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문화, 혹은 특수한 사회적 상황은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이질적인 병상(病狀)의 환자를 낳게 된다고 현대의 비교 문화 정신의학은 진단하고 있다. 잘칵거리는 타이프 소리, 하얀 천정, 혹은 시커먼 천정, 폐쇄병동 그리고 암(癌)처럼 길게 늘어져 오는 덩어리. 시커먼 거미, 심연, 아마 자네는 감당할 수 없었으리라. 피차 우리는 무서웠던 것이다. <광인일기>, ≪강용준 …
2007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사람들이 “다 좋다. 하지만 다음은 무엇일까? 광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구절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는 데 적잖이 놀랐다. 내가 광고 산업의 미래에 대해 적은 분량을 할애한 이유는 이 책의 부제에 있다. ‘세계 광고의 역사’. 이 책은 역사에 관한 책이다. 이유가 분명하고 간단하다. ‘2판 서문’, …
그러나 이 책은 기존 서적이 다루지 않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중요성을 언급함으로써 관련 논의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기술연구, 사회학, 문화연구, 정치경제학 등을 기반으로 범학제간 연구를 수행했다. 저자는 비판적 논의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례적인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왜 클라우드 컴퓨팅인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의 …
“미국의 공립학교들은 세금을 낭비하며 비효율적이라는 공격에 시달렸다. 학교는 점점 더 많은 기록과 보고에 붙잡혔다. 어떤 일이 그렇게 되었다는 과정과 결과를 쉼 없이 보고해 효율성을 보여 주어야 했다. 교육 비용 회계는 일상이 되었다. 교사는 매일 매시간 설명하고 보고했고, 교육 행정가들은 보고와 정책 문서를 작성하는 일에 매달렸다.” ‘시장, 전문성, 신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
진: 아…. 그럼요, 당연하죠. 그분이…그분한테 제가 그렇게 전할게요. 염려 마시고…부디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히 계세요. (전화를 끊는다. 그녀가 고든을 향해 나직이 말한다.) 당신 어머니 전화였어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살핀다. 뭔가 지극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던 듯 거룩해 보이는 얼굴이다. 그녀가 그의 이마에 손을 댄다.)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내가 계속 …
2681호 | 2015년 7월 14일 발행 뉴로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현 단계 조창연이 쓴 <<뉴로 커뮤니케이션>> 뉴로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현 단계 뇌파를 측정해 커뮤니케이션의 작용과 기제를 밝힌다. 뇌와 기계가 연결되고 뇌와 뇌가 직접 만난다. 의식 너머에서 작용하는 커뮤니케이션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지금 이것을 찾는다. “뇌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되면 새롭게 획득된 …
2679호 | 2015년 7월 13일 발행 사랑이 깨질 수 있는 한마디 윤태일이 쓴 <<사랑과 소통>> 알러뷰 또는 사랑해 같은 세 음절 문장이고 뜻도 같지만 소통 방식은 하늘과 땅이다. 알러뷰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한다. 그렇다면 사랑해는 누가 누굴 사랑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사랑이 깨질 수도 있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제시한 고맥락 …
2676호 | 2015년 7월 10일 발행 이재신의 뇌과학과 커뮤니케이션 고찰 이재신이 쓴 <<뇌과학과 커뮤니케이션>> 뇌와 언어, 문명과 미디어 인간의 뇌는 언어를 만든다. 언어는 문명을 만든다. 이제 인간의 정보는 인간의 몸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미디어를 통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한다. 그 중심에는 역시 뇌가 있다. “멍게의 유충에는 뇌가 있다. 멍게의 유충은 바다를 …
2675호 | 2015년 7월 9일 발행 온정균이 본 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이지운이 옮긴 ≪온정균 사선≫ 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아침 햇살이 침상 곁 병풍에 빛난다. 천천히 화장하고 머리를 빗는다. 꽃을 꽂고 거울에 비춰 본다. 예쁘다. 옷을 입는데 수놓은 새 한 쌍이 눈에 띈다. 쌍쌍이 금빛 자고새. 小山重叠金明滅 병풍에 그려진 작은 산에는 …
2669호 | 2015년 7월 6일 발행 원효는 뭘 보고 공부했을까? 조수동이 뽑아 옮긴 원효(元曉)의 ≪열반종요(涅槃宗要)≫ 원효의 텍스트 그가 지은 열반종요는 대반열반경의 요약본이다. 왜 이 책이었을까? 불법의 큰 바다이고, 방등의 비밀 창고, 넓고 넓어서 끝이 없고, 깊고 깊어서 바닥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반열반경≫ 제1권에 “그 부류의 음성에 따라 널리 중생에게 …
2663호 | 2015년 7월 2일 발행 그로테스크, 불안정한 시대의 진단술 이창우의 <<그로테스크의 정치학>> 불안정한 시대의 진단술 확실한 대상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꽤 확실한 편이다. 그러나 해체와 혼종, 공황 효과, 지배질서의 일탈과 무질서 같은 사회변동기 고유한 아이러니를 잡아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로테스크의 정치성에 물어볼 차례다. “그로테스크의 정치학은 동시대 사회 성원들의 집단적 마음을 …
2624호 | 2015년 6월 8일 발행 송종현이 분석하는 모바일 미디어의 일상 송종현이 쓴 ≪모바일 미디어와 일상≫ 휴대폰이 만드는 소통과 소외 매일 대화하지만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 모바일 관계는 넓지만 옅다.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집착하지만 바로 옆 사람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 소통이 소외를 낳는다. “누군가와 …
2614호 | 2015년 6월 1일 발행 루마니아의 건축 마스터, 마놀레의 비극 임재일이 옮긴 루치안 블라가(Lucian Blaga)의 ≪건축 마스터 마놀레(Meșterul Manole)≫ 둘 다 가질 순 없다 건축가는 명작을 꿈꾼다. 땅은 허락하지 않는다. 벽은 밤마다 무너진다.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과 아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 둘 다 가질 순 없는가? 총독: …
2607호 | 2015년 5월 27일 발행 남자의 오만, 여자의 편견 이미애가 뽑아 옮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천줄읽기≫ 남자의 오만, 여자의 편견 남자는 너그럽고 여자는 발랄했다. 첫눈에 여자는 그저 그랬고 남자는 무례했다. 젊음의 순수함과 사랑의 열정이 없었다면 둘은 영원히 오만과 편견을 벗어날 수 없었다. “가문도, 인척도, 재산도 …
2604호 | 2015년 5월 26일 발행 임종섭이 설명하는 미디어 기업의 소셜 미디어 전략 임종섭이 쓴 <<소셜 미디어와 언론의 관계성>> 언론사를 살리는 소셜 미디어 독자가 직접 뉴스 생산에 참여한다. 참여는 충성을 만든다. 충성은 지지자를 만든다. 지지자는 언론사 콘텐츠의 든든한 우군이다. 장기 접근이 관건이다. 광고 수익이 아니라 회원 확보가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소셜 …
2594호 | 2015년 5월 19일 발행 김성한의 바비도와 양심의 조건 김학균이 엮은 ≪초판본 김성한 작품집≫ 양심과 정의의 조건 화형대 앞에서 회유가 들어온다. 죽고 싶은가, 살고 싶지 않은가? 바비도가 대답한다. 꼭 죽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착같이 살고 싶지도 않다. 옳은 것은 언제나 한가운데서만 자란다. 가난한 자 괴로워하는 자를 구하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