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라는 뜻의 ‘끽다거(喫茶去)’는 중국 조주 선사의 여러 화두 중 하나로, 어떤 인연에도 구속됨 없이 자신의 삶 자체를 받아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 ‘끽다거’의 의미를 만해 한용운의 삶과 연결하면서 관객에게 생(生)과 사(死)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작품은 죽음을 앞둔 한용운의 내면세계를 그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에 가까운 ‘만해 有’는 죽음에 가까운 ‘만해 無’와 만난다. 그러나 ‘만해 有’는 ‘만해 無’를 거부한다. 이에 ‘만해 無’는 ‘만해 有’에게 그동안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며 다시금 삶을 깨달아 보라고 제안한다. 19세에 출가한 일부터 민족운동에 투신한 일, <님의 침묵>을 집필한 일, 심우장(尋牛莊)에서 생활한 일 등 그의 삶의 궤적이 회상 형식으로 무대에 펼쳐진다. 환갑잔치 장면을 끝으로 마지막 곡차를 비운 한용운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열반에 들어가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승려이자 민족 운동가이며 시인으로 살았던 한용운의 삶을 불교적 시각을 바탕으로 조명한 것이다. 즉 작품 전체가 고집멸도(苦集滅道) 과정을 상징화하고 있다.
또한 <끽다거>는 시, 노래, 춤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극장주의 연극을 위한 대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형식은 최현묵이 민족 시인 3인을 소재로 쓴 <想華와 尙火>, <윤동주와 헤어져>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200자평
제19회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만해 한용운의 삶을 다뤘다. 그러나 보통의 일대기적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한용운의 삶을 독특한 상징체계를 통해 그려 낸다.
지은이
최현묵은 대구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공연예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삼성문예상 장막극 부문에 <메야마이다>가 당선되고, 1988년에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화초>가 당선되었다. 1992년 국립극장 장막극 공모에 <불>이 당선되었고, <뜨거운 땅>으로 1995년 전국연극제에서 수여하는 희곡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전국연극제를 빛낸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연극제에 <끽다거> 외에도 민족 시인 이상화와 윤동주를 소재로 한 <想華와 尙火>, <윤동주와 헤어져>를 발표했으며, 현재는 대구 수성아트피아 관장으로 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대규모 국제 행사 개막식을 연출해 모두 세 차례 대통령표창·포장을 받았다. 주요 희곡 작품으로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구?>, <삐삐, 죽다>, <청천(晴天)>, <저승 훨훨 건너가소> 등이 있고, 저서로는 ≪공연 예술 탐색≫(해조음, 2011), ≪문화 예술 교육과 지역 문화 정책≫(해조음, 2011) 등이 있다. 1997년 국립극장 창작 오페라 대본에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 창작 오페라 대본 10여 편을 집필했으며 오페라 연출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참고
1
2
3
4
5
6
<끽다거>는
최현묵은
책속으로
만해 有: (천천히) 하루에 육십육 년을 생각하고, 그다음은 무(無). 무서운 영겁(永劫). 여보게, 우리가 하루를 산 걸까? 육십육 년을 산 걸까? 아니면 살기나 산 걸까? 혹시 죽은 그대로가 아닐까? 말해 줄 수 있나? 깨우친 자가 누구인가? 삶과 죽음을 알아 말할 수 있는 자가 진정 누구란 말인가?
만해 無: ….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