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공감의 본질과 형식≫은 ‘제1부 공감’, ‘제2부 사랑과 미움’, ‘제3부 타아’로 구성되어 있다. 타아에 관한 부분은 초판에서 부록으로 실린 것이었으나 이후 제3부로 편입된다. 막스 셸러는 근본적으로 영국의 경험론에 뿌리를 둔 ‘공감윤리학’과 루소, 쇼펜하우어, 니체의 ‘공감윤리학’을 비판하며 자신의 ‘실질적 가치윤리학’을 전개한다. 이 책은 특히 가치를 파악하는 인간의 정서적 감정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셸러는 파스칼의 ‘심정의 논리’를 이어받아 이성을 통해서는 파악할 수 없는 감정의 논리와 법칙이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음을 선언했다. 이러한 감정의 작용은 대상을 파악하는 데서 이성보다 선행한다. 예를 들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시각적 특징을 파악하기 전에 이미 그 사람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마음속에 포착해 대응 태세를 취하게 된다. 이 느낌 속에 주어지는 것이 바로 가치다. 엄밀한 의미에서 사물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가치가 부여됨으로써 인식 대상으로 고양된다. 따라서 가치를 파악하는 감정의 작용은 언제나 이성보다 선행하여 일어난다.
그러나 감정의 작용을 단순히 우리의 느낌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느낌이란 단순히 가치를 파악하는 작용에 불과하다. 그 밖에도 가치는 높고 낮음의 서열을 나타낸다. 서열을 파악하는 감정의 작용이 선취(先取)와 후치(後置)다. 곧 선취란 가치의 보다 높음을 인식하는 작용이고, 후치란 가치의 보다 낮음을 인식하는 작용이다. 이러한 작용이 느낌과 결합함으로써 보다 높거나 낮은 가치의 인식 작용이 일어난다. 근본적으로 가치 파악은 ‘즉각적이고 일회적으로’ 일어난다. 나아가 이러한 가치 파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어야만 한다. 가치를 발견하고 은폐하는 역할을 하는 작용이 곧 ‘사랑’과 ‘미움’이다. 다시 말하면 가치는 사랑에 의해 드러나고, 미움에 의해 은폐된다. 이러한 ‘사랑의 질서’가 우리의 심정에는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로써 사랑이 인식의 범위를 결정한다고 셸러는 말한다.
200자평
근대 철학에서 최고조에 이른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는 인간의 감성과 감정생활을 저차원의 삶으로 치부하고, 진리와 선에 도달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성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성의 횡포에 반기를 든 막스 셸러가 감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주장한다.
지은이
막스 셸러는 독일 남부 뮌헨에서 태어나 뮌헨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 예나대학교에서 의학·천문학·사회학을 공부했으며, 1902년에 예나대학교 강사 시절에 후설(E. Husserl)을 만나 현상학적 방법론에 관해 연구했다. 그 뒤 쾰른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대학교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셸러는 사회학·철학·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학문적 관심을 보이는데, 특히 현상학적 방법에 의한 ‘실질적 가치윤리학’의 정립과 ‘철학적 인간학’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또한 만하임(K. Mannheim)과 더불어 ‘지식사회학’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대표 저서로는 ≪윤리학에 있어서 형식주의와 실질적 가치윤리학(Der Formalismus in der Ethik und die materiale Wertethik)≫(1916)과 ≪가치들의 전도에 관해(Vom Umsturz der Werte)≫(1919), ≪공감의 본질과 형식(Wesen und Formen der Sympathie)≫(1923), ≪사회학과 세계관학에 관한 저작집(Schriften zur Soziologie und Weltanschauungslehre)≫(1923), ≪지식의 형태와 사회(Die Wissensformen und die Gesellschaft)≫(1926), ≪우주에 있어서 인간의 위치(Die Stellung des Menschen im Kosmos)≫(1928) 등이 있다. 1980년에는 셸러 전집이 스위스 베른의 프랑케 출판사에서 열다섯 권으로 간행되었으며, 이후에도 계속 유고집이 발간되고 있다.
옮긴이
이을상은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정훈장교로 3년 근무했다(육군 중위 예편). 1993년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아대, 부경대, 동의대, 동서대, 부산대, 신라대 등에서 강의했고, 동아대학교 석당연구원 전임연구원, 동의대학교 인문대학 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영산대학교 교양교육원 전임연구원으로 있다. 관심 분야는 생명윤리학, 진화윤리학, 신경윤리학, 트랜스휴머니즘의 윤리 등이고, 한편으로 M. 셸러, A. 겔렌, N. 하르트만 등의 저서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초판 서문
제2판 서문
제3판 서문
제1부 공감
Ⅰ. 이른바 공감윤리학에 관해
Ⅱ. ‘공감’ 현상의 구분
1. 동감
2. 공감
3. 감정 전염
4. 감정 이입
Ⅲ. 공감의 발생 이론
Ⅳ. 형이상학적 이론들
1. 쇼펜하우어의 학설
2. 형이상학적 이론의 일반적 범위
3. 사랑과 형이상학적·일원론적 해석
4. 일체감과 형이상학
5. 삶의 통일
Ⅴ. 역사적으로 형성된 심정의 형식에서 본 우주적 일체감
Ⅵ. 공감의 정초 법칙
Ⅶ. 공감 기능들 간의 협력(일체감, 따라 느끼는 것, 공감, 인간애, 무우주론적 인격 사랑)
Ⅷ. 공감의 계통 발생적 성립과 그 범위
Ⅸ. 같이 괴로워하고 같이 기뻐하는 것과 그 양상들
Ⅹ. 공감의 윤리적 가치
Ⅺ. 사랑과 공감의 관계
제2부 사랑과 미움
Ⅰ. 사랑과 미움의 현상학
1. 소극적 규정
2. 적극적인 현상학적 규정
Ⅱ. 사랑의 근본 가치와 ‘선한 것에 대한 사랑’
Ⅲ. 사랑과 인격
Ⅳ. 사랑과 미움의 여러 형식과 양상 및 종류
Ⅴ. 사랑에 관한 자연주의적 이론의 한계
Ⅵ. 자연주의 이론에 대한 비판과 현상에 근거한 이론의 근본 특징
1. 사랑과 충동
2. 이해 관심의 전망이라는 사실들
3. ‘전이’의 문제
4. 사랑과 미움의 동일한 확대
5. 프로이트의 개체 발생론에 관해
제3부 타아
Ⅰ. 문제의 의미와 순서
Ⅱ. 너-명증성 일반
Ⅲ. 타자 지각에 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의 시체 곁에 서 있다. 그들은 서로 ‘동일한’ 고통을 느끼고, ‘동일한’ 슬픔에 젖어 있다. 이것은 어떤 사람 A가 이러한 고통을 느끼고, 다른 사람 B도 같은 고통을 느끼는 동시에 그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같이 서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42쪽
사랑은 가치를 지닌 모든 구체적·개별적인 대상이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이상적 사명에 따라 가능한 최고 가치에 도달하거나 자기 고유의 이상적인 가치 존재에 이르는 운동이다.
-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