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문제
2462호 | 2015년 2월 24일 발행
카우츠키의 ≪농촌 문제(Die Agrarfrage)≫ 출간
이승무가 옮긴 카를 카우츠키(Karl Kautsky)의 ≪농촌 문제(Die Agrarfrage)≫
농촌에 대한 도시의 채무
자본주의 체제에서 도시는 농촌을 지배한다.
공장 물건이 가내 수공업을 밀어내면 농촌은 물건 살 돈이 필요하다.
돈을 위해 농사를 짓게 되고 풍년이 들거나 흉년이 들면 농촌은 함몰된다.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도 무너진다.
이제 농촌에 빚을 갚을 때가 되었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보통 (여러 식민지들 외에는) 먼저 도시에서, 그리고 공업에서 발전한다. 농업은 대개 오랫동안 그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로 유지된다. 그러나 이미 공업 발전은 농업 생산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성격을 부여한다.”
≪농촌 문제≫, 카를 카우츠키 지음, 이승무 옮김, 10쪽
공업 발전이 농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농촌의 가내수공업 해체다. 농민은 이제 필요한 것을 돈으로 사야 하고 그 때문에 더 많은 화폐가 필요하게 된다. 시장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고 농민은 도시의 시장에서 팔기 위한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 자본주의적 농업의 시작이다.
자본주의적 농업이란?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제도와 자본주의적 차지농, 그리고 농업 기술 발달을 기초로 하는 농업이다.
그것은 농촌을 어떻게 바꾸는가?
농업 자본가는 단기 이익을 추구한다. 무차별 경쟁으로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이런 농업은 토지의 척박화를 가져오고 도시의 농촌 착취를 일으키고 건강한 노동력을 키워 온 소농의 존립을 고통스럽게 한다. 도시와 농촌의 물질 순환도 막는다.
소농의 존립이 고통스러워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농업 생산물의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없고 팔리지 않는 곡식을 팔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풍작은 예전에는 축복이었지만 이제는 저주다. 흉작은 예전에는 단순한 해악이었지만 이제는 농민을 완전히 파멸시킨다.
농민이 돈을 벌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부족한 화폐 수입을 채우기 위해 토지를 저당 잡히고 대출을 받는다. 그러나 대부 자본의 착취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결국 생활 터전인 토지를 빼앗기고 프롤레타리아가 된다.
카우츠키는 소농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합리적, 과학적 방법에 따라 지도받고 최신 장비를 갖춘 대농이 소농보다 더 많은 수확을 얻는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소농은 대농이 되지 못하나?
토지라는 생산수단의 특성 때문에 불가능하다. 소농은 발달한 농업 생산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 그래서 생산력이 낮지만 토지에 집착한다.
소농의 고통은 필연인가?
냉정한 역사 발전 방향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카우츠키는 고통을 덜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섰다.
카우츠키가 찾은 소농 구제 방안은 뭔가?
농촌의 사적 소유권 제한, 공유지 확장, 자치공동체의 자율성 확대, 협동조합을 바탕으로 한 생산과 소유 장려, 농공업 기업 설립, 농촌의 복지와 문화, 교육 수준 향상 정책 등이다.
실현되었는가?
그가 제시한 농촌 정책은 현대에 대부분 시행되었다. 농촌의 어린이 혹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제는 진부할 정도다. 농촌 공업에서 물질 재활용 문제, 삼림과 하천의 국유화, 주택 문제, 국가 보험 문제는 지금 봐도 진보적이고 현대적이다.
오늘날 세계 농촌은 어떤 모습인가?
서구 선진국의 농업과 농촌 정책은 잘되어 있다. 농촌 자치공동체의 정책 자율성이 역사적으로 이어졌다. 농민이 비교적 윤택한 삶을 누린다. 우리나라는 강압적 국가권력이 농촌 고사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 농촌의 풍경은 무엇인가?
깨진 석면슬레이트 지붕, 쓰러져 가는 빈집, 텅 비고 풀만 무성한 학교, 썰렁한 읍내 거리, 이것이 우리나라 농촌 어디서나 흔한 풍경이다.
우리 농촌이 깨진 이유가 뭔가?
농업의 의미를 무시했다. 지역의 자율성과 문화, 생태 가치도 무시했다. 농촌을 희생시켜 수출 공업화를 추진한 결과다. 명확한 장기적 사상과 이론적 기초 없이 무책임하게 펼친 국가 농업 정책과 자본의 합작품이다.
카우츠키가 오늘의 우리 농촌을 도울 수 있는가?
그는 단순한 생산 효율 증대나 규모의 경제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사회, 농촌과 도시 간 물질 순환의 전체 모습을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농촌과 도시의 지속 가능한 물질 순환과 인구 문제, 우리 농촌 경제를 위한 장기 정책이 모색되길 희망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승무다. 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