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경영학을 전공한 경제기자로 ‘삶과 재화’의 상관관계를 깊이있게 파헤쳐온 ≪동아일보≫ 전문기자가 그의 저널리즘, 기사, 후회, 보람과 꼭 밝히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쳤다. 저널리스트를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 중 하나로, 현대사를 몸으로 체험한 저널리스트의 삶과 고민을 그린다.
지은이
고승철
부산, 통영, 마산 등 태평양이 보이는 바닷가 도시에서 자라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웠다. 대학 진학(서울대 경영학과) 이후엔 서울 아파트에 유폐되면서 야성(野性)을 잃었다. 장편소설 『개마고원』과 『은빛 까마귀』를 출간했고, 중편소설 『로빈훗』을 발표했다. 웅대한 스케일의 스토리를 추구한다. ≪경향신문≫ 파리특파원,≪한국경제신문≫ 산업2부장, ≪동아일보≫ 경제부장 및 출판국장 등으로 27년간 언론계에서 활동하면서 소설 등장인물이 될 만한 온갖 인간 군상(群像)을 만났다. 책 읽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이 탐독할 작품을 쓰려 스스로를 벼린다. songcheer@naver.com
책속으로
‘내 숨이 멈추더라도 결코 슬퍼하지 말라. 대자연의 안온한 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가장 간소한 방법으로 서둘러 장례를 마쳐라. 직계 가족 이외 누구에게도 부고를 알리지 말라. 직장에도 하루 이틀만 휴가를 얻어 부친상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라. 차례니, 제사니 하는 번거로운 일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날엔 후손들이 깨끗한 음식점에서 모여 밥을 사먹으며 화목한 시간을 보내라.’
_ “나의 사망기사” 중에서
신문사 입사 초기에 사회부를 거쳐 경제부에 갔을 때이다. 사이비 경영학도였던 필자는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실력이 들통 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제대로 된 경제 분석 기사를 쓰려면 지식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학창 시절에 자유인으로 살았던 과거를 후회할 여유도 없었다. 곧바로 경제 경영 서적을 쌓아놓고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_ “나의 저널리즘” 중에서
그의 거침없는 비판적 글쓰기는 ‘도발적’이다 못해 ‘반란’에 가까웠다. 그는 우상을 파괴했고 기득권에 도전했다. 소속 매체의 편집 방향과 크게 어긋나는 글을 쓰기가 곤란한 기존 언론인에겐 이 점이 부럽기도 하다. 그가 돌풍을 일으키던 초창기에 글쟁이 사이에서는 “강준만,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는 궁금증이 화제가 되곤 했다. 당사자를 잘 모르면서 지레짐작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도 적잖았다. 그때마다 필자는 작은 힘이지만 해명자 또는 방어자 역할을 했다.
_ “나의 동료” 중에서
저널리스트는 복서와 비슷하다.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역사의 기록자, 증언자 역할을 하려면 흙탕물에 옷을 버리게 마련이다. 기자가 찾는 현장엔 피가 튀고 정념이 분출한다. 탐욕과 기망이 판을 친다. 악마가 천사의 탈을 쓰고 춤을 춘다. 거기서 기자가 추구하는 것은 ‘진실’과 ‘사실’이다.
_ “역사앞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