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Johan August Strindberg, 1849∼1912)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입센과 함께 서구 현대 연극의 아버지로 호명될 만큼 20세기 서구 연극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의 탁월함은 자연주의의 정상에서 명성을 누리는 대신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실험 정신에 깃들어 있다.
〈미스 줄리〉를 포함해 스트린드베리가 1887년부터 1893년 동안에 쓴 여러 희곡들은 인물들의 원초적인 욕망과 행동 그리고 극히 사실적인 대화로 구성된 장면들에서 자연주의 희곡의 전형을 보여 준다. 특히 〈다마스쿠스로〉(1898)를 통해 새로운 연극 지평을 펼쳐 보인 이후 〈꿈 연극〉, 〈유령소나타〉(1907) 등 이른바 ‘꿈 연극’이라 불리는 작품들에서 비사실주의 계열의 20세기 연극 경향을 선도했다고 평가받는다.
〈꿈 연극〉은 “인드라의 딸 아그네스가 지구에 내려와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인간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스트린드베리는 작품의 주제에 대해 ”삶의 가장 힘든 부분은 한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짧게 요약했다. 작품은 무궁무진한 표현 가능성으로 20세기의 많은 연출가들을 매료시켰다. 앙토냉 아르토는 ‘이 작품에 표현된 정서의 범위는 무한하다’라고 칭송했으며 자신의 공연에서 ‘사실적인 것 한복판에서의 거짓된 것’(The Edse amid the real)의 표현에 주력했다. 막스 라인하르트의 해석은 ‘인간 조건에 대한 어두운 알레고리’였고, 세계와 사회의 생생한 연극적 이미지 구축으로 공연이 이뤄졌다. 20세기 후반에 주목할 만한 공연은 1970년대의 잉마르 베리만의 번안이었다. 베리만은 스펙터클한 작품을 매우 간결하게 구성했으며, 마치 응접실 연극(chamber play)처럼 배우와 관객의 대면에 초점을 맞췄다. 1994년에는 로베르 르파주(Robert Lepage)가 시각 이미지들과 스펙터클을 정교하게 고안해 냈다. 르파주의 공연은 ‘환상과 사실이 공존하는 세계를 창조’한다는 평을 받았다.
스웨덴 원전의 구성을 최대한 유지했으며 특히 영국 극작가 카릴 처칠이 2005년 영국국립극장 공연에서 원작과 달리 구성한 부분을 주석으로 상세히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200자평
〈꿈 연극〉은 “인드라의 딸 아그네스가 지구에 내려와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인간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입센과 함께 서구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트린드베리는 <다마스쿠스로>를 비롯한 <꿈 연극>, <유령소나타> 등 이른바 “꿈 연극”으로 비사실주의의 새로운 연극 경향을 선도했다.
지은이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Johan August Strindberg, 1849∼1912)
1849년 1월 2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웁살라 대학에서 화학, 의학, 법학 등을 공부했지만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1870년 작은 마을에 교사로 부임한 뒤 여가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1879년 자연주의 계열의 첫 소설 《붉은 방(Röda rummet)》이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전도유망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880년대 스트린드베리는 여러 모로 불안한 시기를 보냈다. 세 번 결혼하고 이혼했는데, 특히 배우 시리 폰 에센과의 두 번째 결혼 생활은 스트린드베리에게 치명적이었다. 시리와의 결혼과 이혼은 스트린드베리 후기 저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트린드베리의 가장 유명한 희곡은 1880년대부터 1890년대 사이에 쓰였다. 〈미스 줄리〉(1888), 〈아버지〉(1887), 〈채권자들〉(1889) 등이 이 시기에 쓰였으며, 그로부터 몇 년 뒤 〈꿈 연극〉(1901)이 발표되었다. 이 작품들은 이후 스웨덴 연극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고, 이를 계기로 스트린드베리는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스트린드베리는 다방면에서 대담한 실험을 통해 현대 연극의 초석을 다졌다. 초기 작품들은 자연주의와 심리적 사실주의 경향을 고도화하는 데 기여했다. 여성 캐릭터 묘사와 성역할 탐구에서도 스트린드베리는 선구적이었다. 우울증, 편집증, 환각 등 각종 정신 질환에 시달리던 스트린드베리는 1912년 5월 14일 스톡홀름의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다가 63세 일기로 사망했다. 스트린드베리의 죽음은 한 시대의 끝을 의미했다. 인간 심리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현대 연극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스트린드베리와 그의 작품은 여전한 찬사 속에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옮긴이
조성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대 말에 인디록페스티벌 〈소란〉을 기획했고, 연극 〈오델로〉,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불멸의 여자〉, 뮤지컬 〈크레이지 포 유〉 외 여러 공연에서 조연출 및 무대 감독으로 일했다. 영국 런던대학교 퀸메리컬리지에서 공연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연극학 박사 학위을 받았다. 가천대, 건국대, 고려대에서 강의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샘 셰퍼드의 《마음의 거짓말》(공역, 2004, 예니)과 토머스 미들턴과 윌리엄 로울리의 《체인즐링》(2020, 지만지드라마)이 있다. 논문으로는 〈Theatre Censorship in South Korea : a Nation in Permanent Crisis〉, 〈The Method of Action Analysis and the North Korean Realism Theatre in the 1960s〉, 〈A Hero of the Two Koreas〉, 〈능동적인 수용자 : 랑시에르의 관객론과 한국 연극의 셰익스피어 수용〉 등이 있다.
홍재범
경기도 동두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효석 소설과 1930년대 한국 대중 비극 연구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극단 미추에서 운영했던 미추연극학교를 2기로 수료하고 국립극단 연수단원을 거치면서 연극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현장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독립영화협의회에서 주관하는 ‘독립영화워크숍 HD 제작 실습 입문 과정’(160기)으로 영화 작업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1994년 국립극단 〈노부인의 방문〉 객원 출연 이후 〈태〉, 〈마르고 닳도록〉, 〈카르멘〉, 〈꽃다방 이야기〉, 〈인형의 집〉, 〈결혼 피로연〉, 〈꽃 속에 살고 죽고〉, 〈불멸의 여자〉 등의 연극과 단편 영화 〈낮잠〉, 〈인 하우스〉에 배우로 출연했고 〈인
형의 집〉을 연출했다. 저서로는 《한국 대중 비극과 근대성의 체험》(200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 학술 도서),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과 한국 극예술의 접점》(2006년 문화 관광부 우수학술 도서), 《각색의 기술, 재현과 창조 사이》(2015년 세종 우수 학술 도서), 《서구 현대극의 이론》(역), 《이야기와 담화》(역),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과 <조선예술>》(편), 《북한 5대 혁명 연극》(편), 《20세기 한국 희곡 선집 1》(편저) 등이 있고, 논문들로 〈1930년대 휴머니즘 연구〉, 〈근대적 이성의 이율배반〉, 〈창조적 자감을 위한 시각적 상상력 훈련 방법〉, 〈The Method of Action Analysis and the North Korean Realism Theatre in the 1960s〉, 〈A Hero of the Two Koreas〉, 〈Distinctive Features in South and North Korean Translation of Stanislavski〉 외 다수가 있다. 경원대, 서울대, 서원대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에 재직 중이며 대학원 문학예술심리치료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목록
작가의 말
관객에게 선사하는 글
나오는 사람들
서막
꿈 연극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변호사 : 불쌍하지! 인간들이 도대체 무엇으로 먹고사는지 나한테는 수수께끼야. 사람들은 겨우 2000크라운의 연 수입으로 결혼을 하는데 적어도 4000크라운은 있어야 돼. 그래서 돈을 빌려. 모두 빚지면서 살아! 죽을 때까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거야. 그리고 후손들한테 빚을 남기고 말이야. 누가 결국 빚을 청산하는 거지? 말해 봐!
53-54쪽
변호사 : (딸에게 가서) 이제 당신은 거의 전부를 봤어. 하지만 가장 최악은 경험하지 못했지.
딸 : 뭐가 최악일 수 있지?
변호사 : 반복. 같은 일을 하고 또 하는 일. 돌아가! 다시 당신의 수업을 받아. 가지!
딸 : 어디로?
변호사 : 당신의 의무로 복귀해!
딸 : 그게 뭔데?
변호사 : 당신이 몸서리치는 모든 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모든 것! 그건 포기하고, 자신을 부정하며, 궁핍하게 살고, 남기고, 떠나는 거야. 그런 모든 것들이 불쾌하고 구역질 나고 고통스러워….
딸 : 즐거운 의무는 없는 거야?
변호사 : 이미 수행한 의무만 즐겁지….
107-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