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열 가지 얼굴
이재현의 ≪SNS의 열 가지 얼굴≫
새로운 말과 글의 발칙스러움
사회관계망체계, 곧 SNS는 말하기와 글쓰기다. 오래된 일이다. 우리가 당황하는 이유는 속도와 넓이 그리고 빈도다. 이재현은 재매개, 텍스트 확장과 환유, 에크프라시스, 비장소, 문화 소프트웨어 개념을 동원한다. 기술의 근원을 인간에서 찾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SNS에 대한 연구 접근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균형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넷이 수행하던 기능이 모두 소셜로 옮아 간다. 뉴스, 정보, 게임, 오락을 비롯해 모든 것을 수렴해 내는 SNS의 실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SNS 연구는 어디에 초점을 두었나?
정보 전파 과정 분석 중심이었다.
당신은 이 책에서 무엇을 했나?
SNS의 모든 면을 보이고 싶었다.
지금까지 무엇이 부족했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시각은 도구, 과정, 효과에 대한 연구였다. 매체 본질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
SNS의 매체 본질을 구성하는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글쓰기, 문화, 소프트웨어다.
매체 본질이 글쓰기 문화 소프트웨어란 말인가?
SNS는 정보 전파 도구이기 이전에 이미 글쓰기 공간이며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보다 넓은 시각을 얻을 수 있다. SNS가 갖는 역사 맥락을 조망할 수 있다.
한국 연구자들은 어떤 연구 관점을 유지해 왔는가?
거의 전적으로 CMC 관점이다.
한국 연구자들이 거의 모두 CMC 접근에 쏠린 이유는 무엇인가?
연구 관습의 관성이다.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하지 못하는 이론적 빈곤에 있다.
이론적 빈곤의 대안은 무엇인가?
인문학과 일반 사회과학 분과의 통찰에 주목해야 한다. 깊이 보면 SNS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현상과의 직접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소프트웨어 관점이란 무엇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이 미디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매개된다고 본다. SNS 이용자와 소프트웨어인 SNS 사이의 상호작용이 주요 관찰 대상이다.
한국 사회 분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 즉 교호성이 어떻게 소프트웨어로 매개되어 왔는지를 살핀다. PC 통신 이후부터 역사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SNS를 마케팅 도구로 보는 태도는 옳은가?
산업과 정치에서 활용 여지가 많다. 이런 관점은 기술결정론과 기술낙관론을 기저에 깔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관점이 횡횡했다.
학술 영향력이 있는가?
한때 인기를 끌지만, 그러나 학문으로서는 수명이 짧다.
사회관계망 분석 방법의 연구 약점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대인관계와 네트워크를 다루어 왔기 때문에 네트워크 미디어인 SNS에 상당한 설명력과 유력한 접근 방법을 제공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정태적이다. 사회적 과정은 갈등적이고 동태적인 과정이다.
유력자 연구는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나?
최소한 트위터에 관해서는 밝혀질 만큼 다 밝혀진 것 같다. 던컨 와츠라는 네트워크 과학자가 정리했듯이 SNS에서 유력자와 추종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권력이 행사된다. 그 과정도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즉 2단계 유통 가설로 설명된다고 확인되었다.
당신은 SNS를 탐색하기 위해 어떤 개념을 사용하는가?
재매개, 텍스트 확장과 환유, 에크프라시스, 비장소, 문화 소프트웨어 개념이다.
이들 개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기본적으로 매체적 속성, 글쓰기, 문화, 인문학, 현대사회 이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당연한 개념 아닌가?
실제 연구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
당신의 접근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SNS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가 가능하다.
재매개는 SNS 연구에 어떤 통찰을 제공하는가?
재매개는 미디어를 들여다보는 틀과 같다. 이 관점에서 미디어를 보면 그 안에서 다른 미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SNS가 새로운 미디어인 것 같지만 사실은 기존 미디어의 인터페이스, 표상 양식, 사회적 인식을 차용하여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에크프라시스란 무엇인가?
그리스 수사학의 한 영역으로 시작되었다. 회화나 조각과 같은 시각적 예술작품을 언어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SNS를 에크프라시스로 어떻게 설명하나?
SNS는 수많은 미디어 요소를 담고 있다. 텍스트가 주요한 표현 양식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른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에크프라시스적 관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인문학적 개념으로 규정한 것이다.
비장소란 무엇인가?
인류학자 마크 오제에 따르면, 비장소란 교차는 하되 만남이 없고 미디어는 난무하되 전정한 이해는 없는 그런 장소다.
SNS가 비장소인가?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라고 주장하고, 그러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과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정신병리학적으로 말하면 SNS는 노출증, 관음증, 나르시시즘를 결합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다.
문화 소프트웨어에서 SNS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뉴미디어 연구가 마노비치에 따르면, 문화 소프트웨어란 문화적 산물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데 활용되는 소프트웨어다. SNS가 그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특별히 소셜 소프트웨어라 부른다.
앞으로 SNS 연구는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가?
인간 교호 과정의 소프트웨어화다. 프랑스 철학자 슈티글러의 표현대로 “사회적 네트워크의 기술적 쓰기”를 역사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급속히 발전해 온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당신의 다음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
≪포스트 소셜≫이란 작은 책을 준비한다. SNS를 탈인간중심주의적 관점, 소프트웨어 연구 관점, 커뮤니케이션 양식에 대한 문명사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우리는 지금 포스트 소셜로 간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재현이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