 확대되었다. 예전엔 언론사만이 미디어였다. …
김충남이 옮긴 게오르크 카이저(Georg Kaiser)의 ≪병사 다나카(Der Soldat Tanaka)≫ 천황은 왜 빌지 않는가? 왕은 신민의 주인이다. 백성은 그의 종이다. 그는 국민의 땀과 눈물로 살고 피로써 통치한다. 주인은 종을 만들고 종은 주인을 만든다. 여전히 그렇다. 아직도 빌지 않는다. 재판장: 자네는 천황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다나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거리낌 없이 재판장을 …
신진호가 골라 옮긴 궈모뤄(郭沫若)의 ≪족발(豕蹄)≫ 죽음을 맞은 진시황의 소회 입만 살아서 떠드는 것들 때문에 통일이 되지 않았다. 460명을 묻어 죽였고 책이란 책은 모조리 태워 버렸다. 그러고 나니 세상은 더욱 소란해졌다. 그의 마지막 말이다. “난 정말 멍청이였어.” 한참을 지켜보고 있는데, 안회가 솥뚜껑을 여는 것을 보고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멀찍이서 지켜보고 …
김미란이 옮긴 외된 폰 호르바트(Ödön von Horváth)의 ≪우왕좌왕(Hin und her)≫ 여기도 저기도 아니라면? 다리 위에 남자가 있다. 살던 나라에서 쫒겨나고 태어난 나라에서 거부된다. 그는 갈 곳이 없다. 영원히 길 위에 서 있을 뿐이다. (밤이 되었다. 하블리체크가 다시 나타난다. 그는 콘스탄틴이 들고 있는 권총을 보고 즉시 “손들어!” 자세를 취한다.) 콘스탄틴: (이 …
강영계가 뽑아 옮긴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자유정신을 위한 책(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 Ein Buch für freie Geister) 천줄읽기≫ 누군가 잘못 번역했던 니체의 용감한 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낯익은 수사이지만 니체 연구자 강영계는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 잘못 번역한 책 제목을 그냥 썼다고 생각한다. 독일어를 그대로 옮긴 이 책의 …
한하운이 쓰고 고명철이 엮은 ≪초판본 한하운 시선≫ 보리피리의 황금 선율 한센병은 하늘의 벌이라 인정이 없다. 죽는 날까지 계속되는 편견의 종신형이다. 하운이 인간폐업을 마치고 감옥 문을 나설 때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보리피리다. 자연의 축복, 생명의 노래가 시작된다. 나 하나 어쩔 줄 몰라 서둘리네 山도 언덕도 나무가지도 여기라 뜬세상 죽음에 主人이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Андрей Платонов)가 쓰고 송정수가 옮긴 <<행복한 모스크바(Счастливая Москва)>> 플라토노프를 번역한다는 것 단어는 무겁고 두텁다. 이 단어의 어디쯤에서 생각을 멈출 것인가? 문장은 길고 구와 절이 꼬리를 문다. 문장의 상호 간섭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이 사람을 번역하는 것이 가능한가? 송정수는 이 작가의 이 작품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아니, 난 알아. 너 같은 …
엘리엇 킹(Elliot King)이 쓰고 김대경이 옮긴 <<무료 뉴스: 인터넷은 저널리즘을 어떻게 바꾸었나?(Free for all: the Internet’s transformation of journalism)>> 뇌 없는 포털, 이빨 없는 언론 한국인이 가장 자주 찾는 언론 매체는 네이버다. 조선일보도, 한국방송도 커버리지와 프리퀀시를 당하지 못한다. 게임은 끝난 것이다. 포털은 뇌가 없고 저널리즘은 이빨이 없으므로 이용자는 자유롭다. 진실로부터, …
새보다 더 늦게 여름을 즐기느라 새보다 더 늦게 여름을 즐기느라 풀밭에서 애수에 찬 가냘픈 목소리로 약소민족이 조촐한 미사를 올리네. 성찬식 기도가 완만하게 진행되어 그 의례 절차를 볼 수는 없어도, 해마다 명상적인 관례가 되어 공허함을 더해 준다네. 8월도 다 타들어 가는데 유령의 성가 울려 퍼져 죽음을 예고하는 정오에 존재의 시원이 생각나네. …
김대중이 쓴 <<초기 한국영화와 전통의 문제>> 우리 영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현장성이다. 영화 이전에 영화처럼 즐겼던 것, 오광대놀이, 판소리, 탈춤이 그렇고 수없는 문학과 예술이 그랬다. 모든 주제와 소재와 대사와 몸짓은 그때그때 현장에 따라 달라졌다. 살아 있는 예술이었다. 한국영화에서 초기란 언제를 말하나? 영화가 이 땅에 도래한 때부터 발성영화가 제작되기 전까지로 보는 게 …
안우시가 엮고 고숙희가 옮긴 ≪백가공안(百家公案)≫ 포증, 포대제, 포룡도, 포청천의 정체는 무엇인가? 천년 세월, 중국 인민은 명판관을 만든다. 이름은 달라도 얼굴은 하나, 백성을 아끼고 정의를 수호하고 작두를 애용하는 결단력은 여전하다. 그의 다음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벙어리가 사정을 호소하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명한 관리가 판결을 내리니 모든 이들 존경을 표하네. 악행을 저질러도 …
열어구(列禦寇)가 쓰고 김영식이 옮긴 ≪열자(列子)≫ 나누지 말라, 하나인 것을 왜? 이런 단어는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존재에 대한 참혹한 의지가 없다면 이런 질문은 불가능하다. 왜냐고 묻는다. 묻기 시작하면서 묻지 않는 이유를 잊었다. 동곽(東郭) 선생이 말했다. “당신의 몸도 도적질해 온 것이 아닙니까? 음양의 조화를 도적질해 당신의 생명과 당신의 육체를 이루었는데, 하물며 그 …
강신준이 옮긴 카를 카우츠키(Karl Kautsky)의 <<프롤레타리아 독재(Die Diktatur des Proletariats)>> 그는 우리를 도울 수 있는가? 카우츠키는 볼셰비키를 반역자라고 했고 강신준은 러시아를 이류 자본주의 국가라고 한다. 그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르크시즘은 지금 경제의 민주주의다. 그는 자본의 강을 건너는 첫 번째 징검다리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표현은 어떤 개인의 독재가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