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전통적 산문 서술 방식을 벗어난 실험적 산문이다. 그래서 단편, 중편, 장편 식으로 분류하기가 곤란하다. 일반적인 산문집과 다른 점은 개개의 단편들이 내전이라는 커다란 사건 아래 서로 상관성을 가지고 있고, 모든 사건을 서술하거나 전달하는 한 명의 화자가 존재하며, 동일한 주인공들이 반복해서 다른 사건을 이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장르상 ‘연작’의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책은 모스크바 예술문학 출판사가 1992년에 발간한 바벨 선집 중 ≪기병대≫를 저본으로 삼았다.
200자평
국내에서 처음 번역되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주제의 단일성을 파괴하는 다양한 시점을 구현하고 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가 이룩한 19세기 러시아 산문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적 장치를 통해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적 특징을 보여준다.
지은이
이사크 바벨(Исаак Э. Бабель, 1894∼1941)은 1894년 지금은 우크라이나인 오데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상업 교육과 유대 경전 교육을 받았으나 음악과 문학에 이끌렸다. 독일, 루마니아와의 전쟁에 참전했고, 1920년에는 종군기자로 부됸니 장군의 제1기병대에서 근무하게 된다. 1920년 이후 이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병대≫(1926)에 수록되게 될 단편들을 쓰기 시작했고, 오데사에서의 청년기의 경험들은 ≪오데사 이야기≫(1931)의 소재가 된다.
산문 외에도 프랑스 문학 작품의 번역가로도 활동했고, 희곡 <일몰>(1928), <마리야>(1935), 그리고 시나리오와 수필, 논문을 다수 남겼다. 바벨은 1939년 특별한 이유 없이 소련 당국에 체포되어 1940년 1월 총살되었다. 1954년 소련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복권되었다.
옮긴이
김홍중은 중앙대 노어과를 졸업하고, 게르첸 러시아 국립 사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에 출강하고 있다.
논문으로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과 몽타주 이론>, <보리스 삘냑의 소설 “기계와 늑대”에서의 상호텍스트성> 등이 있고, 역서로는 ≪술라미/석류석 팔찌≫(알렉산드르 꾸쁘린, 한국학술정보, 2005)가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즈브루치 강 도하
노보그라드 가톨릭 성당
편지
아폴레크 씨
이탈리아의 태양
게달리
내 첫 번째 거위
랍비
기관총 차에 대한 설명
돌구쇼프의 죽음
그리스도 사시카
프리셰파
베레스체츠코
소금
아폰카 비다
성 발렌트
기병중대장 트루노프
자모스티예
배신
노래
랍비의 아들
아르가마크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혁명은 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달리.” 나는 노인에게 말했다. “혁명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친절한 나리, 폴란드인들은 반혁명이기 때문에 총을 쏘았지요. 당신들은 혁명이기 때문에 쏘는 것이고요. 그런데 혁명이란 것은 만족이 아닙니까. 만족이란 집에 고아가 생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겠지요. 좋은 일은 좋은 사람들이 행하지요. 혁명은 좋은 사람들이 행하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은 살인은 하지 않습니다. 즉, 못된 사람들이 혁명을 한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