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위기 대응, 모의훈련까지 해도 안 되는 이유
정부부처 위기관리 책임자로 경험 사례와 대응, 소통 전략 제시
100년만의 폭우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가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는 비상 상황에서 작동을 멈추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신림동 반지하주택을 찾은 대통령의 말도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감염병 위기, 자연재난, 식품과 의료 제품의 안전사고 등 위험 이슈들은 늘 우리 주변을 맴돌며 예기치 않게 터진다. 산불, 수해, 냉해 등 자연재해는 사시사철 빈번하게 발생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조류 독감, 돼지 열병 등은 사람과 가축의 건강과 생명을 주기적으로 위협한다. 먹거리의 비위생적 노출이나 의료 제품의 안전사고 의약품의 안전성도 늘 걱정거리다.
공공 안전에 대한 이런 위험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크게 위협하지만 행정안전부나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이 위기의 예방과 대응 전략을 얼마나 잘 갖추고 신속, 적절히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피해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실제 사례와 함께 비상 대응 및 보고 체계, 언론 대응 등이 매우 상세하게 잘 기술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매년 매뉴얼을 바탕으로 모의 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늑장 대응, 졸속 대응, 무책임 대응, 무감각 대응 등 여러 이유로 언론과 국회, 국민에게 뭇매를 맞고 신뢰에 타격을 입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공공기관 PR 부서의 위기관리와 소통 활동에 관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위기 징후를 파악하고 상황을 보고·전파하는 것에는 강점이 있었으나, 미디어 브리핑이나 위기와 관련한 공중과의 소통에서는 우수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 위기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언제 말해야 할지에 대한 소통 메시지를 제시하는 데는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최근의 공공 및 국가적 위기 사례에서 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 및 메시지 전략과 전술을 제시한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인 저자는 2019년 3월부터 3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 등 위기관리 책임자로 일하면서 경험했던 사례와 위기 대응 및 소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200자평
감염병 위기, 수해 등 자연재난, 식품과 의료 제품의 안전사고 등 위험 이슈들은 예기치 않게 터지고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신속, 정확, 일관성, 신뢰, 공감, 행동촉구와 존중 등 위기 소통의 원칙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얼마나 빨라야 빠른 걸까? 어떻게 정확하고 일관되게 말할 수 있나? 신뢰를 얻는 방법은? 전문가답게 말해야 하나, 일반인처럼 감정을 표현해야 하나? 국민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는 루머에 어떻게 대응하나?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사례를 검토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등 공공 위기 소통의 실무 지침을 제시한다.
지은이
백혜진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이론을 실천’하고픈 마음으로 교수직을 잠시 휴직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으로 3년 일했다.
기자가 되고 싶어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갔으나 졸업 후엔 광고인이 되었다. 더 효과적으로 실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 공부가 절실했다.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매스 커뮤니케이션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대학교에서 조교수,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종신교수로 근무 후 귀국해 한양대에 정착했다. 건강·위험·위기 커뮤니케이션, 소셜 마케팅, 광고PR의 사회적 책임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 주요 저서로는 『헬스 커뮤니케이션』(역서, 2010), 『소셜 마케팅(2013)』, 『공공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역서, 2015),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 수용자 미디어 전략』(공저, 2012), 『커뮤니케이션 과학의 지평』(공저, 2015), 『광고PR 커뮤니케이션 효과 이론』(공저, 2018), 『한국 언론학 연구 60년: 성과와 전망』(공저, 2019), 『디지털시대의 PR학 신론』(공저, 2021) 등이 있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hjpaek@hanyang.ac.kr
차례
위기대응의 8할은 소통이다
01 빠른 소통
02 일관된 소통
03 책임감 있는 소통
04 공감 소통
05 신뢰를 얻는 소통
06 행동 촉구
07 진정성 있는 사과
08 루머 대응
09 소셜 미디어 활용
10 딜레마와 체크리스트
책속으로
둘째, 합의 불확실성에 의해서도 일관성의 원칙은 깨진다. 합의 불확실성은 전문가, 정부, 국회, 언론, 시민단체, 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이견은 물론 각 이해관계자 집단 내에서의 이견과 엇박자로 야기되는 불확실성을 말한다. 과학적 불확실성보다 더 큰 불안과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
_“02 일관된 소통” 중에서
무엇이 공감 소통인지 간단히 말한다면 한자어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영어로는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가능한 소통이다. 냉철한 자세로 과학적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위기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피해자나 위기 상황으로 인해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공중을 위로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 느끼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면 신뢰를 얻고 공중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_“04 공감 소통” 중에서
위기 상황에서 명확한 행동 지침은 위기를 극복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 필수적이다. 위기관리 기관은 이러한 명확한 수칙을 만들어 적절한 채널을 통해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효과적인 행동 수칙은 따르기 쉬워야 하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며 일관성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_“06 행동 촉구” 중에서
사회적 폭포 효과는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원하는 정보를 골라내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정보의 폭포현상과 지인들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기도 그 루머를 믿게 되는 동조화 폭포 현상으로 야기된다. 또한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게 되면서 점점 더 극단적인 견해를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_“08 루머 대응” 중에서
위기관리자가 감정 없이 냉혹한 전문가로 보일 필요는 없다. “나도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이고 겁이 나고 불안하다”라거나 “나도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는 여느 부모와 같은 사람이다”라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표현할 필요도 있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힘들고 피곤하고 제대로 잠을 못잔 모습이 투영되는 것도 좋다.
_“10 딜레마와 체크리스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