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19세기 이후 역사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과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졌을 뿐 아니라 역사에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사실 지금도 역사는 암기해야 할 이름과 연도가 넘치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비치거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등 다소 딱딱한 당위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20세기 전반, 유럽을 휩쓴 양차 세계대전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마저 크게 뒤흔들었습니다. 기술과 산업의 발달로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기대는 무참히 무너지고,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전쟁을 막지 못한 인간 문명에 대한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전역을 피와 공포로 물들인 전쟁은 전쟁의 참상을 직접 온몸으로 겪은 문학가들에 의해 한층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올해 한림원은 ‘노르웨이의 숲’ 작가가 아닌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에게 노벨상을 수여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이 선정 이유입니다. 인구 600만 노르웨이는 올해로 네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낸 문학의 나라이자 세계적 음악가 그리그와 화가 뭉크를 배출한 예술의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연극의 나라입니다. 현대극의 아버지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제인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은 물질이 지닌 행위성을 올곧게 파악하려 하는 철학적 · 정치적 기획입니다. 생기적 유물론에 따르면 물질은 고유하게 생동합니다.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고, 방향성을 바꾸거나 교란하며,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가 되면서 예기치 못한 효과를 냅니다. 물질의 이 가려진 진면목을 우리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여기 베넷이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날로 오염되는 바다, 끝없이 내리는 비. 지구 생태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태어나 먹고 소비하고 버리는 우리 인간 종(種)의 삶은 이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삶의 책임 범위를 인간 차원에서 범지구 차원으로 넓혀야 하는 까닭입니다. 인간과 지구의 공생을 주장한 린 마굴리스, 우주의 비결정성과 개방성을 주장한 캐런 바라드,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당나라 화가 염입본의 <역대제왕도권>에 실린 수나라 2대 군주 양제의 초상 수나라가 역사에 존재했던 기간은 불과 37년이었습니다. 대운하 건설, 도량형과 예법의 통일 등 통일제국으로서의 위용을 다방면에서 드높였지만 주변국과의 외교 실패, 양제의 오만과 독선에 기반한 치세, 고구려와의 무리한 전쟁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다 단명했습니다. 대제국을 형성했던 왕조의 흥망성쇠는 강대국에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눈과 귀를 맡긴 채 퇴근하고, 인터넷 검색 한 번으로 맛집 리스트를 정리합니다. 인간과 기계가 정보로 소통하는 정보사회의 흔한 풍경입니다. 정보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정보의 관점에서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모든 정보 존재자는 ‘인포스피어(infosphere)’라는 정보 공간에서 살아간다고 설명합니다. 플로리디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인포스피어’의 입주민인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자연과 인공, 정신과 신체 등을 구분하는 근대의 이분법은 효력을 잃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상호 작용으로 얽힌 세계가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문 분야에 걸쳐 인간중심 관점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동식물이나 기계와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 맺어야 할까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포괄하는 철학은 어떤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5월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내려 잡았습니다. 지난해 2월 전망 이후로 다섯 번째 하향 조정입니다. 코로나 위기가 시작된 202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불황은 왜 닥쳤을까요? 이 불황은 공황으로 이어질까요? 공황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고전에서 답을 찾아봅니다.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그/그녀 너머 어딘가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별을 묻는 조사 문항에서 여성과 남성 이외의 선택지를 찾는 사람들, 출생 전후로 주어지는 성별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질문하는 사람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기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젠더퀴어>> 논바이너리이자 에이섹슈얼로 정체화한 저자가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인간이 이처럼 작은 존재였던 적이 없었다. 이처럼 불안에 떨었던 적도 없었다. 평화가 이처럼 멀고, 자유가 이처럼 억압되었던 적도 없었다. 캄캄한 암흑을 향해 구원을 요청하며 정신을 요구하며 절규한다. 이것이 표현주의다. -헤르만 바르(Hermann Bahr) 표현주의 드라마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을 유발한 모든 것을 철저히 타파하고 개혁하려 했습니다. 선두에는 게오르크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지진과 기근, 전쟁으로 점철되었던 중세의 전국 시대가 끝나고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의 강력한 봉건 지배 시스템 아래 농업과 상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평화 시대를 맞는다. 출판업이 성행하고 통속 소설이 등장하는 등 문예 대중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17세기 일본 정치경제의 중심지 에도(江戶)의 사회상을 보여 주는 베스트셀러들을 소개한다. 일본 최초의 본격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인간은 텍스트를 읽고 쓸 때 단어와 문장의 맥락을 폭넓게 고려합니다. 반면 컴퓨터는 텍스트를 오직 기호의 조합으로 파악합니다. 챗봇이 때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까닭입니다.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GPT는 기존 챗봇의 한계를 넘어선 듯합니다. 데이터 학습과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챗GPT는 어떤 질문을 던져도 이에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눈부십니다. 인간 ‘마음’이 ‘기계’로 온전히 구현될 날이 머지않은 것만 같습니다. 인공지능 개발을 이끄는 ‘인지과학’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인지과학이 그 스승, 곧 ‘사이버네틱스’에 진 빚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940년대에 탄생한 사이버네틱스는 컴퓨터와 정보통신공학의 주요 아이디어뿐 아니라 오늘날 인지과학의 토대가 되는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역량’이라는 말이 점점 더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쓰이는 곳마다 그 의미, 목적, 배경이 조금씩 다릅니다. 역량이란 무엇이며, 개인 또는 조직의 역량을 어떻게 확인하고 키울 수 있을까요? 무언가를 해내는 힘과 그 힘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책을 소개합니다. ≪역량, 할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엘렌 케이는“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자연이 스스로 돕도록 하고, 단지 주위 상황이 자연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살펴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딜타이는 “기성세대가 성장세대의 정신적 삶을 형성하는 계획적인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출간한 교육을 정의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