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시니어
노인과 텔레비전 신간, <<TV와 시니어>>
절실한 텔레비전
“이거 없으면 못 살아.” 홍명신이 올해 초 텔레비전에서 만난 일흔여섯의 독거 할머니는 자기 방에 놓인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뉴스 채널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할 뿐 아니라 부인보다 더 열심히 드라마 시간을 기다리는 남성 노인도 늘고있다”고 한다. 젊은이에게는 점점 시들해지는 이 미디어가 노인들에게는 점점 절실해지는 미디어가 되고 있다. <<TV와 시니어>>는 나이와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삼은 그의 세 번째 저서다.
노인은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나?
뉴스다. 최근에는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다음으로 스포츠, 연예와 오락, 교양과 다큐멘터리, 영화, 코미디, 토크쇼가 뒤를 잇는다.
외국 노인도 같은가?
뉴스, 다큐멘터리, 공공 프로그램 같은 정보 지향성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게임 쇼나 흘러간 노래, 드라마, 시트콤도 즐겨 본다고 한다.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노인들은 텔레비전을 장시간 시청하지만, 프로그램을 고르는 자세는 선택적이다. 즉 아무거나 보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강의교수로 일하는 홍명신이다. 그동안 <<에이징 커뮤니케이션>>과 <<늙어가는 미국>>을 출간했다.
공저자 홍순창은 누구인가?
TBC 라디오의 <장수무대>를 시작으로 KBS TV에서 <장수만세>, <대한민국 100세 종합>, <할머니 할아버지> <100세 퀴즈쇼>, <노인취업박람회>, <실버가요제>를 제작하고 <황영조 효마라톤 대한민국 일주>, <노인 영어말하기 대회>, <No老 야구단>, <일하는 노인사진 콘테스트>, <세계 효문화 축제>, <아름다운 불효사연 공모>등을 기획한 피디다. 우리나라 노인 프로그램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은 왜 노인에 관심이 많은가?
2000년 전후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에 대한 다각적인 조명이 시도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노인 커뮤니케이션 분야도 중요해지겠구나’ 생각했다. 국내외 자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자료가 너무 없어서 학자로서 도전할 만한 분야라고 판단했다.
결정적 계기가 있었을텐데?
티핑 포인트는 피시통신 고령자 동호회인 ‘원로방’과의 만남이었다. 1992년에 개설되었는데 정회원 가입 조건이 60세 이상이었다. 회원들을 취재했는데 나의 고정관념이 확 깨지는 순간이었다.
어떤 일이 있었나?
그들은 고학력, 전문직 남성 노인들이었다. 전국 각지에 있는 원로방 회원들이 날마다 게시판에 들어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원로방에서 배운 컴퓨터 사용 능력을 다른 노인들에게 가르쳐 주는가하면, 외국의 노인 단체들과 전자회의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왜 지금 <<TV와 시니어>>인가?
2007년에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고령사회를 위한 노인 커뮤니케이션·미디어 연구>>를 썼다. 노인의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이용에 관한 개론서였다. 그러고는 언제 기회가 되면 미디어별로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각론의 첫 책이 된 셈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2007년부터 꾸준히 준비했다. 관련 논문도 발표했고, 외국에 출장 갈 때면 관련 시설을 방문했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뷰도 하면서 보충했는데 원대한 계획에 비하면 다소 심심하게 되었다. 말랑말랑한 결과물이다.
‘나이든 시청자’라는 용어는 노인 시청자나 실버 시청자와 다른 뜻인가?
노인 시청자나 실버 시청자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이 든 시청자라고 표현해봤다. 한국어이고 부드럽고 어른스럽다는 느낌이 들지않나? 일본에서는 어른 시청자라고도 표기한다.
네이밍 전략이 있었나?
젊었던 시청자가 나이를 먹었으니 나이 든 시청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은가?
노인은 노인 프로그램을 싫어한다. 누가 보는가?
딸, 며느리처럼 노인 세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노화와 늙음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 나이는 젊지만 가정 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 노인복지와 시니어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 시청자다. 이러한 경향은 실버도서, 노인잡지의 이용자 조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노인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이 노화, 노년을 이해하는 것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나이든 시청자의 특징은?
몰라서 그렇지 그들은 가장 충직한 시청자군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은 이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한국의 노인 프로그램의 특징이 있는가?
우리나라는 이미 1970년대부터 노인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이 가치를 너무 가벼이 여긴다. 노인 프로그램은 한국 방송의 주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이고 RL TV처럼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인 프로그램에서 한류 생성의 가능성은?
가능하다고 본다. 노인들에게는 실로 방대한 여가시간이 있고,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한류 팬 할머니들은 나이 든 시청자의 글로벌 팬덤을 확인시켜 주는 또 다른 미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