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미지로 체험하고 말하는 공간의 재발견
이미지의 스펙터클 속에서 부상하는 공간 커뮤니케이션
가상 공간, 콘셉트 공간, 인터랙티브 공간 등 신기술과 체험의 연결
우리가 소비하는 공간은 대체로 이미지로 표현된다. 공간 속에 담겨 있는 이미지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이미지는 현대 소비사회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개념이다. 현대인은 범람하는 이미지의 세계와 이미지 공간에 끊임없이 매혹되고, 이미지의 발신과 수신만 존재하는 쇼윈도·쇼핑몰·백화점 같은 공간에서 이미지의 조작 가운데 사라진다. 우리는 이미지로서의 사물과 이미지의 질서 속에서 어떻게 공간을 체험하고 있을까. 나아가 빅데이터, 가상현실, 디지털 이미지는 우리의 공감 체험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이 책은 오늘날 생활 공간과 도시 공간에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이미지의 범람과 공간 체험을 이미지텔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미지는 생활 공간과 도시 공간에 침투하여 실재를 사라지게 하면서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한다. 사회적 공간인 일상생활은 스펙터클의 지배를 받고 인간은 스펙터클한 이미지로서 사물을 바라보며 스펙터클의 유혹에 빠져든다. 스펙터클과 이미지의 네트워크로서 기능하는 광고가 그렇다.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우리 삶의 공간에서 “이미지나 유사한 것, 단순한 속임수나 가짜”로 정의되는 시뮬라크르로서 이미지가 지배한다.
나아가 새롭게 개발되며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가상 기술과 디지털 이미지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형성한다. 회화·사진·컴퓨터그래픽뿐만 아니라 뉴런·나노·게놈 같은 미립자의 조합과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것까지도 포함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가상이 현실로 되는 기술적 마술을 실현한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닌, 완전히 디지털 기술에 의해 실현된 세계에 접근한다. 특히 스마트폰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몰입·내재성·즉각성이라는 상호작용의 몰입을 통해 이미지 콘텐츠와 콘셉트를 소비한다.
SNS에서 유행하는 비주얼 전시는 이들의 주목을 끌면서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콘셉트 공간과 이미지텔링에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직관적·감각적인 이미지와 콘셉트를 공유하여 인정받으려는 경향에서 비롯된 이미지텔링의 부상이다. 공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이미지텔링은 스토리텔링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며 새로운 경험과 체험의 세계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하이퍼리얼한 환영을 증대하고 이를 구체화한 테마 공간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새로운 기술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재탄생하는 다양한 공간을 소개한다. 다자이후 콘셉트 스타벅스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보여주며, 진화하는 공간인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한다. 인터랙티브 공간, 가상현실 공간과 접목된 이미지텔링은 새로운 기술과 공간 체험을 연계하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체험하는 몰입형 인터랙티브 전시나 공연,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는 인터랙티브 전시에 수많은 이미지가 투사된 특수 효과와 설치 미술이 공간을 이미지텔링한다.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미디어 아트 전시, 비대면 공연인 온라인 가상 공간 공연도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활성화되리라 기대된다.
200자평
SNS에 기반한 이미지와 영상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공간을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목 받는다. 특히 공간의 소비는 이미지와 이미지텔링이 있는 체험과 연결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스토리와 스토리텔링보다 이미지와 이미지텔링이 있는 공간, 매력적인 콘셉트가 있는 공간, 공감·소통·체험의 특성을 지닌 공간을 선호한다. 이런 공간은 대체로 가상 공간의 이미지텔링과 관련 있다. 이 책은 이미지와 이미지텔링 시대의 이미지를 논하면서 재탄생과 혁신의 공간, 콘셉트 공간, 진화하는 문화 공간,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이뤄진 공간, 가상현실 공간의 이미지텔링을 분석한다.
지은이
배영달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 특임교수다. 부산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프랑스어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4대학교,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한국프랑스학회장·한국프랑스문화학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이미지와 현대사회, 가상현실, 기술문화, 현대예술과 미학, 문화이론 등이다. 저서로는 『속도의 예술 초미학』(2019),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읽기』(2018), 『폴 비릴리오』(2017), 『이미지와 현대사회』(2016), 『사유와 상상력』(2013), 『보드리야르의 아이러니』(2009), 『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2005)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사물의 체계』(2011), 『동력의 기술』(2007), 『탈출속도』(2006), 『건축과 철학』(2003), 『토탈 스크린』(2002), 『정보과학의 폭탄』(2002) 등이 있다.
차례
이미지와 이미지텔링이 있는 체험 공간
01 공간과 이미지의 소비
02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의 황홀경
03 이미지와 스펙터클
04 시뮬라크르로서의 이미지와 이미지텔링
05 가상의 디지털 이미지와 이미지텔링
06 가상 공간과 이미지텔링의 부상
07 콘셉트 공간과 이미지텔링
08 진화하는 공간과 이미지텔링
09 인터랙티브 공간과 이미지텔링
10 가상현실 공간과 이미지텔링
책속으로
이미지는 인공적이다. 이미지의 인공성을 잘 보여 주는 공간은 쇼윈도, 쇼룸, 쇼핑몰, 백화점, 복합 문화 공간, 테마 공간 등이다. 이러한 공간들에서 연출되는 이미지는 언제나 멋지게 다듬어지고 조작되어 실재와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렇게 이미지가 실재를 압도하여 실재를 은폐하는 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미지와 이미지텔링이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여가, 볼거리, 소비라는 소비 활동의 보편적 모델을 제시하는 백화점과 쇼핑몰 공간의 디스플레이는 사물의 기능이 아닌 이미지의 그물망을 보여 준다.
_ “01 공간과 이미지의 소비” 중에서
스펙터클 사회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이미지에 의해 매개되며, 이미지는 현실적인 존재가 된다. 스펙터클은 이미지의 매개를 통해 더 이상 직접 포착할 수 없는 세계를 보여준다. 이미지의 매개체인 스마트폰을 통해 뉴욕 맨해튼 빌딩 숲에서 보이는 스펙터클과 이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경향을 지닌 스펙터클은 당연히 시각적이며, 이 시각은 현대 세계의 일반화된 추상인 이미지에 상응한다.
_ “03 이미지와 스펙터클” 중에서
보드리야르는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 내는 가상과 가상현실 뒤로 현실이 사라졌다고 본다. 그는 이 ‘현실의 사라짐’을 이미지가 처한 현재의 운명에 연결지어 생각한다. 이미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을 가상과 디지털의 현실로, 컴퓨터화되고 수치적인 현실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_ “05 가상의 디지털 이미지와 이미지텔링” 중에서
뉴욕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로 탄생한 ‘더 셰드(The Shed)’ 는 공연과 전시를 위한 복합 아트센터다. 이 건물에는 ‘껍데기(shell)’라고 불리는 특이한 구조의 주름진 덮개가 있다. 덮개는 예술가의 요구와 공연의 특성에 따라 건물 바닥에 깔린 레일로 이동하면서 공간을 확장시켜 내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말하자면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창의적인 공간을 연출하면서 이미지텔링한다.
_ “08 진화하는 공간과 이미지텔링” 중에서
이미지와 소리에 매혹되어 가상현실 공간을 여행하는 방문객은 장소를 탐색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감지한다. 이때 오디오와 비주얼은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바뀐다. 결코 같지 않으며 항상 움직이는 장소다. 세계의 모든 도시가 다르기 때문에 생생하게 투사된 이미지가 다르게 나타나고 소리도 다르게 들린다. 방문객과 디지털 아트의 결합으로 항상 가상현실 공간이 새로이 이미지텔링된다.
_ “10 가상현실 공간과 이미지텔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