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폴란드 문학 신간 ≪바다 한가운데서 / 미망인들≫ 죽음이 춤을 춘다. 므로제크에게 죽음은 춤으로 다가온다. 춤은 생명의 역동성이고 죽음은 생명의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생명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 시작되고 죽음에 의해 빛을 얻으며 죽음과 경쟁하면서 성장한다. 죽음의 다른 이름이 생명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는 어떤 작품인가? 생존을 위해 …
한국 시 신간 <<초판본 김현승 시선>>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산 까마귀 한 마리가 긴 울음을 남기고 지평선을 넘어간다. 검은색 바리톤은 대기에 악보가 되어 남았다. 사방은 고요하다. 오늘 하루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도 내일도 그럴 것처럼. 이제 나의 넋에게 묻는다. 그 나라의 무덤은 평안한가. 그곳에서도 오늘 …
독일 소설 신간 <<유대인의 너도밤나무>> 사치에 대하여 희귀하고 값비싼 장식품, 회중시계가 값을 요구한다. 지불 능력이 없는 프리드리히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을 느낀다. 시계를 버리면 끝나는 일이지만 집착한다. 주인을 살해하고 도피의 길을 떠난다. 그에게 시계는 자신을 부정하고 사회를 부정하는 가면이다. 가면을 벗으면 끝나는 일이지만 그러하지 못했으므로 그는 가면이 되었다. 편협한 머리의 …
선택 2012,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한다 03. 정책 PR 정책은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후보 간 정책에 차이가 없거나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각 캠프에서 정책은 있어도 정책 PR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과 정책 PR은 엄격히 다르다. 정책 PR은 정책 구상, 결정, 집행의 단계에서 국민으로부터 동의와 지지를 얻는 과정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고 어렵다. …
프랑스 희곡, 상징주의 신간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너의 운명을 보라 보는 것은 눈의 일이다. 눈은 있는 것을 본다. 운명은 먼 과거와 먼 미래를 연결하는 직선의 궤적이므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지금의 한 점이다. 점은 방향이 없으므로 우리는 운명을 볼 수 없다. 다만 청명한 마음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선을 긋는다. 그다음이 …
한국 시 신간, <<초판본 정공채 시선>> 조선 땅에서 그늘 빛으로 미8군의 차가 질주하는 조선 땅에서 그가 본 것이 빛인지 그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자를 통해 태양을 바라보는 방법을 익힌 것만은 분명하다. 하여 시간은 공간의 그림자가 되고 욕망은 존재를 반사하는 물질, 항아리가 되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확 돌았다고는 하지만 빛의 감수성은 …
프랑스 소설 신간, <<성 앙투안의 유혹>> 버린다고 사라질까? 앙투안은 세속의 욕망을 버리고 사막에 들어간다. 고요함 속에서 신과의 만남을 기대한다. 찾아온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었다. 버려질 수 없는 것을 버렸기 때문이다. 플로베르는 반대 방향을 선택한다. 욕망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물질의 욕망을 느낀다. 모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모든 것을 버리게 된다. …
사회연결망분석, 사회과학방법론 신간 <<소셜 네트워크 분석>> 사회 연결망 분석의 무기는? 개념이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이 미국 대학원에서 연결망 분석 입문서로 가장 많이 채택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존 스콧은 개념을 소시오그래프와 수학을 이용해 자세히 풀어준다. 이 책은 사회 연결망을 분석하려는 연구자에게 설계와 진행에 필요한 개념을 선명하게 선물한다. 번역자 자신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아주대학교 …
러시아 희곡, 범심론극 신간 ≪생각≫ 미친 척할 수 있나? 미친 척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으므로 주인공은 연적을 살해한다. 잠시 그러다 돌아오면 된다고 계산했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한다. 미친 척은 미친 짓이 되고 미친 짓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린다. 한 사람이 태어나면 한 우주가 태어나고 죽으면, 언제나 함께 죽었다. 스토리 …
중국 고전, 동양 역사 신간, <<오월춘추>> 잠들 수 없는 침대 잠자리가 불편하면 깊이 잘 수 없다. 잘 자지 못하면 다음날이 편치 못하다. 하루를 멍하니 보내다 지쳐버리기 일쑤다. 기원전 오세기 무렵, 밤이 찾아오면 땔나무 더미 위에 몸을 눕히는 남자가 있었다. 날이 선 장작은 그의 온 몸을 찔러온다. 통증은 그치지 않는다. 밤은 …
미국, 법, 경제 고전 <<미국 헌법의 경제적 해석 천줄읽기>> 미국 헌법은 누구를 사랑했나? “미국 헌법은 동산 소유자와 채권자의 이익이 농민과 채무자의 이익과 대립한 결과물이며, 동산 소유자와 채권자의 이익을 대변한다.” 1913년 찰스 비어드는 55명의 제헌회의 대표자들과 헌법이 만들어지고 난 뒤 이를 비준한 주 비준 회의 참석자들의 재산이 헌법 제정을 전후해 달라졌다는 …
독일 소설 신간, <<니벨룽겐의 노래>> 우리는 보았다 친구를 배신한 왕은 부하에게 살해를 명한다. 영웅은 암살되었고 군중은 그것을 목격한다. 모두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시신은 눈을 떠 말한다. “그대들이 자행한 일에 눈물 뽑지 말라!” 암살자는 군중을 설득하고 사람들은 대책을 숙의한다. 마침내 답을 찾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보지 …
독일 희곡 신간, ≪니벨룽겐≫ 믿음이 사랑만 못한 까닭 신의의 남자 지크프리트는 불의의 남자 하겐에 의해 쓰러진다. 하겐은 왕과 씨족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를 살해하고 그의 아내 크림힐트는 아내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혈족을 모두 살해한다. 독일 최고의 비극은 신의에 의한 비극으로 종결된다. 믿음은 배신을 낳고 배신은 복수를 낳고 복수는 비극을 …
빅토리아 시대, 영국 헌정 체제 신간, ≪영국 헌정≫ 민주주의의 왕 그곳에서 시작되었고 발전되었으며 지금도 명성을 잃지 않고 있으므로 우리는 영국을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그 나라에는 왜 왕이 있는지, 헌법이 없는지,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그리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왜 그곳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못했다. 왕의 피로 세워지는 인민의 정치체제인 …
영화를 바꾼 영화 8/13: 아메리칸 뉴 시네마 <졸업(The Graduate)> 졸업을 해도 내일은 없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은 격동의 시대였다. 저항운동과 청년문화가 물결쳤고, 그 물결은 할리우드의 스크린에도 넘실거렸다. 특히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졸업>은 젊은이들의 반항과 불만과 갈등을 그려냄으로써 기존 할리우드의 가치를 뒤엎는 청년 영화의 전형을 창조했다. ‘졸업’은 했지만 ‘내일’을 모르는 <졸업>의 벤자민. …
일본 고대사 신간, ≪풍토기 천줄읽기≫ 일본 땅에 살았던 모든 것 지금으로부터 일천삼백년전 제사십삼대 천황 겐메이는 일본 땅에 원래 있던 모든 것과 살아있는 모든 것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모든 것을 적어 올리라 명한다. 713년과 925년에 일본의 삶에 대한 모든 지식이 수집되었으나 세월과 전쟁, 망각과 변심으로 말미암아 문자는 바래어 갔다. 그림자의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