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6년 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표결을 막기 위해 10시간 18분 동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한 은수미 더민주 의원의 발언 내용을 담은 책이다. 기록적인 시간 뿐 아니라 진정성이 녹아있는 절절한 내용으로 이른바 ‘필리버스터 현상’을 만들어낸 은수미 의원은 ‘한국의 야당에도 이런 국회의원이 있었구나’하는 감탄을 끌어내며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다. 야당의원들이 목숨을 걸고 막으려고 했던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은수미 의원은 왜 두려움을 무릅쓰고 필리버스터를 할 수밖에 없었나? 고문 후유증으로 가누기조차 힘든 몸으로 밤을 지새며 간절하고 절박하게 호소했던 10시간 18분의 핵심을 추렸다.
지은이
1963년 12월 6일에 태어났다. 어머니 고향인 전라도 정읍 태생이지만, 신림초등학교와 신림여중, 미림여고를 졸업한 서울 토박이다. 1982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즉 사노맹의 정책국장을 맡았다. 1992년 사노맹이 와해되면서 체포, 수감되어 6년 동안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하고 1997년 복학했다. 1998년 졸업하고, 2001년 같은 학교에서 석·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2년부터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일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 자문위원으로 활약했다. 2011년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 5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에서 노동 담당 원내 부대표를 지냈고,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기획분과장을 맡았다. 2015년 4월 재보선에서 경기도 성남 중원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낙선했다. 2016년 2월 24일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10시간 18분 동안 계속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경기도 성남 중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저서로는 <새로고침> <날아라 노동> <은수미의 시민공감 같이> 등이 있다.
책속으로
한국엔 숱하게 많은 고문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고문은 최근까지도 존재했지만 국가는 냉담합니다. 그것이 국가기관에 의해서 자행된 고문이었고 그것을 숨기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국정원에게 최고의 정보권, 수사권, 온갖 종류의 권한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게 정상입니까, 괜찮다고 하는 게 정상입니까? -43쪽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사고 조사를 한다고 하면 조사를 완료할 때까지 민간기업이 정보통신망 침해와 관련된 자료를 임의로 삭제·훼손·변조하지도 못하게 해 놓았습니다. 심지어 국정원은 그 기업에 알리지 않고 그 기업의 보안관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보안서비스 업체를 조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정원은 무엇을 얼마나 알게 될까요? -57쪽
엄청난 권한을 국가정보원한테 쥐여 주고 더 나아가서 그 이상의 인권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 혹은 의혹이 있다고 이렇게 반대하고 우려를 표명하고 수정·보완을 하자고 얘기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테러방지법을 한번 들여다보기만 하면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한다고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테러방지법 없이 테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75쪽
9·11 테러는 현대와 같은 고도의 발전된 위험사회가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어떤 사회도 위험과 폭력으로부터 100%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적 안전을 내세우면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의 권한 확대를 시도한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자 국민과 인권에 대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103쪽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대로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못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대로 대한민국을 탈출하고 싶어 합니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그리고 바로 앞이 절벽이라는 그런 절망감을 가진 국민들을 저는 수없이 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테러방지법을 우선해야 된다’, 더 나아가서 ‘노동개악을, 즉 경제적 불평등이나 복지 축소를 의미하는 노동개악 같은 것을 긴급하게 해야 된다’라고 얘기하는 대통령을 저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117쪽
저는 돌아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그런 자리가 없습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도망치는 것 외에는 둥지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도,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부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28쪽
제발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물론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이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을 당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덜 고통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 여당은 좀 찾읍시다. 함께 찾읍시다.-1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