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괴테를 사람들은 시성(詩聖)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의 시를 소월(素月)의 시처럼 정겹게 읊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두고두고 읽으면서 그 의미를 가마솥에서 사골을 우려내듯 음미해야 제맛이 난다. 왜냐하면 그의 시는 시인 자신이 체험한 현실과 생각을 가슴속 깊이 녹여서 일기나 자서전을 쓰듯이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현실은 대부분 자연과 인간과 사랑과 예술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괴테의 시를 읽으면서 그와 함께 그가 살던 시대를 여행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어 그 시대의 정신과 생활상 그리고 그와 얽혀 있는 인간관계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괴테는 많은 시를 썼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그가 살아온 여러 시기를 대표하는 것들로, 독일에서 괴테 전집 가운데 가장 권위 있고 널리 알려진 “함부르크판 괴테 전집(Goethe. Werke. Hamburger Ausgabe)”에 수록된 시와 해설을 기본으로 했다. 거기에 빠져 있는 시들은 필요에 따라 추가했다. 따라서 이 전집을 편집한 에리히 트룬츠(Erich Trunz)가 분류한 괴테의 창작 시대와 시 형태에 따랐다. 물론 최근 독일에서 나온 괴테 전집에는 창작 순서에 따라 거의 모든 시가 총망라되어 있는 것이 추세이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그 많은 시 중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시들을 선별해서 읽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초기 시를 수록한 ≪괴테 시선 1≫에 이어 이 책에는 첫 번째 바이마르 체류기의 시들을 수록했다. 이후 이탈리아 여행 이후 고전주의 시대의 시들, 그리고 만년의 시들을 묶어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단 ≪로마 비가≫, ≪서동시집≫이나 ≪라이네케의 여우≫, ≪마리엔바트의 비가≫, ≪크세니엔≫ 그리고 ≪베니스의 에피그람≫처럼 독립적으로 발표했거나 묶여 있는 시집들은 가능하면 별도로 묶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괴테의 작품은 괴테도 말했다시피 한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각 시에 간단한 해제를 덧붙였다. 해제에는 이 시를 창작한 동기와 시기, 발표 연도와 그 후 수정한 사실, 시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간단한 정보를 제공했다. 일단 시를 먼저 읽고 독자 스스로 시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해 보기 바란다. 만약 스스로 시의 의미를 파악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시의 의미가 모호하다면 해제를 읽고 다시 한 번 시를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괴테의 의도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시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면, 해설과 상관없이 공감하는 구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0자평
독일의 시성(詩聖) 괴테의 첫 번째 바이마르 시대 시들을 모았다. 괴테의 시 중 가장 유명한 <일메나우>, <마왕>, <달에게> 같은 작품들이 바로 이 시기에 창작되었다. 오만하고 열정적이었던 질풍노도 시대의 청년 괴테가 어떻게 절제와 깊은 성찰을 통해 정신적인 성숙에 이르는지 볼 수 있다. 한국괴테학회 회장인 임우영 교수의 자세한 해설이 어렵기만 했던 괴테를 한층 가깝게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은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1749년 8월 28일 마인 강변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라틴어와 그리스어, 불어와 이탈리아어 그리고 영어와 히브리어를 배웠고, 미술과 종교 수업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첼로 그리고 승마와 사교춤도 배웠다. 괴테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2000권에 달하는 법률 서적을 비롯한 각종 문학 서적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괴테는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1765년부터 1768년까지 당시 “작은 파리”라고 부르던 유행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법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공인 법학 강의보다 문학 강의를 더 열심히 들었다. 슈트라스부르크에서 법학 공부를 마친 후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프랑크푸르트에서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에 더 사로잡혀 있었다. 이때 쓴 작품은 ‘질풍노도’ 시대를 여는 작품으로 ≪괴츠 폰 베를리힝겐≫과 ≪초고 파우스트≫와 같은 드라마와, 문학의 전통적인 규범을 뛰어넘는 찬가들을 쓰게 된다. ‘질풍노도’ 시대를 여는 작품인 ≪괴츠 폰 베를리힝겐≫이 1773년 발표되자 독일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는데, 독일에서 드라마의 전통적인 규범으로 여기고 있던 프랑스 고전주의 극을 따르지 않고 최초로 영국의 셰익스피어 극을 모방했기 때문이었다. 프로이센의 왕까지 가세한 이 논쟁으로 인해 괴테는 독일에서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1974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표되자 괴테는 일약 유럽에서 유명 작가가 되었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젊은 작가를 만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몰려들었다.
자신의 장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던 괴테를 18세에 불과했던 바이마르(Weimar)의 카를 아우구스트(Karl August, 1757∼1828) 공작이 초청했다. 처음에는 잠시 체류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아버지의 권유대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괴테는 이미 유럽에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로 그곳에서 극진한 환대를 받았고, 빌란트(Wieland)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바이마르의 예술적 분위기와 첫눈에 반해 버린 슈타인 부인의 영향으로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괴테에 대한 공작의 신임은 두터웠고 공국의 많은 일들을 그에게 떠맡기게 되었다.
여러 해에 걸친 국정 수행으로 인한 피로와 중압감으로 심신이 지친 괴테는 작가로서의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마르 궁정을 벗어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감행했다. 1년 9개월 동안 이탈리아에 체류하면서 괴테가 느꼈던 고대 예술에 대한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고대 미술의 조화와 균형, 그리고 절도와 절제의 정신을 자기 문학을 조절하는 규범으로 삼아 자신의 고전주의(Klassik)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 문학사에서는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1788년부터 실러가 죽은 1805년까지를 독일 문학의 최고 전성기인 “고전주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괴테와 실러는 바이마르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고전주의 이상을 실현하는 활동을 했는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유형(類型)”을 통해 “유형적인 개성”으로 고양(高揚)되는 과정을 추구했던 것이다. 괴테와 실러의 상이한 창작 방식은 상대의 부족한 면을 보충해 주어 결과적으로 위대한 성과를 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실러의 격려와 자극으로 괴테는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1796년에 완성하고, 프랑스 혁명을 피해 떠나온 피난민들을 소재로 한 ≪헤르만과 도로테아≫를 1797년에 발표해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미완성 상태의 ≪파우스트≫ 작업도 계속 진행해 1808년에 드디어 1부를 완성하게 된다. 실러는 지나친 의욕과 격무로 인해 1805년 5월 46세의 나이로 쓰러지는데, 실러의 죽음은 괴테에게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1815년 나폴레옹이 권좌에서 물러나자 바이마르 공국은 영토가 크게 확장되어 대공국이 되었다. 괴테는 수상의 자리에 앉게 되지만 여전히 문화와 예술 분야만을 관장했다. 1823년 ≪마리엔바트의 비가≫를 쓴 이후로 괴테는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저술과 자연연구에 몰두해 대작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1829)와 ≪파우스트 2부≫(1831)를 집필하게 된다. 1832년 3월 22일 낮 1시 반, 괴테는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다. 그는 죽을 때 “더 많은 빛을(Mehr Licht)” 하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3월 26일 바이마르의 카를 아우구스트 공작이 누워 있는 왕릉에 나란히 안치되었다.
옮긴이
임우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괴테학회 회장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기획조정처장과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학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대학생을 위한 독일어 1, 2≫(문예림, 공저), ≪서양문학의 이해≫(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저), ≪세계문학의 기원≫(한울아카데미, 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는 ≪괴테 시선 1≫(지식을만드는지식), ≪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지식을만드는지식), ≪예술에 관한 판타지≫(지식을만드는지식), 오토 바이닝거의 ≪성과 성격≫(지식을만드는지식),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낭만주의≫(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역), 라테군디스 슈톨체의 ≪번역이론 입문≫(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역), 니콜라스 보른의 ≪이별연습≫(월인), ≪민중본.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미학연습. 플라톤에서 에코까지. 미학적 생산, 질서, 수용≫(동문선, 공역), ≪괴테의 사랑.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괴테의 편지≫(연극과 인간)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괴테의 결정적인 시기 1775−“릴리의 시”에 나타난 스물여섯 괴테의 고민>(2015), <흔들리는 호수에 비춰보는 자기 성찰. 괴테의 시 <취리히 호수 위에서>>(2014) <괴테의 초기 예술론을 통해 본 ‘예술가의 시’ 연구. <예술가의 아침 노래>를 중심으로>(2013), <‘자기변신’의 종말?: 괴테의 찬가 <마부 크로노스에게>>(2011), <“불행한 사람”의 노래: 괴테의 찬가 <겨울 하르츠 여행> (1777)>(2008), <영상의 문자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겹상자 문장’ 연구>(2007), <괴테의 ≪로마 비가(Römische Elegien)≫에 나타난 에로티시즘>(2007),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에 나타난 ‘체념(Entsagung)’의 변증법>(2004), <괴테의 초기 송가 <방랑자의 폭풍 노래> 연구. 시인의 영원한 모범 핀다르(Pindar).>(2002), <괴테의 초기 시에 나타난 신화적 인물 연구>(2001), <새로운 신화의 창조−에우리피데스, 라신느, 괴테 그리고 하우프트만의 ≪이피게니에≫ 드라마에 나타난 그리스의 ‘이피게니에 신화’ 수용>(1997) 등이 있다.
차례
괴테의 첫 번째 바이마르 체류기(1776∼1786)
1. 바이마르 사교 모임에서 나온 기회시 elegenheitsgedichte aus dem Weimarer Kreis
카를 아우구스트 공에게 보낸 편지에서 Aus dem Brief an den Herzog Carl August
농부로 변장해서 카를 아우구스트 공을 환영함 Begrüßung des Herzogs Carl August in Verkleidung als Bauer
일메나우 Ilmenau
에피파니아스 Epiphanias
라바터를 수행하는 빈터투어 출신의 크리스토프 카우프만… Christoph Kaufmann von Winterthur im Gefolge Lavaters…
미딩의 죽음에 부쳐 Auf Miedings Tod
카를 아우구스트 공작께 An Herzog Carl August
2. 리다에게 보내는 시 Verse an Lida
사냥꾼의 밤 노래 Jägers Nachtlied
사냥꾼의 저녁 노래 Jägers Abendlied
왜 그대는 우리에게 그 깊은 눈빛을 주어… Warum gabst du uns die tiefen Blicke…
쉼 없는 사랑 Rastlose Liebe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1 Aus den Briefen an Frau v. Stein 1
(여기에 순수하고 조용한 자연을 따라…) Hier bildend nach der reinen stillen…
(여기 바위들 사이에 자라네…) Zwischen Felsen wuchsen hier…
(아아, 운명이 나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Ach, so drückt mein Schicksal mich…
(아아, 그대가 내게 주는 의미만큼…)Ach, wie bist du mir…
≪베르테르의 슬픔≫과 함께 슈타인 부인에게 An Frau von Stein mit ≪Werthers Leiden≫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2 Aus den Briefen an Frau v. Stein 2
(그리고 나는 늘 다니던…) Und ich geh’ meinen alten Weg…
(당신의 인사를 잘 전해 받았습니다…) Deine Grüße hab’ ich wohl erhalten…
(춤을 추는 당신을 위해 꽃다발을 보냅니다…) Zum Tanzen schick’ ich dir den Strauß…
(너희들에게 내가 말하지 않더냐…) Sag’ ich euch, geliebte Bäume…
술잔 Der Becher
리다에게 An Lida
먼 곳 Ferne
(분명히 나는 이미 저 멀리멀리…) Gewiß, ich wäre schon so ferne, ferne…
영원히 Für ewig
(어디서 우리가 태어났는가…) Woher sind wir geboren…
달에게 An den Mond
3. 자연과 세계관을 담은 서정시 Natur− und Weltanschauungs−Lyrik
희망 Hoffnug
근심 Sorge
얼음판과 같은 삶의 노래 Eis−Lebens−Lied [용기(Muth)
운명에게 Dem Schicksal
제한 Einschränkung
우울증 환자 Hypochonder
명심 Beherzigung
기억 Erinnerung
왕의 기도 Königlich Gebet
(비겁한 생각) Feiger Gedanken
인간의 감정 Menschengefühl
어느 옛날 목판화 설명, 한스 작스의 시적 사명… Erklärung eines alten Holzschnittes…
신의 음료 넥타 방울 Die Nektartroffen
요하네스 세퀸뒤스의 정신에게 An den Geist des Johannes Secundus
사랑의 욕구 Liebesbedürfnis
아우구스테 폰 슈톨베르크 백작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Aus einem Brief an Gräfin Auguste von Stolberg
방랑자의 저녁 노래 Wandrers Nachtlied
(같은 제목의 시)방랑자의 저녁 노래 Ein Gleiches (Wandrers Nachtlied)
물 위 정령들의 노래 Gesang der Geister über den Wassern
나의 여신 Meine Göttin
인간의 한계 Grenzen der Menschlichkeit
신적인 것 Das Göttliche
헌시 Zueignung
4. 첫 번째 바이마르 시대의 발라드(1776∼1786)
어부 Der Fischer
요정들의 노래 Gesang der Elfen
마왕(魔王) Erlkönig
가수 Der Sänger
시 색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명심(BEHERZIGUNG)
아아, 인간은 무엇을 바라야 하는가?
조용히 있는 것이 더 나은가?
달라붙어 꼭 매달려야 하는가?
계속 실행하는 것이 더 나은가?
자신이 살 작은 집 지어야 하는가?
천막 아래 살아야 하는가?
바위 위로 감히 걸어가야 하는가?
그 단단한 바위들조차 떨고 있는데.
사람마다 생각이 모두 다르다네.
그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누구나 보고 있다고 하고,
그가 어디서 머무르는지 누구나 보고 있다고 하네,
또한 서 있는 사람은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