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제스는 사회주의 세력과 논쟁을 하면서 자연과학 일원론의 문제를 강하게 느꼈다. 노동가치설이 효용가치설로 바뀌었어도, 고전파 경제학에 기반을 둔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는 신고전파 경제학에 기반을 둔 오스카르 랑게의 시장사회주의 계획경제 이론으로 모습을 바꾸어 방어에 나섰다. 이에 미제스는 고전파와 신고전파에 면면히 흐르는 객관주의 경제학이 실은 자연과학주의의 모습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래서 주관주의 경제학의 입장에서 자연과학주의적 객관주의를 강하게 논박했다.
당시 독일어권에서는 자연과학주의를 둘러싸고, 또 역사주의를 둘러싸고 학술 방법론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었다.
미제스는 인간행동과학에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실증주의에 반대했다는 점에서는 역사학파와 비슷했다. 자연과학에는 실증주의가 맞지만, 인간행동과학에는 실험도 할 수 없고 또 행동의 궁극적 원인이 행동하는 사람의 의식이기 때문에 외양을 자연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실증주의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주의의 과도함에 대한 경계라는 점에서는 역사학파와 오스트리아학파의 입장이 같았다고 할 수 있다. 미제스의 이러한 입장은 ‘방법론적 이원주의’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파가 민족이나 국가 등 전체 개념을 가지고 역사를 보려고 한 반면, 미제스는 인간행동과학에서도 개인을 가지고 분석했듯이 인간행동과학의 일부인 역사학에서도 당연히 개인으로부터 출발해서 분석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입장은 ‘방법론적 개인주의’라고 할 수 있다.
200자평
이 책은 ≪경제학의 인식론적 문제들≫과 자매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행동학 방법론에 대한 미제스의 후기 사상을 잘 보여 준다. 실증주의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아, 인간행동과학의 일반 법칙이 가능하고 그것을 다루는 학문이 사회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학문, 즉 인간행동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지은이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 1881~1973)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1881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왕국의 렘베르크 시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인 이곳에서 아버지가 철도부설 기술자로 일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오스트리아 자유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요아힘 란다우의 조카였다. 미제스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빈으로 이주했다.
1900년 빈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해 1906년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몇 달간 재무부에 근무하다가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1909년 빈 상공회의소로 들어가 1938년 히틀러 나치의 침략 이후 쫓겨날 때까지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1934년 이후에는 제네바 국제관계연구소 대학원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로 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미제스는 1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오스트리아 문제가 더 이상 국내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국제연맹이 있던 제네바로 갔다고 썼다. 미제스는 경제학의 과학성을 위해 헌신적 연구를 하면서도, 이처럼 현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뛰었다.
59세의 나이에, 10년 이상 사귄 배우 출신의 미망인 마르기트와 결혼했다. 그리고 히틀러가 프랑스 침공에 성공하고, 빈에 있는 미제스의 집을 수색해 책이나 문헌을 압수해 가자 어쩔 수 없이 마르기트와 함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는 길을 택했다. 이후 세미나를 주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오스트리아학파를 번성시켰다. 1973년 10월 10일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책들 중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인식론을 다듬은 것으로는 ≪경제학의 인식론적 문제들(Epistemological Problems of Economics)≫(1933), ≪과학이론과 역사학−사회·경제적 진화에 대한 해석(Theory and History−An Interpretation of Social and Economic Evolution)≫(1957), ≪경제과학의 궁극적 기초(The Ultimate Foundation of Economic Science)≫(1962)가 있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내용을 발전시킨 책으로 ≪화폐와 신용의 이론(The Theory of Money and Credit)≫(1912), ≪경제학(Nationalökonomie)≫(1940), 이 책을 확대 발전시켜 미국에서 발간한 경제학 개론서인 ≪인간행동(Human Action)≫(1949)이 있다.
또한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적 지침으로서 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자유주의(Liberalismus)≫(1927)가 그것이다.
고국 오스트리아에서도 인플레이션 정책에 견결히 반대를 했고, 성공도 좌절도 맛보았지만, 미국에 와서도 간섭주의의 원인인 국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의 예봉을 삼가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1929년에 출간했던 ≪간섭주의 비판(Kritik des Interventionismus)≫의 영어판 ≪간섭주의: 경제적 분석(Interventionism: An Economic Analysis)≫(1941)을 냈고, 히틀러 정권의 대두에 대해서 분석한 ≪전능한 정부−전체주의 국가의 대두와 전면전(Omnipotent Government−the rise of the total state and total war)≫(1944), 기업가의 회사 경영과 관료 지배가 얼마나 다른가를 분석한 ≪관료제(Bureaucracy)≫(1944)를 연달아 출간했다.
옮긴이
박종운
박종운은 청주고,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국회의원 연구 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사무처장, 경기도 경제단체 연합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는 맥락에서 ‘뉴라이트 운동’과 연대했다.
저서로는 신문 기고 및 방송 대담 등을 모아 발간한 경제 칼럼집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엣즈, 2008)가 있고, 역서로는 민경국 교수와 함께 번역한 미제스의 ≪인간행동(Human Action)≫(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권혁철, 김이석, 송원근, 최승노 박사와 함께 번역한 매슨 피리의 ≪미시 정치−성공하는 정책만들기(Micro Politics−Creation of Successful Policy)≫(북앤피플, 2012), 그리고 ≪사회주의≫(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과학이론과 역사학≫(지식을만드는지식, 2015)이 있다. 2016년에는 김승욱, 신중섭, 김행범, 안재욱, 최승노, 김광동과 함께 ≪자유주의 자본론≫(2016, 백년동안), 미제스의 책을 쉽게 풀어 해설한 ≪딱맞게 풀어쓴 자본주의 정신과 반자본주의 심리≫(2016, 자유경제원)도 출간했다.
차례
서문
인간행동학에 관한 몇몇 예비적 관찰
1장 인간의 마음
2장 지식의 행동주의적 기초
3장 필연과 의지
4장 확실성과 불확실성
5장 경제학의 범위와 방법론에 관한 몇 가지 통속적인 실수들
6장 경제학적 사고의 무시에 더 함축되어 있는 것들
7장 일원론의 인식론적 뿌리들
8장 실증주의와 서구 문명의 위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인간행동과학 이론의 모든 요소는 이미 행동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상술함으로써 명백해져야만 한다. 목적론(teleology)의 요소들 중에는 인과관계라는 범주도 있기에, 행동이라는 범주는 어떠한 인식론적 분석에서도 출발점이 되는 인식론의 기본 범주다.
-16쪽
자연과학주의는 동물학이 다른 살아 있는 존재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인간행동의 문제들을 다루려는 계획을 세운다. 행태주의는 동물의 행태와 인간행동 사이의 구별을 없애길 원한다. 이런 계획에서는 특유의 인간적 자질, 인간의 특징적인 모습, 즉 선택된 목적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없다. 그들은 인간의 마음을 무시한다. 그들에게 합목적성이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