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88년에 완성된 희곡 <고아 뮤즈들>은 1988년 앙드레 브라사르(André Brassard) 연출로 몬트리올에 있는 ‘극장 오늘’에서 초연되어 연극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93년 뉴욕 ‘위부 레퍼토리 극장’에서 공연된 이후, 다음 해(1994)에 작가가 다시 수정한 대본으로 르네 리샤르의 연출로 첫 공연과 같은 극장에서 재공연된다.
이 작품은 대립된 애증의 감정으로 각을 세운 신경증 속의 인물들이 서서히 성숙해 가면서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집을 떠난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엄마를 영원히 부재한 상태로 두는 작품의 설정은 가벼운 멜로드라마로 빠지지 않고 엄마라는 인물을 계속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유지시켜 주면서, 마치 부재하는 인물이 존재하는 인물인 양 상상의 넓이와 깊이를 만들어주고 있다. 계속 이어 나오는 엄마에 대한 상기 속에서 분노, 증오, 눈물 등의 고통스러운 분위기는 점차 바뀌고, 형제들끼리 나누는 공모된 행복한 웃음과 교차한다. 이 텍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감정의 파문, 섬세한 결들이 요동치는 천(직조)이다. 또한 이 작품은 시, 노스탤지어, 멜랑콜리, 파토스, 유머, 아이러니, 냉소, 자유로운 에스프리, 풍부한 감정이 들어 있는 ‘멜로 포에틱 코미디’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200자평
어머니의 시간: 성토요일은 부활절 전날이다. 성모마리아는 눈물을 흘린다. 죽은 예수의 아픔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은 어머니의 시간이 되었다. ≪고아 뮤즈들≫에서 돌아오는 것은 어머니다. 애인을 찾아 떠난 그녀, 20년 동안 버려졌던 아이들은 엄마의 부활을 볼 수 있을까?
지은이
미셸 마르크 부샤르(MICHEL MARC BOUCHARD, 1958∼)는 캐나다의 불어권 지역인 퀘벡 출신의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다. 1958년 퀘벡 주 북쪽 도시 생-퀘르 드 마리에서 태어났다. 오타와 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이후인 80년대 초부터는 온타리오에 있는 불어권 극단을 중심으로 극작가 겸 배우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물 나르는 사람들>(1980)은 1981년에 쉬드뷔리에 있는 누벨-온타리오 극장에서 첫 공연을 올린다. <고아 뮤즈들>(1988), <레 펠뤼에트 또는 낭만적인 드라마의 반복>(1988)이 공연에서 모두 성공을 거둬 불어권 연극계에 발판을 굳힐 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영어권 지역과 외국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특히 <레 펠뤼에트 또는 낭만적인 드라마의 반복>은 첫 공연 이후 몬트리올 신문사 문학상, 우타우에 문학 서클 특별상(1988)과 도라 무어 상 (1991), 샬머 상(1991)을 받았으며, 연출가 세르주 드농쿠르가 새 버전으로 올린 2003년 공연에서도 퀘벡 연극 아카데미에서 주는 관객 마스크 상과 최고 마스크 상, 몬트리올 최고 제작상, 세 배우의 연기상을 휩쓸었다. 지금까지 무대화된 희곡만 30편 정도 되고, 몇몇 희곡 작품은 1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으며, 영화화된 작품도 몇 편이 될 정도로 그는 캐나다 불어권의 중요한 극작가다. 이러한 희곡과 시나리오 작업 외에도, 작가는 오타와 트릴리움 극장 예술감독(1989∼1991)을 역임한 바 있으며, 오타와 대학과 몬트리올 대학에서 연극을 강의하기도 했다(1992).
옮긴이
임혜경은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 몽펠리에 제3대학, 폴 발레리 문과대학에서 로트레아몽 작품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 및 문과대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9년에 창단한 ‘극단 프랑코포니’ 대표이며,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회장,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공이모) 대표, <공연과 이론> 편집주간, 희곡낭독공연회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공이모와 연극평론가협회 회원으로 연극평론 활동도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공역자인 카티 라팽(한국외대 불어과 교수)과 함께 우리나라 문학을 프랑스어권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을 시작해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신인상, 한국문학번역상을 카티 라팽과 공동 수상한 바 있다. 윤흥길의 장편소설 ≪에미≫를 프랑스 필리프 피키에 출판사에서, 윤흥길의 중단편 선집인 ≪장마≫를 프랑스 오트르 탕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카티 라팽과 공동으로 한국 희곡을 불역해 최인훈의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윤대성의 <신화 1900>, 이현화의 <불가불가>를 파리, 밀리외 뒤 주르 출판사에서 1990년대 초반에 출간했다. ≪한국 현대 희곡선집≫(박조열의 <오장군의 발톱>, 오태석의 <자전거>, 이강백의 <봄날>, <호모 세파라투스>, 김의경의 <길 떠나는 가족>, 이만희의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김광림의 <사랑을 찾아서> 수록)은 1990년대 후반에 파리 라르마탕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 연산≫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2개국 ‘희곡 강독회’ 참가작이며, 프랑스 브장송, 레 솔리테르 젱탕페스티프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이윤택 희곡집≫(<오구>, <불의 가면>, <바보 각시> 수록)은 파리, 크리크 라신 출판사에서, ≪한국 현대 희곡선≫(차범석 <산불>, 최인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이근삼 <30일간의 야유회> 수록)은 파리 이마고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연극의 어제와 오늘≫(편역)이라는 한국 연극 전문 연구서를 파리 라망디에 출판사에서 2007년에 출간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이현화의 희곡집 ≪누구세요?≫(<누구세요?>, <카덴자>, <산씻김>, <0.917>, <불가불가> 수록)가 파리의 이마고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 외에도 국립극장의 튀니지 공연 대본인 김명곤의 희곡 <우루 왕>을 불역한 바 있으며, 유민영의 연극 논문 <해방 50년 한국 희곡>을 불역해 서울, 유네스코 잡지 ≪르뷔 드 코레(Revue de Coreée)≫에 게재한 바 있다.
2004년 이후부터는 희곡 낭독 공연에 참가한 동시대 불어권 희곡을 우리말로 번역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장뤼크 라가르스의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상대방의 자리≫(연극과 인간, 2007), 캐나다 퀘벡 작가 미셸 마르크 부샤르의 ≪고아 뮤즈들≫(지식을만드는지식, 2009)과 ≪유리알 눈≫(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프랑스 극작가 장 미셸 리브의 ≪동물 없는 연극≫(지식을만드는지식, 2011)을 출간했고, 스웨덴 작가인 라르스 노렌의 <악마들>, 아프리카 콩고 작가 소니 라부 탄지의 <파리 떼 거리> 등을 번역했다. 그 외에 카티 라팽의 시집 ≪그건 바람이 아니지≫(봅데강)를 번역한 바 있으며, 다수의 논문 및 공연 리뷰를 썼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미셸 마르크 부샤르와의 인터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이자벨: 큰언니는 뭘 물으면, 나만 야단쳐. 그리고 오빤 너무 상상력이 넘쳐나 누가 뭐라고 하면 어떻게 나올지를 알 수가 없어. 언니는 누구나 아이를 가질 수 있고, 그 아이를 평생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 아이도 자기 엄마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누가 우리에게 한 짓을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할 거라고 생각해? 아이는 가져야 하는 걸까? 우리 아이들에게 복수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우리를 아프게 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게 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