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교외의 한 호텔 야외 연회장에서 마술쇼가 벌어진다. 관객들의 열띤 호응 가운데, 무언가를 사라지게 했다가 다시 나타나게 하는 마술 시연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술쇼 도중 마르타가 정말로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아내를 자리로 되돌려놓으라는 칼로게로와 아내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없는 믿음으로 상자 뚜껑을 열면 거기서 아내가 나타날 것이라 말하는 마술사. 결국 칼로게로는 마술사에게서 받은 상자 뚜껑을 열지 못한 채 객석으로 돌아가고 마르타가 사라진 채 그렇게 수일이, 또 수년이 지나간다.
작품은 마술적 환상에 기대 살아가던 주인공이 스스로 환상 세계의 주인이 됨으로써 실존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루이지 피란델로의 계보를 잇는 이탈리아 현대 연극의 대표 작가로 “이탈리아의 몰리에르”라 불리는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는 이 작품을 통해 실재와 거짓 환상이 뒤섞인 삶의 속성을 들여다보고 결국 삶의 본질은 개인의 신념에 따라 규정되는 것임을 깨우쳐 준다. 코메디아델라르테 전통을 계승한 코미디로 파리 공연의 큰 성공에 힘입어 세계 각국에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의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왔다.
200자평
마술적 환상에 기대 살아가던 주인공이 스스로 환상 세계의 주인이 됨으로써 실존을 찾는다는 이야기. 인생을 하나의 거대한 마술에 빗대고 있다. 20세기 이탈리아 연극계에서 배우, 극작가로 활동한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의 대표작이다.
지은이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Eduardo de Filippo, 1900∼1984)는 20세기 이탈리아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연출가이며 네오리얼리즘이 풍미하던 이탈리아 영화의 뛰어난 배우로서 흔히 ‘이탈리아의 몰리에르’라고 불린다. 1930년 동생 남매와 함께 극단을 창단해 1945년까지 자신이 쓴 희곡들을 주로 공연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무대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연기하는 전천후 배우였으며 끊임없이 희곡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작가이자 연출가였다. 무엇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가슴엔 평생 비범한 배우로 활동한 그의 모습이 남아 있다. 배우로서 명성이 그의 뛰어난 작가적 역량을 넘어선 적도 있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에두아르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연기하기 힘들다’고 생각될 자신의 분신들을 창조했다. 드 필리포는 시적 상상력이 넘치는 나폴리 방언과 표준 이탈리아어를 작품에 따라 또는 극적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 두 언어가 한 작품에 혼합되면 희극적 기지 속에 오묘한 비극성이 녹아드는 극적 효과를 유발한다. 작가는 소품부터 거작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를 세밀하게 해부하고 수많은 인물들의 초상을 그려 냄으로써 사회적 불평등과 현실의 참담함을 집요하게 밝혀내며 이탈리아 희극의 새로운 경지를 이룩했다.
옮긴이
장인숙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수학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연극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과학대학 공연연기과 교수를 지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이탈리아 근현대 희곡을 중점적으로 번역하고, 유럽 연극의 실기(연기, 연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20세기 전반기 유럽의 연출가들≫(공저), ≪몸과 마음의 연기≫(공저), ≪아리안느 므누슈킨과 태양극단의 공동창작 연극≫이 있으며 역서로 ≪바르바와 오딘극단의 연극 여정≫, 라비슈의 희곡 ≪이탈리아 밀짚모자≫, ≪표적≫, ≪페리숑 씨의 여행≫, ≪눈속임/루르신 거리의 사건≫, 뮈세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어야 하오≫, 페이도의 희곡 ≪의심 품기≫가 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나타난 인물의 변형적 특성>, <보드빌의 극작술 연구>, <작크 코포의 연극 교육: 실천적 의의와 방법>, <골도니의 연극 개혁: 쟁점과 양상>, <조르지오 스트렐러의 연출 미학>, <자크 르콕의 중립 가면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칼로게로: (부르며) 교수님, 어디 계십니까?
오토: (오른쪽에서) 저 여기 있습니다.
칼로게로: (가족을 가리키며) 이 환영들이 마음에 드시오?
오토: 아니요. 왜요?
칼로게로: 우리 연기에 꼭 필요하지 않다면 없애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즐거운 식사에 방해가 되는군요.
오토: 우리 연기에 도움이 안 됩니다. 거슬리십니까? 즉시 없애도록 하죠. (가족에게 다가가더니 방백으로 말한다.) 부인이 돌아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