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격강투지(隔江鬪智)》는 14세기 원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잡극 대본으로, 삼국지 이야기를 소재로 한 희극 중 하나다. 정식 제목은 《양군사격강투지 유현덕교합양연(兩軍師隔江鬪智 劉玄德巧合良緣)》이며, 우리말로 옮기면 ‘두 군사가 장강을 사이에 두고 지략을 겨루며 유현덕이 절묘하게 좋은 인연을 맺다’라는 뜻이다. 주로 유비와 손권의 누이 손안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제갈량과 주유 같은 유명 인물들은 조연으로 등장한다. 손안이 정략결혼의 희생자에서 강인하고 현명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 서사로 하고 있어 흥미롭다.
유비가 제갈량의 지략으로 형주를 점령한 후, 동오의 대원수 주유는 이를 시기하여 유비를 제거하고 형주를 차지하려 한다. 손권의 누이 손안을 이용해 유비에게 미인계를 쓰려 하지만, 제갈량이 이 계획을 간파하는 바람에 실패한다. 한편 손안은 유비를 진심으로 남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주유는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손안과의 혼인을 핑계로 유비를 꾀어낸 뒤 형주를 차지하려는 두 번째 계획을 세운다. 역시 미리 계략을 알아차린 제갈량이 수를 내어 위기를 면한다. 주유는 수치심에 격분하여 쓰러지고, 유비 일행은 형주로 무사히 돌아와 축하 잔치를 연다.
나관중의 〈삼국연의〉로 익숙한 배경, 인물이지만 이 작자 미상의 희곡은 그보다 반세기나 앞서 쓰였다.
200자평
적벽대전 이후 주유와 제갈량이 형주 땅을 놓고 지략을 다툰다. 나관중의 〈삼국연의〉보다 반세기 먼저 지어진 삼국지 희곡을 우리말로 감상한다.
옮긴이
문성재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비로 중국에 유학해 남경대학교(중국)에서 문학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어학으로 각각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우리역사연구재단 책임연구원, 국제PEN 한국 본부 번역원 중국어권 번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번역과 저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옮기거나 지은 책으로는 《중국고전희곡 10선》, 《고우영 일지매》(4권, 중역), 《도화선》(2권), 《진시황은 몽골어를 하는 여진족이었다》, 《조선사연구》(2권), 《경본통속소설》, 《한국의 전통연희》(중역),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한사군은 중국에 있었다》, 《루쉰의 사람들》, 《한국 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 왜곡》, 《박안경기》(6권), 《이각 박안경기》(8권) 등이 있다.
2012년에는 케이블 T채널이 기획한 고대사 다큐멘터리 《북방대기행》(5부작)에 학술 자문으로 출연했으며, 2014년에는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 정인보 《조선사연구》(상하권)가 대한민국학술원 ‘2014년 우수학술도서’(한국학 부문 1위), 2017년에는 《루쉰의 사람들》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년 세종도서’(교양 부문), 2019년에는 《한국 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 왜곡》이 롯데장학재단의 ‘2019년도 롯데출판문화대상’(일반 출판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박안경기》가 대한민국학술원 ‘2023년 우수학술도서’(인문학 부문)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오동우》·《남채화》·《천녀이혼》 등 원대 잡극 희곡의 번역과 《금관총의 주인공 이사지왕은 누구인가》 저술을 진행 중이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절
제2절
제3절
설자
제4절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주유 : 대부, 내가 어떻게 그 형주를 포기하겠소! 그대가 다시 주공께 가서 아뢰시오. 혼례 한 달째 되는 날 유비가 아가씨를 데리고 회문 인사 차 노부인을 뵈러 오면 내 여기서 장수들에게 강어귀를 지키게 해서 놈이 강을 건너가지도 못하게 만들겠소. 만약 우리 형주를 돌려준다면 만사를 그냥 넘기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당장 유비 놈을 죽이고 병력을 이끌고 형주를 공략할 작정이오! 이 계책이 … 어떻소?
노숙 : 원수님, 훌륭한 계책이올시다! 허나 … 공명이 호락호락 유비가 강을 건너오게 내버려둘지가 걱정이긴 합니다….
주유 : 대부, 그대는 내 말대로 주공께 고하기만 하면 되오. 망할 놈이 어디 이런 계책을 눈치나 채겠소?
노숙 : 소관,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시를 읊는다.)
주공근이 아무리 강동을 혼자 주무른다지만,
제갈량의 신묘한 계책은 무궁하기만 헌 것을….
두 사람이 강을 사이에 두고 지혜를 겨루는 통에,
나만 바쁘게 왔다 갔다 고생이로구나! (퇴장한다.)
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