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평론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평론을 대표하는 주요 평론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습니다.
김용직 비평은 신비평적 작품 분석과 역사주의적 시각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와 문학 즉 사회성과 예술성의 결합 문제에 주목하여, 서로 모순 충돌하는 두 축을 한 문맥 속에 엮어 내고 그 사이에 조화와 균형 감각을 살피고자 하는 데 김용직 비평의 핵심이 있다. 예술성과 사회성의 결합은 문학이 지녀야 할 당연한 요건이기 때문에 결론은 너무나 선명하다. 하지만 당연한 질문에 당연한 대답을 하기란 쉽지만, 그 답안을 증명해 보이는 것은 더없이 어려운 일이다.
이 책에 선별해 실은 평론 여섯 편은 사회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보인 개별 시인, 곧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서정주, 이육사, 조기천의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한 것이다. 김용직은 가장 서정적이고 비사회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김소월부터 역사의식이 투철한 이육사까지 사회성과 예술성의 결합 정도가 각각 다른 시인들을 역사 전기적인 측면에서 조망하고 작품 분석을 통해 그것을 뒷받침하는 방식을 취한다. 신비평적 분석이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질적 분석이라면, 역사주의적 시각은 이 같은 객관적인 분석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이 산출되기까지의 외적인 환경을 고려함으로써 작품 분석이 사회와 동떨어진 작품의 테크닉 분석으로 그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200자평
예술성과 사회성의 결합을 비평의 주제로 삼은 김용직의 평론 여섯 편을 뽑아 엮었다.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 서정주, 이육사, 조기천 등 사회성과 예술성의 결합 정도가 각기 다른 시인들을 역사 전기적인 측면에서 조망하고 그들의 작품을 분석한다.
지은이
김용직은 경북 안동 예안(禮安) 군자리(君子里), 지금은 수몰 지구가 되어 버린 낙동강 상류의 한 마을에서 보수 유생의 후예로 태어났다. 여섯 살이 되던 해 이른 봄 큰 사랑에 나가 조부님을 모시고 천자문(千字文)을 배우는 의식을 치르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내당에 전하는 ≪가갸본≫으로 한글을 익혔다.
8·15 직후 시골 실업계 중학교에 입학, 개교 기념행사로 열린 작품전에 응모한 시 아닌 시가 당선작으로 뽑히게 되자 좋은 글을 써서 문명을 드날려 보겠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 일제 말과 8·15 후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가세가 말이 아니게 기운 가운데도 대문장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1950년대 중반기경 적지 않게 지각한 상태에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입학, 학부 생활이 두어 해가 거듭되자 스스로 창작에 큰 소질이 없는 자신을 알게 되었고 그 반대급부로 한국 현대문학 연구의 길을 택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같은 대학 대학원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합동 연구실과 학반에서 여러 훌륭한 은사와 선배, 동창들을 만나서 배울 기회를 가졌다. 특히 일석 이희승(一石 李熙昇) 선생에게는 방정(方正)한 행동거지를, 그리고 심악 이숭녕(心岳 李崇寧) 선생을 통해서는 학문하는 기백을 배웠다. 학부 재학 때부터 문리대 문학회(文理大 文學會)에 참여, 선배, 친구들과 아침저녁으로 독서 체험을 이야기하고 서로가 지향할 전공의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20대 후반기까지 학내의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토막글 정도의 글을 발표하다가 1960년대 초에 시론으로 등단, 이후 문단에도 지기가 생기고 학술 단체에도 이름을 올려 문예지와 연구 논집에 지면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수도여고를 비롯하여 성남고등학교, 보성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는 한편, 서울대학교, 단국대학교, 건국대학교에 시간을 얻어 출강, 1960년대 후반기에 모교에 교양과정부가 생기자 은사 선배들의 고마운 배려로 전임이 되어 비로소 오랜 유랑 생활에 종지부가 찍혔다. 1998년 모교를 정년퇴직하기까지 독립된 연구실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여러 영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행운을 누리면서 두어 번 해외 연수의 기회도 가졌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으로 있다.
해설자
문혜원은 1965년 제주에서 출생했으며 서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박사, 문학평론가로 현재 아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1989년 ≪문학사상≫ 평론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저서로 ≪한국 현대시와 모더니즘≫, ≪한국 현대시와 전통≫, ≪한국 근현대시론사≫, ≪한국 현대시와 시론의 구조≫, 평론집 ≪흔들리는 말, 떠오르는 몸≫, ≪돌멩이와 장미,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말들≫, ≪우리 시의 넓이와 깊이≫, ≪비평, 문화의 스펙트럼≫, 대담집 ≪문학의 영감이 흐르는 여울≫ 등과 다수의 공저가 있다.
차례
서정과 역사적 상황−김소월론
≪님의 침묵≫의 원천과 실제−한용운론
순수와 기법−정지용론
<화사>와 마그마 미학−서정주론
시와 역사−이육사론
이념과 시−조기천론
해설
김용직은
해설자 문혜원은
책속으로
시와 문학이라는 것은 나라가 있고 겨레가 있은 다음에야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문화 활동의 한 형태다. 말을 바꾸면 나라·겨레는 시와 문학의 터전인 동시에 탯줄이라 할 수 있다.
―<서정과 역사적 상황−김소월론>
194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육사는 일종의 벼랑 끝 의식에 내몰린 듯 보인다. 이 무렵에 그는 우리 사회나 민족의 명맥이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것 같다. 그 나머지 그는 순수, 또는 보편적 차원의 세계를 포기했다. 이때에 제작된 몇 편의 시에서 그는 그 뿌리가 민족적 현실과 역사, 상황에 닿은 목소리를 담았다. 이것으로 그는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민족을 위한 투쟁과 시를 병행하고 그것을 일체화해 낸 희귀한 시인이 된 것이다.
―<시와 역사−이육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