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구는 둘 이상의 어휘로 이루어져 고정된 어휘결합체로 언어공동체의 문화적 기억의 보고이자 인류의 보편적 사고와 정서를 전승하는 원천이다. 따라서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같은 언어권 모국어 화자들은 관용구를 쉽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 관용구를 익히는 것은 높은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해당 언어권의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일상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관용구의 특징과 구조를 살펴본다. 나아가 관용구의 의미작용 원리와 실제 언어사용에서 관용구의 사용양상도 탐구할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언중의 언어 놀이와 소통 형식으로서 관용구의 다양한 실현 모습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은이
정수정
충북대학교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에서 관용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용구론과 사전학 및 교수법 그리고 질병체험이야기에 관한 연구와 대조언어학적 관점에서 법률언어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Phraseolexeme mit Eigennamen im Deutschen und Koreanischenᐨunter besonderer Berücksichtigung einer lernerlexicographischen Beschreibung(2006), 『유방암을 이겨낸 사람들』(2015), 『치매와 함께 하는 사람들』(2015), 『호스피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2015)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독일 유방암 환자들의 질병체험이야기에 나타나는 관용구에 대한 연구”(2017), “독일 법률 언어에 쓰인 명명단위로서 AᐨN 어휘결합체에 대한 연구ᐨ합성어와 구구조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2018) 등이 있다.
전통적인 의미론은 관용구의 의미를 구성성분들의 의미 결합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제3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여겨 왔다. 즉 기존의 연구에서는 관용구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로부터 관용적 의미를 추출해낼 수 없다는 비합성성을 중요한 특징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그 의미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어의 관용구에서도 ‘미역국을 먹다’, ‘시치미를 떼다’ 와 같은 예를 보면 미역국과 먹다의 의미로부터 ‘시험에 떨어지다’의 의미를 도출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지언어학과 관용구” 중에서
관용구의 문체적 제약은 우선 관용구 사용의 의사소통 층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의사소통 층위에 따른 분류에는 교양어, 평어, 일상어, 비속어 등이 있다. 의사소통 층위에서 대체로 중립적인 단순 어휘와는 달리 관용구는 일상어 혹은 비속어에 속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어 ‘jm. ist eine Laus über die Leber gelaufen/gekrochen’(축자적 의미는 이가 누구의 간 위로 기어갔다)는 ‘화가 나다’는 표현으로 일상어 혹은 비속어에 가깝다. 한국어 비속어의 예로는 ‘주둥이가 가볍다’, ‘엉덩이가 무겁다’ 등이 있다. 반면 교양어로 분류될 수 있는 관용구로는 ‘den bitteren Kelch bis zur Neige leeren (müssen)’(축자적 의미는 쓴 잔을 마지막까지 비우다, 관용적 의미는 인생의 쓴맛을 모두 경험하다)를 들 수 있다.
-“화용론과 관용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