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바다로 떠난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채로 여인의 삶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잃어버린다는 것, 상실의 경험과 고통은 살아 있다면, 살아야 한다면 피할 수 없고 그래서 품고 견뎌내야 하는 삶의 본질이다. 저 사람은 알레스 최근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
BTS와 도스토옙스키 보이그룹 BTS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자신을 사랑하라”고 노래한다. 사랑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여긴 도스토옙스키는 말년 걸작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담았다. 자신을 사랑하고, 또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한다면, 인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온순한 여인 / 우스운 사람의 꿈 도스토옙스키 만년의 대표적인 단편 <온순한 …
영혼이 아플 때 인간은 상처받기 쉬운 존재다. 섬세하고 연약한 영혼을 지녔기 때문이다. 영혼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는 의학보다 철학이 더 효험이 있을 수 있다. 가치의 혼란, 의미의 상실, 세계관의 부재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는 약물보다 상담이 필요하다. “철학이 영혼의 질병을 몰아내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철학의 존재 이유도 …
미디어 왕좌의 게임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줄줄이 무너진다. 지상파방송의 독주 체제는 일찌감치 붕괴됐다. 지상파의 내전과 종편의 공세, 갓튜브의 부상과 넷플릭스의 침공. 무한경쟁 다매체 다채널 시대, 미디어 맹주의 전략과 전술은 무엇인가. 누가 미디어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 미디어 전쟁 지상파방송체제가 붕괴하고 있다. 유료방송채널의 시청 시간은 이미 지상파방송채널의 시청 시간을 …
보고십엇소 티브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여주인공의 애틋한 인사다. 그는 총을 든 의병이자 ‘러브’에 빠진 애기씨다. 중국 우국시인 육유도 나라를 걱정하면서 남녀의 정을 노래했고, 제주 선비 장한철은 표류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꿈속 여인과의 하룻밤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주의 섭리도 사랑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최일남 단편집 최일남은 구분과 구획에 주목하고 단절의 극복을 …
미디어 교육의 핵심 미디어 포화 시대, 미디어를 가르치는 이들의 어깨가 무겁다. 그들의 관심은 ‘무엇을 어떻게’로 모아진다. 핵심은 비판력, 창의력, 소통력을 기르는 것이고, 이때 미디어만큼 훌륭한 교재와 교구는 없다. 미디어 교육자에게 같은 길을 가는 다른 이들의 경험은 큰 힘이다. 미디어 교육, 내용의 구성 미디어 교육은 개인의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
이야기가 이야기한다 대중의 눈과 귀를 붙잡기 위해선 이야기 구조가 중요하다. 상상력의 끝을 보여야 할 만화는 물론이고 철저히 사실에 기반해야 할 뉴스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3막 구조와 TV 뉴스 기사, 편집의 비밀이 멀리 있지 않다. 이야기를 설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에세이만화 에세이만화는 작가가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해 스스로 작품의 화자가 …
한여름 밤의 눈 이야기 무더위가 시작된다. 북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여름밤의 불면과 열기를 더한다. 일본 물리학자 우키치로는 눈[雪]의 결정 연구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서늘하고 뜨거운 이야기들, 지만지 신간 6종이다. 축구 없는 여름밤을 미리 대비하시길. 눈 물리학자 나카야 우키치로가 눈 연구의 경과와 결과를 풀이한 책이다. 눈의 정의, 결정 연구, 인공 눈을 …
다시 마르크스 200년 전 1818년 5월, 그는 독일의 유대인 랍비 가문에서 태어났다. 지난 2000년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유대인으로 예수 다음이었다. 영국 런던 하이게이트 그의 묘비 상하단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철학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세계를 해석하기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단결하고 철학자가 …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우리는 그때 뭘 보게 될까. “우린 결코 살았던 적이 없었다는 걸 보게 되겠죠.” 입센 작중인물의 대사다.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다. 연인, 정의, 예술, 사상, 그것이 무엇이든 사랑하는 데 주저하지 말자.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잘나가던 조각가이자 자부심 넘치는 예술가였던 루베크는 창작에 대한 …
성녀 혹은 창녀, 그 여자의 문학 하늘의 절반을 나누고 성녀와 창녀의 선택을 강요했다. 선택을 거부하고 인습과 편견에 맞서다가는 마녀로 찍히기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굴레를 벗어나 자아를 찾으려는 여성의 행진은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나도, 당신과 함께의 문학이었다. 더버빌가의 테스 천줄읽기 사회적 인습과 편견에 과감하게 도전한 토머스 하디의 최고 …
플라멩코, 프리메라리가, 그들의 문학 지중해의 끝, 유럽 대륙의 해가 지는 곳. 바다 건너 아프리카를 마주하고 로마인과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지만 가장 먼저 신대륙을 식민지로 삼았다. 이베리아반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쓰인 스페인 문학은 그만큼 뜨겁고 다채로우며 순수하게 격정적이다. 집시 로만세 페데리고 가르시아 로르카의 대표 시집이다. 열여덟 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에서 …
비극의 전범 아들이 아버지를 때려죽이고, 딸이 어머니의 살해를 사주하고, 아내가 남편을 죽음으로 이끈다. 죽고 죽이고, 인간은 신들이 부여한 운명에 괴로워하고 맞서지만 결국 패배한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지혜와 위안을 안겨 준다. 소포클레스의 막장극이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비극의 전범으로 꼽히고, 오늘에도 계속 무대에 오르는 까닭이다. 현존하는 그의 작품 7편 모두를 지만지가 출간했다. 오이디푸스 …
3분의 2가 신인 인간 길가메시. 여신을 어머니로 두었으나 3분의 1은 인간이었으므로 필멸의 운명을 어쩔 수 없었다. 영생불사를 찾아 온 세상을 떠돈 뒤 그가 얻은 마지막 지혜는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것. 동과 서의 모든 철학과 이야기가 그곳에서 출발했다. 그러니, 메멘토 모리! 길가메시 서사시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서사시다. 기원전 2750년경 우루크의 …
스마트하게 쇠퇴할 것 도시는 만원? 메트로폴리스 몇 도시를 제외하곤 흘러간 유행가다. 창조적 쇠퇴야말로 인구 감소의 시대, 도시의 살 길이다. 건강한 도시, 건강한 삶을 위해 콘크리트 숲에 새로 내어야 할 길이다. 스마트 디클라인, 창조적 쇠퇴 도시 인구가 감소하고 빈집이 증가한다. 도시의 쇠퇴다. 이제 성장 위주의 도시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시 …
눈부신 세상 눈부신 세상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 ≪나태주 육필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중에서 새해 조금 더 나를, 이웃을, 세상을 사랑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