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평론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평론을 대표하는 주요 평론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김우창은 김흥규를 일컬어 ‘우리 전통에 대한 학문적 이해, 오늘의 문학과 사회의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의식, 이러한 학문과 사회의식이 간과하기 쉬운, 문학의 내면적 의미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동시에 지닌 비평가라 평가했다. 영문학자이자 모더니스트라 할 수 있는 김우창은 김흥규의 글이 리얼리즘적 현실 인식(오늘의 문학과 사회의 보다 나은 위상에 대한 진지한 의식)과 더불어, 이러한 ‘사회의식’이 간과하기 쉬운 ‘문학의 내면적 의미’에 대한 ‘섬세한 감각’(모더니즘적 감각)까지 갖추었다고 보았다. 조동일은 ‘이 시대 문학비평의 깊은 문제의식을 안고 국문학 연구’에 도전하는 김흥규의 ‘세찬 활동’이 ‘기존 학계의 안이한 학풍을 쇄신할 크나큰 조짐’을 보인다고 상찬한다. 고전과 근대(현대)를 아우르는 국문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김흥규 비평의 문제의식이 전통(기존 학계)과 새로움(쇄신), 국문학 연구와 문학비평을 이어 주는 디딤돌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문학과 출신의 대표적인 리얼리스트 염무웅은 ‘자료에 대한 치밀한 실증적 천착과 철저한 분석, 견고한 논리의 전개와 온당하고 적절한 판단력’에 기초한 김흥규의 글들이 ‘우리 비평의 중요한 한 걸음 진전’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존의 리얼리즘 비평이 소홀히 했던 텍스트에 대한 실증적이고 치밀한 분석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외국 문학을 전공한 국문학 연구자와 한국문학 전공자,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그리고 전통적 성향을 대표하는 선배 문인들에게 두루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김흥규 평론의 위상을 가늠하는 데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요소다. 김흥규의 비평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전통과 근대, 국문학과 외국 문학, 문학 연구와 현장 비평 등을 두루 아우르는 문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200자평
전통과 근대를 매개하는 역사적 균형 감각을 갖춘 김흥규의 평론선집이다. 그의 비평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현실과 이상, 고전(전통)과 현대(근대) 등의 이분법을 가로질러 그 너머의 세계를 응시한다. 우리 문학의 고질적인 편향성을 넘어 한국문학사를 풍요롭게 장식하는 지점이다.
지은이
김흥규(金興圭)는 1948년 인천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대학 4학년이던 1971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춘향, 천의 얼굴>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 비평을 연구하여 <최재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1973), 이듬해부터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고려대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는 고전 비평을 전공하여 윤휴, 박지원, 정약용, 홍대용, 이옥 등의 시론과 시경론을 탐사하는 데 몰두했고, 그 결과 <조선 후기의 시경론과 시 의식>(1982)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9월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의 고전문학 교수로 부임하여 2012년까지 33년간 봉직했다.
이 기간 동안 문학 연구서로 ≪문학과 역사적 인간≫,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 ≪한국문학의 이해≫, ≪송강 시의 언어≫, ≪욕망과 형식의 시학≫, ≪한국 고전문학과 비평의 성찰≫, ≪고시조 내용소의 분포 분석과 시조사적 고찰≫ 등을 간행했다. 영어권에서 출판된 저서로는 ≪Understanding Korean Literature≫(New York: M. E. Sharpe, 1997)와 ≪A History of Korean Literature≫(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 공저)가 있으며, 2012년에는 제자들과 20여 년간의 공동 작업으로 시조 46,400여 수를 집성한 ≪고시조 대전≫을 간행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면서, 연세대학교 용재석좌교수(2015)이다.
해설자
고인환은 1969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예천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해 등단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제7회 젊은평론가상(2006)을 받았다. 제8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2014)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 ≪결핍, 글쓰기의 기원≫(2003), ≪이문구 소설에 나타난 근대성과 탈식민성 연구≫(2003), ≪말의 매혹: 일상의 빛을 찾다≫(2005), ≪공감과 곤혹 사이≫(2007), ≪한국문학 속의 명장면 50선≫(2008), ≪한국 근대문학의 주름≫(2009), ≪정공법의 문학≫(2014)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재직하면서 재미있고 알찬 글을 읽고 쓰기 위해 학생들과 즐겁게 고민하고 있는 한편, 구미 중심의 담론을 벗어나는 학문적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 세계의 문화 담론을 공부하고 있다. 2005년 2월 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산하에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를 개소하여 센터장을 맡아 비서구 세계의 소통과 연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례
님의 소재(所在)와 진정한 역사(歷史)−만해(萬海) 시의 중관론적(中觀論的) 역사의식과 유마적(維摩的) 이념
육사(陸史)의 시와 세계 인식
윤동주론
세계 내적 초월의 비전과 절제−김종길의 시 세계
시와 경험적 연대의 재건
전파론적 전제와 비교문학의 문제−한국 비교문학의 자기반성과 재정향을 위하여
해설
김흥규는
해설자 고인환은
책속으로
윤동주의 시가 항일적(抗日的)인 저항시이기에 가치 있는 것은 아니며, 빼어난 서정성(抒情性)이나 미적(美的) 특질을 가져서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견해는 그릇된 것이거나, 적어도 부적절한 것이다. 윤동주 시의 가치는 그가 ‘시대의 고뇌와 개인적 번민을 통일된 육체’로 느끼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온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역사적 국면의 경험으로 확장함으로써 한 시대의 삶과 의식을 노래하였고 동시에 특정한 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의 체험을 인간의 항구적 문제들에 연결함으로써 보편적인 공감에 도달하였다.
―<尹東柱論>
19세기 이전의 한국문학을 ‘비교문학적으로’ 다루면서 중국 문학으로부터 그 성립·발전의 근거를 찾아 결부시키거나, 20세기 이후의 문화사적 추이를 논하면서 그 원천이 된 서구 문학이 무엇이었는지, 얼마만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 우리 문학이 어떻게 근대화 또는 현대화되었는지를 확인하기에 골몰했던 연구를 우리는 숱하게 볼 수 있다.
―<전파론적 전제와 비교문학의 문제−한국 비교문학의 자기 성찰과 재정향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