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김재희가 뽑아 옮긴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Les deux sources de la Morale et de la Religion) 천줄읽기≫
인류의 방향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기계가 생활을 만든다. 일상이 계산으로 움직이면 인류는 작은 합리에 수감된다. 이제 끝인가 싶을 때,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반대쪽을 돌아본다. 그곳엔 도덕과 사랑의 영웅들이 있다.
닫힌사회는 다른 인간들에게는 무관심한 채 구성원들끼리 결속되어 있는 사회이고, 공격하거나 방어할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으면서 전투태세를 강요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손에서 만들어져 나왔을 때의 인간 사회다. 개미가 개미 집단을 위해 만들어졌듯이, 인간도 사회를 위해 만들어졌다.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천줄읽기≫, 앙리 베르그송 지음, 김재희 옮김, 132쪽
닫힌사회는 어떻게 닫히게 되는 것인가?
한 사회의 보존과 이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집단 이기주의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사회와 전쟁으로 가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닫힌사회는 무엇으로 유지되는가?
억압의 도덕과 정적 종교다.
억압의 도덕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결속을 지향하는 본능에 따라 의무를 강제하는 것이다. 가족애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다른 사회에 대해 배타적인 거리를 취한다.
정적 종교는 무엇인가?
억압의 도덕을 강화하는 종교다. 인간이 지닌 고도의 합리적 지성에 저항하는 환각적 표상, 즉 미신을 꾸며 내서 한 사회를 보호하고 유지한다.
닫힌사회에서 인류의 모습은 어떤가?
자신이 이룩한 문명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한다.
문명의 억압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거대한 기계의 발명으로 근대 산업사회가 구축되면서 인간의 물리적 힘이 크게 증가했다. 그에 따라 기계적인 것이 신비적인 것을 위축시키고, 커진 육체는 영혼의 보충을 기다리게 되었다.
인간은 미래에도 이렇게 살게 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뭐가 달라지는가?
사회의 진화에서는 한쪽의 경향을 극단으로 소진한 다음에는 반대쪽 경향을 뒤이어 실현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역사 속에서 관찰되는 보수와 진보 양극단의 교대는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인간 사회가 진정한 살길을 찾아 도약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진정한 살길이란 무엇인가?
열망의 도덕과 동적 종교로 특징되는 열린사회로 도약하는 것이다.
열린사회는 어떤 것인가?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의 본성에 기초를 둔다. 사회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 타자에 대한 개방과 포용을 허용하는 사회다.
열망의 도덕이란 무엇인가?
보편적 인류에 대한 사랑과 인류 전체의 진보를 지향하는 것, 타자를 환대하는 것이다.
동적 종교는 무엇인가?
열망의 도덕을 강화하는 종교다. 인류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고 인간 사회의 진보를 개방하는 적극적인 사랑의 행위를 실천한다.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 넘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인간의 조건을 초월하는 도약이 필요하다. 예수나 성인들이 실천해 보였던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을 모두가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 전체가 예수처럼 살 수 있나?
도덕적 영웅들의 사랑의 행위로부터 받은 정서적 감동과 그들을 모방하고자 하는 열망을 자발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근시안적 지성의 눈을 생명 일반과 인류 전체의 근원에 대한 직관으로 돌려 전체에 대한 사랑을 회복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열릴 수 있다.
앙리 베르그송은 누구인가?
프랑스의 철학자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철학 교수,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유네스코의 전신인 국제연맹 국제협력위원회 의장을 지내고, 레지옹 도뇌르 명예 훈장에 이어 1927년 노벨문학상까지 받으며 살아생전에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철학자에게도 노벨문학상을 주는가?
20세기 중반까지는 문학자가 아니라 뛰어난 글을 남긴 역사가나 철학자에게도 준 적이 있다. 테오도어 몸젠이나 버트런드 러셀도 그 상을 받았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발췌해 옮겼는가?
원전의 주요 내용을 장별로 균형 있게 소개하면서 핵심 사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30%를 발췌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재희다.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HK연구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