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왜 다시 공영방송인가?
무용론, 민영화론으로는 위기 극복 못해 … 실천적 개혁에 나서야
공영방송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심’ 그리고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그 중심에 있다. 공영방송이 ‘위기 상황’이 아니었던 시기는 없다. 무용론이나 민영화론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공영방송 위기’는 비단 한국 사회만이 겪는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공영방송의 메카인 영국의 BBC, 전국 유일의 공영방송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일본의 NHK 등 공영방송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와 사회에서 늘 겪어 온 과정이자 현실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나 냉소를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거나, 그 원인을 미디어 환경의 산업적·기술적·물리적 변화 또는 법제도적 한계와 모순 등 외부 요인에서만 찾으려 하거나, 독과점적 지위에서 기인하는 크고 작은 특혜와 기득권을 정당화하고자 한다면, 작금의 위기 상황은 결코 극복될 수 없다. 공영방송 무용론이나 민영화론이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자양분이 될 뿐이다. 공영방송 사업자와 종사자들 스스로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과 존재 가치의 엄중한 무게를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혁신과 개혁을 위한 성찰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
국내 공영방송의 위기 국면은 법제도적 불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실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신뢰도 회복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공영방송’이라는 ‘제도’ 그 자체의 존재 의의 및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높다.
이 책은 공영방송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정치·사회·문화 속에서 그 존재 이유와 가치가 더욱 절실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가치를 고찰하기 위해 공영방송 개념과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둘째, 공영방송의 책임을 집약한 ‘핵심적 공론장’과 공공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규율된 책임과 공영방송 스스로의 약속과 다짐을 살펴본다. 셋째, 비국가적 공공성과 시민적 공공성을 기반으로 거버넌스를 확장해 가기 위한 원리를 고찰한다. 넷째, 공영방송의 정치적·경제적 독립, 시민의 직접적 개입과 관여를 기반으로 하는 공적 재원으로 수신료 제도의 장점을 바탕으로 현행 관련 법제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200자평
한국 사회에서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 여전히 필요한가? 어떤 공영방송을 지향하는가? 공영방송 혁신을 논하기에 앞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숙고해야 할 질문들이다. 좋은 미디어 없이 건강한 민주주의와 좋은 사회는 구현될 수 없다. 비판과 비난, 냉소와 외면, 법제도적 규제만으로 미디어 혁신은 불가능하다.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재건을 견인해 갈 수 있는 미디어를 발굴하고 설계하고 구현하는 방식의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미디어 생태계와 건강한 공론장을 견인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도적 형식, 바로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 혁신은 지난한 여정이자 긴 호흡을 요한다.
지은이
정수영
MBC 공영미디어국 전문연구위원이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조치(上智)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박사후연구원과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 등을 지냈다(2010∼2019). 주요 연구분야는 미디어규범과 저널리즘, 공영방송 등이다. 저서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과 어카운터빌리티』(2018), 『어카운터빌리티, 새로운 미디어규범』(2015), 『The Emerging Investigative Journalism Movement in Japan and Asia』(2020, 공저) 등이 있다. 논문은 “멀티 플랫폼 시대 지상파방송에 대한 시청자 인식 연구”(2016), “공감과 연민, 그리고 정동: 저널리즘 분석과 비평의 외연 확장을 위한 시론”(2015),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는 복구할 수 있는가?: 저널리즘 규범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이론적 성찰”(2015), “해외 공영방송의 재원 유형 및 일본 공영방송 NHK의 개혁 사례”(2013), “지상파TV 3사 종합뉴스프로그램의 무보도와 단독보도 뉴스에 관한 연구”(2012) 외 다수를 출판했다.
차례
왜, 다시 공영방송인가?!
01 정체성과 가치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
-공영방송은 ‘여전히’ 필요한가?
-‘어떤’ 공영방송인가?
02 역할과 책임
-핵심적 공론장과 공공성
-법적 책임
-시청자와의 약속
03 거버넌스
-거버넌스의 확장
-거버넌스와 어카운터빌리티
-거버넌스 4주체
04 재원
-공영방송과 재원 유형
-공영방송과 수신료
-방송법과 수신료 관련 조항
-(가칭)수신료위원회
책속으로
수신료 인상 문제를 예로 들자면, ‘선개혁 후인상’이 ‘실체’로서의 KBS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태도를 기반으로 한 입장이라면, ‘선인상 후개혁’은 ‘규범’이자 ‘제도’로서 공영방송의 당위성을 기반으로 한 입장이다. 공영방송이라는 ‘규범 및 제도’의 모순과 한계에서 기인한 위기인지, ‘KBS, MBC, EBS’ 등 실체에 의한 시행착오나 오류에서 기인한 위기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_ “서문 왜, 다시 공영방송인가?!” 중에서
국내 공영방송은 규범과 제도, 그리고 실체 모든 측면에서 이 두 가지 담론을 근거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 개념과 해석, 그리고 적용 방식이 발전해 온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후견주의나 정치 병행성에 대한 의심은 공영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다.
_ “01 정체성과 가치” 중에서
공영방송의 법적 책임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 스스로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일상적으로 어떻게 실천해 가는 지에 있다. 공영방송 스스로가 천명한 정체성과 목적은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범적 가치와 이념을 실천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시청자·시민과의 약속이다.
_ “02 역할과 책임” 중에서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는 정부, 국회, 사업자와 종사자, 시청자 시민 등을 들 수 있다. 각 주체에게 부여된 권한과 역할과 책임의 균형 및 조화, 투명성과 공개성의 확대, 상호 연대와 협력 강화, 호혜적 커뮤니케이션의 상설화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다양한 거버넌스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_ “03 거버넌스” 중에서
수신료를 주 재원으로 하고 광고 협찬 등 민간 재원은 보완적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이상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방송 재원 중에 공영방송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의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영방송 역시 광고 협찬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_ “04 재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