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1989년 등단한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이정록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나무도 가슴이 시리다>를 비롯한 50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이정록
1964/ 충남 홍성 출생
1985/ 공주사대 한문교육과 졸업
1989/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3/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1/ 제20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2002/ 제13회 김달진문학상 수상
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의자≫, ≪정말≫
동시집
≪콧구멍만 바쁘다≫
동화책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
차례
시인의 말
제1부·의자
10 더딘 사랑
12 첫눈
14 웅덩이
16 햇살의 경문(經文)
18 의자
22 뒷짐
24 머리맡에 대하여
32 산 하나를 방석 삼아
36 쥐눈이별
38 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제2부·제비꽃 여인숙
44 주걱
46 얼음 도마
50 아름다운 녹
52 강
54 마지막 편지
56 나무 기저귀
60 현운묵서(玄雲墨書)
64 줄탁( 啄)
66 바람아래
70 흰 별
제3부·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76 물소리를 꿈꾸다
78 고치 속에서 북을 치다
80 눈사람의 상처
82 달맞이꽃
86 중심
88 부검뿐인 생(生)
92 흰 구름
94 나에게 쓰는 편지
96 대추나무
98 봄비 내린 뒤
제4부·풋사과의 주름살
104 풋사과의 주름살
108 세수
110 잠
112 마디
116 겨울 헛간
120 참깨
124 씨앗 파는 여자(女子)
128 간장
130 기러기 떼
132 겨울 저수지에서 쓰는 편지
제5부·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136 서시
138 보석 달
142 나무 한 그루
146 사과밭으로
148 오래된 풍선
150 탱자나무의 말
152 해열제
154 황새울
158 혈거시대(穴居時代)
164 무우
169 시인 연보
책속으로
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남쪽으로
가지를 몰아 놓은 저 졸참나무
북쪽 그늘진 둥치에만 이끼가 무성하다
아가야
아가야
미끄러지지 마라
포대기 끈을 동여매듯
댕댕이덩굴이
푸른 이끼를 휘감고 있다
저 포대기 끈을 풀어 보면
안다, 나무의 남쪽이
더 깊게 파여 있다
햇살만 그득했지
이끼도 없던 허허벌판의 앞가슴
제가 더 힘들었던 것이다
덩굴이 지나간 자리가
갈비뼈를 도려낸 듯 오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