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질 때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질 때 내 펜이 넘쳐흐르는 내 두뇌에서 이삭을 줍기도 전에 알파벳순으로 높이 쌓인 책들이 완전히 익은 곡식알을 풍성한 곡창처럼 간직하기도 전에 내가, 별 총총히 박힌 밤의 얼굴에서 거대한 구름의, 고귀한 사랑 이야기의 상징들을 바라보고 행운의 마법 같은 손으로 그들의 그림자를 추적할 만큼 살 수 …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2012년 대학가 인기 텍스트 탐방 2 커뮤니케이션 연구방법론 과학이라면 방법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연구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질성이다. 이해와 해석에 익숙한 인문사회과학도에게 양적 엄밀성을 요구하는 방법론, 특히 통계는 심심하다. 갑갑하다. 그러나 양적 확인 없이 사회 과학의 자격을 획득하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책이 인기 텍스트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 떠나는 유럽여행 11. 헝가리 부다페스트 어틸러 거리 238번지 코스톨라니 데죄가 안내하는 헝가리는 1919년 7월 31일이다. 이 해의 부다페스트는 소란했다. 3월 21일에 공산 정권이 들어서더니 곧 무너지고 8월부터는 다시 로마 가톨릭의 나라가 된다. 거리는 소란했지만 어틸러 거리 238번지는 고요했다. 그곳에 에데시 언너가 있었다. 그녀는 저명했다. 어느 집에서나 그녀처럼 완벽한 …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하는 유럽여행 8. 헝거리 터르버에서 만난 13 시간 역사가 이 마을의 이름을 부른 것은 1299년이었다. 강둑을 따라 걷는 떡갈나무와 느릅나무의 행렬은 14세기부터 시작되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 헝가리 최고의 작가 머그더가 바람과 먼지의 기억을 이곳에서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6시45분부터 부다페스트행 밤기차가 떠나는 저녁 8시까지, 그의 …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 7. 크리바, 스스로 거세되는 욕망 차페크는 우리를 해발 오백 미터 남짓한 산길로 안내한다. 지금도 인구 팔백 명을 넘지 못하는, 교회와 초등학교가 전부인, 기억할 만한 산업도 유물도 내놓지 못하는 슬로바키아의 벽촌 크리바다. 주인공 호르두발은 집을 나와 뒷산에 오른다. 소를 친다. 소가 된다. 욕망은 스스로 거세된다. 먼지처럼 …
컴북스 올여름 독서 계획 10. 소셜 미디어를 끝장내자 혼자 되기 싫은 욕망과 정보 기술이 만나더니 사회 매체가 생겼다. 만남에서 시작하더니 파는 일과 사는 일, 가르치고 배우는 일 그리고 나라를 넘기고 세우는 일까지 맡게 되었다. 사회 소통 문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보고 듣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급기야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기 …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 4. 스위스 발리스로 릴케의 집을 찾아.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자신의 집을 만듭니다. 인간의 정신이 사물을 문화로 전환시켜내는 과정이 선연히 드러납니다. 아름다운 그의 집을 찾아 떠나봅니다. 나는 아주 큰 이별만을 스스로에게 허용할 생각으로 발리스로 갔습니다. 더 이상 스위스답지 않은 이 웅장한 칸톤 지역은 내가 1년 전에 …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 2. 괴테가 안내하는 로마의 길 로마의 이 유명한 거리의 이름은 “코르소거리(Via del Corso)”다. 코르소는 곧 길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길은 길의 길이다. 이제 이 길에 대한 괴테의 설명을 들어보자. 거리는 포폴로 광장에서 베네치아 궁전까지 직선으로 이어진다. 삼천오백 보 정도인데, 양편으로 호화 고층건축물이 서 있다. 건물의 …
컴북스 올여름 책 읽기 4. 한류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문화제국주의가 무색하다. 신자유주의도 무안하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확산된다. 일회성, 정책성, 선심성 현상이 아니다. 한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연구할 것은 없을까? <<한류와 문화 커뮤니케이션>> 한류를 산업이나 정치 외교, 대중문화 현상으로 해석하는 이야기가 봇물을 이룬다. 방정배와 한은경 그리고 박현순의 생각은 다르다. 한류를 우리 …
커뮤니케이션 연구, 거대한 전환 ≪COMMUNICATION IN HISTORY: TECHNOLOGY, CULTURE, SOCIETY≫,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빙하기 인간의 예술과 상징에서 출발, 잉카를 거쳐 그리스와 중국을 돌아 인터넷의 현장까지 도달하는 4만여 년의 여정이다. 결론은? 역사는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문화와 사회의 변증법이었다. 2명의 공동 편집자와 48명의 연구자들이 완성한 8부 43장의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의 지식 좌표를 재설정한다. 정치사와 …
푸르도록 단아한 부처들 선방에 첫새벽의 참선이 시작된다. 가부좌를 틀고 화두에 몰입한 백여 명의 수좌들. 그 속에 사색의 깊이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법운의 모습이 푸르도록 단아하다. 김성동의 원작을 이상현과 송길한이 각색한 시나리오 <<만다라>>는 동안거의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소설도 좋지만 긴 글을 짧은 대화와 깊은 이미지로 옮긴 시나리오는 또 다른 만다라의 모습을 …
개도 생각을 할까? 아마 원숭이는 할 듯도 싶은데. 그럼 나와 뭐가 다른 거지? 아니, 인간이란 뭐지? ……. 아, 머리 아파. 누가 힌트라도 좀 줬으면. 인간이 안다는 것 인간이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모든 지식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칸트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독단의 잠’에서 깨어났다고 말했다. 흄이 칸트를 깨운 셈이고, …
이것만 알면 찍는다 영상 일기부터 결혼 앨범까지. 동영상에서 자작 영화까지. 스마트폰에서 캠코더까지. 모두가 빛의 이용이다. 원리를 알면 프로처럼 찍게 된다. 톰 슈로이펠이 쓰고 이찬복이 옮긴 <<이것만 알면 찍는다 ‒ 영화와 동영상(The Bare Bones Camera Course for Film and Video)>>은 촬영의 기본 문법을 직관적으로 소개한다. 뉴욕대학교, 보스턴대학교, 콜로라도대학교, 유타대학교, 남캘리포니아대학교 등 …
영웅의 길 신화학자 캠벨은 영웅을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자들”이라고 했다. 그 길이 99%의 염원에 닿았을 때 그들은 신화가 되었고, 전설로 남았다. 영웅을 만나보자. 淸代 俠義愛情小說 第一作品 작가가 文康으로 알려진 이 책은 호방한 여성 영웅과 부드러운 남성 영웅을 결합해 이상 세계를 건설한다. 주제는 天理人情. 박학한 지식인의 정련된 문체와 이야기꾼의 통속적인 어조가 …
달라서 거북해? 갈등, 충돌, 분쟁. 문화가 다르다고 종교가 다르다고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 톨레랑스의 미덕, 和而不同의 지혜, 그리고 소통의 열쇠를 구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서로 다르도록 허용하라 이것은 65억 명의 지구인이 함께 잘살기 위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원칙이자 정현숙∙김숙현∙최윤희∙김혜숙∙박기순이 이 책을 번역한 이유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채택된 …
일본은 왜 말이 없는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력, 3000조 원의 대외 채권, 우아한 글로벌 문화력, 그런데 장기 불황, 정치 답보, 쓰나미 피습, 원전 사고. 한국이라면 나라가 뒤집어졌을 텐데 일본은 말이 없다.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로리 앤 프리먼이 쓰고 변정수가 옮긴 <<일본 미디어의 정보 카르텔(Closing The Shop: Information Cartels and Japa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