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이 옮긴 아이스킬로스(Aeschylos)의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The Choephoroi)≫ 피는 피로 갚을 수 없다 아가멤논 가계는 욕정과 간계, 살인과 간통, 증오와 복수의 역사다. 기원전 484년, 그리스는 결정한다. 정의라는 뜻을 본능과 복수라고 쓰지 않고 이성과 용서라고 고쳐 쓰기 시작했다. 인간의 시대가 열렸다. 오레스테스: 따라와요. 그 사내 바로 옆에서 죽여 드리죠. 그 사내가 살아 …
이상동이 옮기고 우이바리 졸탄(Ujváry Zoltán)이 엮은 ≪괴뫼리 민중 발라드(Gömöri Népballadák)≫ 비극적 세상과 우화적 인간의 노래 오랫동안 딸은 아버지의 소유물이었다. 사랑과 결혼과 출산과 가족은 모두 공동체의 명령이었다. 지킨 자에게 축복이 있고 어긴 자에게 형벌이 따랐다. 민중이 사랑, 행복, 과오, 용서, 죄와 속죄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남우세스러운 처녀 보르처, 내 예쁜 …
조혜영이 옮기고 폴 워드가 쓴 <<다큐멘터리: 리얼리티의 가장자리(Documentary: The Margins of Reality)>> 일상 밖에서 보는 일상 다큐멘터리 영화는 현실의 멱살을 잡아 흔든다. 일상의 진실을 의심하고 정말 그런지 질문한다. 문제는 관객이다. 의심보다 허용을, 질문보다 수용에 익숙하다. 그런 눈으로는 진실을 볼 수 없다. 피서지라면? 그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피서지에서 <<다큐멘터리>>, 심심하지 …
김정아가 뽑아 옮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의 ≪악령(Бесы) 천줄읽기≫ 모두 사랑하고 모두 굴복했으나 스타브로긴은 파멸한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어떤 것, 사랑이 없는 힘의 모습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없었던 완벽한 카리스마는 끝없이 표류할 뿐 세상에 뿌리박지 못한다. 진실로 위대한 국민은 결코 이류 인류의 역할에 만족할 수 없으며, 일류라 하더라도 …
변재란이 옮기고 존 머서(John Mercer), 마틴 싱글러(Martin Shingler)가 쓴 <<멜로드라마: 장르, 스타일, 감수성(Melodrama: Genre, Style, Sensibility)>> 사랑, 운명에게 물어봐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녀는 안간힘을 쓴다. 이 이상한 관계는 좁은 계단에서 스치는 옷자락 같은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시간과 공간을 통과하면서 느끼는 강렬한 파토스, 관객은 흔들린다. 피서지에서 <<멜로드라마>>, 억지 …
양민수 장민용이 옮기고 마이클 오프레이가 쓴 <<아방가르드 영화: 다양한 형식과 주제, 열정의 발견(Avant-Garde Film: Forms, Themes and Passions)>> 일상이 끝난 그곳에서 시작되는 아방가르드 <물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란 물줄기가 춤춘다. 이탈리아 티볼리의 바로크풍 정원에 달빛이 떨어진다. 내러티브 같은 것은 없다. 일상을 탈출한 본능의 리듬, 신비한 색과 소리가 길들여진 모든 기대에 침을 …
추선진이 엮은 정비석의 ≪자유부인≫ 이번 한 번만 오선영의 남편은 장태연이지만 지금 앞에 있는 남자는 한태석이다. 남편은 일상이지만 남자는 도전이다. 일상은 우리를 보전하지만 도전은 우리를 추동한다. 인간은 보전과 추동의 동물이다. 본질 앞에 존재가 있다. “여편네하고 춤을 추느냐고요? 차라리 절구통을 안고 지랄을 부리는 게 낫지, 미쳤다고 그런 발광을 부리겠읍니까!” “호호호 뭐가 그러실라구요. …
손영화의 <<고객 심리학>> 이론만으론 알 수 없던 것 이 책의 이름이 소비자 심리학이 아니라 고객 심리학이라는 점을 주목하시기 바란다. 모든 사람은 소비자이지만 모든 소비자가 고객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의미 있는 이름은 고객이다. 그 가운데서도 충성 고객이다. 소비자는 어떻게 고객, 불평 고객이 아니라 충성 고객이 되는 것일까? 이론만으론 알 수 없다. …
강정수, 김기환, 김예란, 백욱인, 윤상오, 이광석, 조동원, 조현석, 황주성, 홍성태의 <<빅데이터와 위험 정보사회>> 우리 몸을 감출 수 있을까? 모든 디지털 네트워크 기기는 우리의 삶을 기록한다. 기록은 네트워크 기술자에게 보고되고 축적된 뒤 활용된다. 태어날 때부터 네트워크에 포박된 새로운 세대는 무엇 하나 가릴 수 없는 나체다. 옷 없이 인간이 살 수 있을까? …
조성애가 옮긴 에밀 졸라(Emile Zola)의 ≪쟁탈전(La Curée)≫ 지나치게 조숙한 인간 ≪쟁탈전≫의 초안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야심과 욕망의 혼란, 식욕과 야심의 대향연, 투기의 광태, 조숙한 젊은이들의 어리석고 방탕한 생활, 극도의 사치, 지나치게 조숙한 머리와 육체 때문에 타락하는 사람들.” 그가 “극도의 정확성과 놀랄 만한 입체감”을 통해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인가? 조성애는 …
최영의 <<공유와 협력,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패러다임 등장>> 공유와 협력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네트워크 사회는 보다 빨리 공유하고 보다 빨리 협력한다. 극단주의와 편협 사고의 생성과 확산도 마찬가지다. 신뢰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 그러나 어떻게 믿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오프라인의 삶이 온라인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나?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이용 …
이준섭이 옮긴 제라르 드 네르발(Gérard de Nerval)의 ≪오렐리아(Aurèlia)≫ 눈을 떴을 때만 살아 있는 것일까? 세잔이 그토록 오랜 시간 대상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대기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공간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사물은 시시각각 변한다. 의식의 공간에서 만나는 꿈은 현실보다 훨씬 더 견고하다. 오직 주관이 있을 뿐이고 우연은 없으며 직관으로 소통한다. 의심할 수 없는 …
장윤수가 옮긴 장재의 ≪횡거역설 계사전(橫渠易說 繫辭傳)≫ 나와 우주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나의 원리가 있다. 신이다. 다양한 현상이 있다. 화다. 만물은 흩어져 아무것도 없는 태허가 되고 그것은 다시 움직여 만물이 된다. 그런데 그것은 왜 움직이는 것일까? 나는 왜 나일까? ≪주역≫은 우주론일까? 세계관일까? “신묘함을 궁구하고 조화를 알게 되면” 하늘과 더불어 하나가 되니 이런 …
2학기 강의 준비 3. 교안은 있지만 교재가 없어? 교안이 당장 교재로 바뀌는 마이패킷 서비스 이영화 교수, 강의계획서 입력 중이다. 다 됐고, 마지막 칸에 교재를 써 넣어야 한다. 강의명은 ‘영화론’, 전공 과목이다. 똑떨어지는 책은 없고, 컴북스 리딩패킷은 뭔가 부족하고 교재 집필할 준비는 안 됐고, 아! 이번 학기에도 교재 없이 가야 하나? …
임정연이 엮은 ≪초판본 노자영 시선≫ 문학에 대한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익숙한 기대 1920년대 조선에서 하루에 30∼40권씩 팔렸던 책의 이름은 ≪사랑의 불꽃≫이었다. 노자영이 편집한 연애편지 선집이었는데 청춘 남녀의 필수 소장품이었음은 짐작이 무색하다. 문단은 그를 폄훼했고 표절의 지뢰를 밟은 당대의 대중 크리에이터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는 어디서 출몰하여 어디로 사라졌을까? 月下의 夢 一 …
정상길의 <<통합된 패션머천다이징>> 문제는 옷이 아니야 자라와 유니클로와 코치의 공통점은 글로벌 브랜드, 속도 그리고 진화다. 디지털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소비자는 신체와 같은 속도로 반응하는 옷을 찾는다. 길에서, 시장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술집에서 피부는 욕망을 발산하고 패션은 속도로 대답한다. 정상길은 우리 패션에 혁신과 융합과 통합의 길을 제시한다. <<통합된 패션머천다이징>>의 목표는 무엇인가? 10년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