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희곡 신간 ≪황금용/과거의 여인≫ 이빨은 말이 없다 저명한 치과 의사의 말에 따르면 썩은 어금니 하나를 뽑는 일은 맹장 수술만큼 위험하다. 그곳에는 혈관과 신경이 지나가고 무엇보다 뇌와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의사를 만날 수 없는 불법 이주자에게 충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한 남자가 과다 출혈로 죽은 뒤 뽑힌 이는 강물에 던져진다. …
문명 비평, 러시아 사상 신간 ≪현대 세계의 인간 운명≫ 우리의 신들림과 광기 1934년, 스탈린과 히틀러와 자본주의자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말한다. “신들림과 광기의 조직화가 우리 시대의 특징이다. 정신이 영혼과 육체의 자기주장을 통제하지 못할 때 인간은 내적 전일성과 균형을 잃게 된다.” 2012년에도 영혼과 육체는 제로섬을 향해 내달린다. 우리의 전일성은 안전한가? ≪현대 세계의 인간 …
한국시, 여성 시인 신간 ≪초판본 모윤숙 시선≫ 아, 조선의 딸 모윤숙은 조선의 딸이 되고자 검은 머리 풀어 허리에 매고 불 꺼진 산하로 달려간다. 불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고 길 잃은 소녀는 노예가 되었다. 조선이 해방되자 노예도 해방되었고 유엔에 달려가 대한민국 합법정부 획득의 건을 성사한다. 항일과 친일이 충돌하는 가운데 우리는 그보다 훨씬 …
한국 역사, 조선 근대사 신간 ≪대한계년사 천줄읽기≫ 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보라 정교는 1910년 전라북도 익산으로 내려가 1925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한계년사≫를 집필한다. 자신과 함께했던 대한제국의 역사를 기록해 남겼다. 그곳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의식에서 하루하루 허물어져 내리는 조선의 마지막 순간은 영화처럼 재현된다. 조선의 정신이 연출한 조선의 죽음, 그 현장이었다. …
프랑스 소설 신간, <<성 앙투안의 유혹>> 버린다고 사라질까? 앙투안은 세속의 욕망을 버리고 사막에 들어간다. 고요함 속에서 신과의 만남을 기대한다. 찾아온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었다. 버려질 수 없는 것을 버렸기 때문이다. 플로베르는 반대 방향을 선택한다. 욕망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물질의 욕망을 느낀다. 모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모든 것을 버리게 된다. …
영화를 바꾼 영화 8/13: 아메리칸 뉴 시네마 <졸업(The Graduate)> 졸업을 해도 내일은 없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은 격동의 시대였다. 저항운동과 청년문화가 물결쳤고, 그 물결은 할리우드의 스크린에도 넘실거렸다. 특히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졸업>은 젊은이들의 반항과 불만과 갈등을 그려냄으로써 기존 할리우드의 가치를 뒤엎는 청년 영화의 전형을 창조했다. ‘졸업’은 했지만 ‘내일’을 모르는 <졸업>의 벤자민. …
영화를 바꾼 영화 4/13 알모도바르의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Las mujeres al borde de un ataque de nervios)> 알모도바르 영화의 매력 알모도바르 영화는 황당하고 기괴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캐릭터와 정교한 플롯, 강렬한 원색의 빛과 창의적인 패스티시로 인간의 욕망과 일탈을 빚어낸다. 당연히 다수에겐 낯설고 불편하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온건한 방식으로 …
저자와 출판사 9. 신인섭 이노베이션을 보았다 신인섭의 별명은 르네상스 광고인 또는 한국 광고사의 로제타 스톤이다. 47년째 한국의 광고계를 지킨다. 회사에서 일하고 학교에서 강의하고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책을 썼다. 올해 여든넷인데 눈빛은 형형하고 두 다리는 강건하다. 기억력은 날로 투명해져서 앞으로 등장할 신간에 대한 기대를 자극한다. 그의 근육을 순환하는 광고의 혈액에는 어떤 …
신간 ≪러시아 신학의 여정≫ 러시아 정신의 힘과 열정 책의 이름이 ≪러시아 신학의 여정≫이지만 ‘러시아 정신의 여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플로롭스키는 신학자이기도 하지만 이미 철학자이고 슬라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의 언어로 성서와 전승의 진리를 항상 재진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그의 책은 “백과사전과도 같은 지식”과 “본질을 …
컴북스 올여름 독서 계획 9. 게임이 걱정이야? 게임 때문에 죽고 게임 때문에 산다. 아이들 성적은 떨어지는데 영업이익은 57%가 넘는다. 아군인가, 적군인가? 강력한 흡입력과 더 강력한 몰입력 사이에 답이 보이는가?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 게임>> 게임의 시대에 가상 공간은 이미 현실이다. 스펙트럼은 더욱 다양해지고 컴퓨터 게임은 문화다원주의 시대의 문화로 거듭난다. 프라스카는 …
프랑스 부르주아의 여행 마차 회사 사장 페리숑. 자기 집 자기 일 자기 말 자기 꿈만을 추구한다. 합리주의의 껍질을 한 풀만 벗기면 그때부터 드러나는 부르주아의 속물성. 그의 스위스 여행에 동참할 기회가 왔다. 외젠 라비슈(Eugène Marin Labiche)가 쓰고 장인숙이 옮긴 <<페리숑 씨의 여행(Le Voyage de Monsieur Perrichon)>>은 정교한 풍자극이다. 보드빌 희극(comédie-vaudeville)의 황제라는 …
알모도바르 영화 욕망을 관통하면 나타나는 상상을 뛰어넘는 캐릭터와 정교한 플롯, 강렬한 원색이 빛과 창의적인 패스티시… 여기에 통찰력있는 대사와 음악, 그림으로 완성되는 미장센. 알모도바르다. <<알모도바르 영화>>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카바예로(Pedro Almodóvar Caballero, 사진)와의 만남이다. 전기순은 오랜 시간 그의 세계를 탐색했다. 스페인 전문가에게 이 감독은 스페인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수수한 재능과 모자라는 언어로 수수한 재능과 모자라는 언어로 인간의 마음은 무(無)에 대해 듣고 있네− 세상을 개혁하는 힘인 무(無)에 대해− 디킨슨의 시 1563. “북극광처럼 빛나”던 그녀는 1866년 이후 완전한 칩거에 들어 “은둔 여왕”이 되었다. 생전에 7편의 시가 소개되었으나 사후 1775편의 시가 출간되었다. 윤명옥이 골라 옮긴 ≪디킨슨 시선(Selected Poems of Emily Dickinson)≫에서 우리는 …
한국에 교회가 몇 개냐? <교회는 하나다>. 교회는 하느님의 단일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직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나뉘어 있는 것 같을지라도 교회는 하나다.” ≪교회는 하나다/서구 신앙 고백에 대한 정교 그리스도인의 몇 마디≫의 저자 알렉세이 호먀코프. 슬라브주의의 창시자이자 그 교의를 체계화한 사상가다. 러시아 신학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그의 대표적인 글 두 …
다큐멘터리가 다큐멘터리가 아니야 모크 다큐멘터리라고 들어보셨는지? 모크는 모방을 통한 전복을 뜻한다. 하여 다큐멘터리를 뒤집어 패대기치겠다는 말인데, 왜 이런? 사실에 대한 진실의 물음이다. ≪모크 다큐멘터리≫는 미디어와 다큐멘터리 분야의 연구자에게 유용한 다큐멘터리 분석들을 제공한다. 사진은 1980년대 이후의 미국 정치담론을 주의 깊고 정교하게 해체했던 <밥 로버츠 Bob Roberts>. 모크 다큐멘터리 형식이 갖는 풍자의 …
갈등은 씨앗이다 갈등은 고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각의 기회이고 화해의 출발이며 발전의 동기이자 파트너쉽의 필요 조건이다. <<갈등 종결자>>는 갈등을 없애지 않고 발전시킨다. 그래서 적이 동료가 되고 내가 우리가 된다. 너무나 유명한 저자가 제시하는 매우 정교하고 전문적인 갈등 처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