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직 미대 교수이자 조각가였던 도법은 법을 구하기 위한 수행에만 전념해 오던 중 3년 시한으로 봉국사 불상 제작을 의뢰받는다. 도법은 마지막 힘을 다해 불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하지만 불상을 제작하는 일은 쉽게 진척되지 않는다.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과거에 대한 집착과 번뇌 때문이다. 사건은 어느 날 도법 앞에 망령이 등장하면서 급변하기 시작한다. 도법의 자의식인 망령은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었던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내적 갈등을 끄집어낸다. 결국 그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조각칼로 자기 두 눈을 찌르고 만다. 이는 도법이 미추는 눈으로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마음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의 진리를 깨우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도법의 깨달음을 통해 인간은 하나의 완성체이며 결국 부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세속과 법열 사이에서 실존적 번뇌를 통해 각성하는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라는 철학적 명제를 긴밀한 구성으로 구체화해 해명하고 있다. 무게감 있고 철학적인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표현했다. 인간 실존에 대한 진지한 탐구, 놀이로서의 연극적 재미를 획득한 이 작품은 삼성도의문화저작상(1989), 서울연극제 희곡상(1990), 백상예술대상 희곡상(1991)을 수상했다.
200자평
도법 스님의 세속적 번뇌와 깨달음 과정을 극화한 불교극이다.
지은이
이만희는 1954년 충남 대천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극 공모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라 속의 시체들>이 입선하면서 극작가로 등단했다. 이 작품은 뒤에 <돼지와 오토바이>로 개작되었다. 1989년 <문디>로 주목받은 뒤 1990년 극단 민예가 공연한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로 삼성문예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동아연극대상 최우수작품상, 백상예술대상 희곡상(1991)을 수상했다. 1992년에 초연한 <불 좀 꺼 주세요>는 3년 6개월간 1,157회 공연하는 장기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3년 <돼지와 오토바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로 영희연극상을, 1996년 <돌아서서 떠나라>와 <아름다운 거리>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다. 인생 탐구라는 연극관에 기초해 인간관계를 통한 실존 문제를 불교적으로 성찰한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분신극(分身劇)’, ‘극중극’ 형식을 즐겨 사용했다. <약속>, <보리울의 여름>, <와일드카드> 등 영화 시나리오도 썼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는
이만희는
책속으로
방장: 중국 어느 지방에 거지가 있었는데 거지랄 수도 없는 거지였어. 왜냐면 아주 비싼 목걸일 하고 다녔거든. 그런데 거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자기는 땡전 한 푼 없는 거렁뱅이로만 여기고 있었어. 그러다가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는데 자초지종 얘길 들은 거지는 깜짝 놀랐지. 그 목걸일 보았던 거야. 친구가 알려 줬지. “이 친구야, 자네 목에 값비싼 진주 목걸이가 있는데 뭐하러 동냥하러 다니는가. 그걸 팔아 장사를 해도 큰 장사를 할 수 있을 텐데…”
거지는 그제야 그걸 알고 기뻐했지. 얼마나 기뻤겠어. 거지가 기뻐서 길길이 날뛰는 걸 보고 친구가 또 말했지. “이 친구야. 그 목걸인 본래부터 네 것이었어. 어디서 주운 게 아냐. 그런데 뭘 그렇게 좋아하는 거지?” (자신의 얘기에 재미있어 큰 소리로 웃는다) 본래부터 자기 것인 것을, 이제 생겨 난 양 기뻐하는 꼴이 얼마나 우스웠겠나. 하하하하 모든 것이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지. 안 그래?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