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슘페터의 1934년 독일어판 ≪경제발전의 이론(Theorie der wirtschaftlichen Entwicklung)≫ 4판을 번역한 것이다. 여기서는 책의 핵심인 제2장과 제4장을 발췌 번역했다.
≪경제발전의 이론≫은 1세기가 지난 책이지만 그 내용과 시사하는 바는 아직도 살아서 숨 쉬고 있는 생명력을 가진 책이다. 기업 단위가 확대되어 자유경쟁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적 상태가 붕괴된 지금은 기술 독점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적 경쟁의 시대다. 세계경제 또한 경제성장보다는 경제발전의 이론이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게다가 사회주의국가조차도 이윤추구적 경제발전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신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슘페터가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이론은 아무도 간단하게 요약할 수 없지만 본질적으로 총체적 일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론적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에 근거한 동태적 경제발전이론과 대조를 이루는 반유물사관적 경제발전의 이론이다. 사회관계의 발전을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화를 통해 설명하지 않고, 우발적이며 비연속적인 기업가의 혁신에 의해 발전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윤의 원천이 아니라 이윤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적자생존설,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론에 대한 반격, 착취개념의 부정과 기업가에 대한 보수개념 도입 등 거대한 반마르크스주의 작업을 수행한 슘페터의 대표적인 저작물로서 마르크스주의 발전이론에 대적할 만한 근대경제학적 발전이론으로서는 지금까지 이만한 저서는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에 의해 붕괴할 것이라는 마르크스 이론에 대해 기업가의 혁신을 통해 자본주의는 영구히 발전할 것이며 자본주의의 경제적 성공이 가져온 합리주의적 비판정신이 새로운 사회로의 전이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제4장 기업가 이윤에 관한 장이다. 이 장에서 나오는 기업가혁신이라는 개념은 아직도 많은 경제학자들이나, 정책담당자들, 그리고 기업가들에 의해서 거의 일상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타의 장들은 제4장의 기업가 이윤을 설명하기 위한 장이거나 기업가 이윤을 위한 것, 혹은 기업가 이윤에 의한 것들을 설명한 장이다.
옮긴이는 이 책을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경제학의 전문적 지식, 특히 오스트리아학파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읽을 것을 권한다. 마르크스주의 발전이론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기업가 문제와 이윤의 실현 문제를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취급해야만 된다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 준 이 책은 특히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하는 책이다.
200자평
경제는 일정 주기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일종의 순환이다. 넓은 역사적 안목을 갖고 봤을 때 경제는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정태적 순환 과정에 놓여 있다. 진폭을 갖고 주기적으로 변동하는 경제체제에서 경제의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기존의 이론들은 경제의 양적 성장을 설명하기엔 충분했지만 질적 발전을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경제발전의 이론≫은 ‘경제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슘페터의 결론이다.
지은이
조지프 슘페터는 미국에서 활동한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오스트리아의 부유한 직물제조업자 집안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스승인 폰 뵘바베르크 교수의 영향으로 사회경제사에서 이론경제학으로 전향한 후 25세에 ≪이론경제학의 본질과 주요내용≫을 저술해 경제학자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1911년 체르노비츠·그라츠 대학 교수가 되어 독창적인 체계를 세운 ≪경제발전의 이론≫과 ≪경제학사≫를 출간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의 재무장관과 비더만 은행 총재를 지내기도 한 그는 1932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기순환론≫,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등을 저술했다. 1948년 외국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국경제학협회 회장을 지냈고, 케인스와 더불어 20세기 전반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옮긴이
박영호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Johann Wolfgang Goethe Universität in Frankfurt am Main)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정치경제학, 경제발전론, 정치경제학사를 주 전공으로 강의해 왔다.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한국경제학사학회 회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로서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가치와 가격이론의 분석적 구조와 역사>, <맑스와 라쌀레의 가치론의 차이>, <슘페터의 생애와 사상>, <페레스트로이카와 사회주의경제이론에 관한 비판적 고찰>,<한국에 있어서 자본주의화 과정>, <한국의 식민지적 자본주의화 과정에 관한 일연구>, <서독의 신자유주의와 사회시장경제>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박영호 교수의 칼 맑스 정치경제학≫이 있으며, 공저로는 ≪사회과학개론≫, ≪한국경제론≫, ≪한미관계사≫ 등이 있고, 역서로는 ≪정치경제학사≫, ≪경제발전의 이론≫ 등이 있다. 1981년 최초로 한신대학에서 맑스정치경제학강좌를 개설해 한국 대학에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연구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2장 경제발전의 기본 현상
제4장 기업가 이윤 혹은 잉여가치
부록
슘페터의 주요 저서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행동하는 것과 관행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마치 하나의 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건설된 도로를 보행하는 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다른 내용이다. 즉 도로를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 단순히 보행 횟수를 늘리는 것과 같지 않은 것처럼 새로운 결합의 수행은 단순히 관행적인 과정의 점진적 반복에 의한 것이 아니다.
-112쪽
우리의 경제주체가 공헌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지와 행위일 뿐, 구체적인 재화가 아니다. 왜냐하면 재화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혹은 그들 스스로 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재화 구입에 사용한 구매력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차입한 것이거나 혹은 만약 우리가 이전 시기에서 이룬 이득을 포함하고자 한다면 자비로 해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 무언가의 재화를 축적한 것도 아니고 본원적 생산수단을 창조한 것도 아니다. 기존의 생산수단의 용도를 변경하고 이것을 더욱 적절하고 유리하게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결합을 수행’했던 것이다. 그들은 기업가다. 그들의 이윤, 다시 말해서 잉여는 어떤 책무도 갖지 않는 기업가 이윤이다.
-146~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