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톨릭교회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보다 “보편적인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책에 기록된 주인공들은 베드로와 사도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목도하고 순교의 전도 여행을 떠났던 초기 가톨릭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 동쪽으로 동쪽으로 배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향했다.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 거인이었다. 이들이 활동하던 시대를 저자가 “거인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1415년 포르투갈이 아프리카 세우타(Ceuta) 점령과 함께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착수하면서 15세기는 세계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세기 중 한 세기가 되었다. 그것은 인류 미래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 시대, 대발견의 시대였다.
이때, 포르투갈인들이 지팡구라는 전설의 섬 일본으로 가기 위해 마카오 반도에 기지를 건설했다. 이를 발판으로 일군의 선교사들이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일본 선교를 개척하고 동방의 사도로 불린 성 프란치스코 사비에르가 중국의 굳게 닫힌 문을 열지 못한 채 광둥의 조그만 섬 상촨다오에서 선종하고, 그 뒤를 이어 발리냐노와 루지에리 등이 잇달아 육중한 성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문을 성공적으로 열고 들어가 본격적인 전교 활동을 개시한 인물이 바로 마테오 리치였다. 그는 뜨겁고 순수한 믿음으로 무장하고 수학과 과학 지식을 도구로 삼아 수도인 베이징에까지 들어가 활발한 전교 활동을 펼쳤다.
리치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롱고바르디, 줄리오 알레니, 트리고, 그리고 리치의 뒤를 이은 아담 샬과 페르비스트 등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배타성 강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초인적인 인내와 불굴의 노력을 통해 기적이나 다름없는 성취를 일구었다. 중국 기독교의 3대 기둥이라 불리는 쉬광치, 리지짜오, 량팅쥔, 이들은 그 기적을 있게 해 준 또 다른 거인들이다. 그러나 이 기적은 예수회의 노선에 반대한 도미니크회와 프란체스코회 수사들이 야기한 백년간의 전례 논쟁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오늘날 거리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맹목적이고 편협한 모습이 겹쳐 보인다. 저자가 예수회 신부인 만큼 자신의 선배들에게 가능한 한 유리하게 서술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선교의 본질과 선교사의 본령을 되묻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비신자를 대하는 신앙인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200자평
이 책은 동서 문화 교류사에서 화려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교사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두 세계를 성공적으로 연결한 선구자였다. 그들의 이야기가 가치 있는 것은 비단 세계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해서만이 아니다. 기독교를 비롯한 오늘날의 모든 종교의 선교사에게, 그리고 문화적, 인종적, 민족적 오만의 장벽을 어떻게 타파해야 할지를 아직 배우지 못한 세계에 들려줄 게 많기 때문이다.
지은이
조지 듄(George H. Dunne, 1905~1998)
예수회 신부이며, 세계교회주의자(Ecumenist)이자 미국 가톨릭 교회의 선구적인 인권 옹호자다. 1932년 곤자가(Gonzaga)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30년대 중반 중국에서 예수회 선교사로 헌신했다. 1944년 시카고대학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예수회 설립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각종 사회 문제의 해법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예수회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된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그러나 인종 차별, 특히 가톨릭 대학 내의 인종차별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해임되었다. 그 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로욜라(Loyola)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노조 파업을 지지하면서 다시 해임되었다. 이후 조지타운대학에서 근무한 뒤, 스위스 프리브루(Fribourg)주의 대학 프로그램 책임자로 있다가 1985년 퇴직했다. 그 후에 로스가토스(Los Gatos)에 있는 로욜라 메리마운트(Loyola Marymount)대학 예수회 은퇴사제 공동체에서 살다가 1998년 6월 30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옮긴이
문성자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어 작품의 한국어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번역서로는 ≪금익−근세 중국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고려대학교 출판부), ≪류짜이푸의 얼굴 찌푸리게 하는 인간 25종≫(예문서원), ≪잃어버린 천국 1, 2≫(플래닛), ≪이욱 사집≫(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이기면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배재대학교 중국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 고전문학 이론을 전공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원굉도 문학사상≫이 있고, 대표 논문으로는 <명말청초 이단 문학론의 실학적 이해>, <명말청초 방외 문학론의 근대지향성 연구> 등이 있다.
차례
저자 서문
도입부
1. ‘달나라’에 가기
2. 원정대에 합류한 마테오 리치
3. 리치가 주도권을 잡다
4. 기반을 넓히다
5. ‘달나라’에 도착하다
6. 밀알
7. 폭풍전야
8. 태풍
9. 폭풍우를 뚫고
10. 누가 울새를 죽였는가?
11. 신식 대포와 오래된 비석
12. 밀물과 썰물
13. 기둥이 무너지다
14. 형제의 ‘도움’
15. 이 얼마나 좋고 기쁜가
16. 포화 속의 적응
17. 전례 문제
18. 푸른 들판
19. 적자생존
20. 홍색 정대(頂戴)와 금색 학(鶴)
21. 거목들 쓰러지다
책을 마무리하며
중국인 목록
중국 선교사 목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리치는 성격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발리냐노의 정책 실행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그의 편지를 보면 그가 매우 다정다감하고 자상하며 이해심 많은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보낸 그의 전 생애는 한마디로 남다른 인내와 절묘한 기지(機智)의 기록이다. 그는 가족을 잊어 본 적 없듯이 고향 이탈리아 마체라타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를 가족과 고향에 묶어 놓은 끈은 시공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가족을 향한 끈끈한 사랑은 그가 집에 보낸 편지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주께서 우리 가족을 모든 악에서 보호해 주시길….” 유년의 추억이 서린 곳에 대한 애정에서는 진한 인간적인 면이 엿보인다. “계속 자세히 좀 써서 보내 주세요. 도무지 잊히지가 않네요.”
-38쪽
예수회의 브루노, 자크 로(Jacques Rho), 아담 샬의 지휘 아래 네덜란드 군대를 향해 대포가 발사됐다. 자크 로가 발사한 포탄 한 발이 운 좋게도 침략군의 중앙에 놓여 있던 화약통에 명중했다. 침략군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 예수회원 몇 명과 대포 몇 문이 결정적 역할을 해낸 이 승리는 마카오에는 물론이고 중국 선교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98쪽
선교 시작부터 중국 여성의 영적인 요구를 살피는 문제는 골칫거리였다. 가족이 아니면 이성간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어서 대화만 나누어도 의혹을 사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리치와 롱고바르디 둘 다 간통죄로 몰렸겠는가. 아담 샬은 수도회의 생활 방식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자유분방한 행동 탓에, 한때는 헐뜯기에 혈안이 된 자들이 쏟아내는 가십을 일부 동료조차 그대로 믿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가십으로 희생자의 명성이 손상되는 일은 없었다.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444~4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