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긍정심리학, 껍데기뿐인 과학성
긍정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사고는 자기계발서와 긍정신학을 넘어 학문의 이름으로 무책임한 긍정주의를 강요하고, 심리학과 심리 상담은 정신 병리의 양산과 상처의 진단과 치료를 넘어 조작된 ‘행복’을 강권한다. 위험, 인권, 생명, 존엄. 이 모든 것들이 긍정의 이름으로 무시되어 왔다. 효율성과 성장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쌍두마차는 긍정의 이름으로 이 모든 것들에 눈감게 만든다. 경제적 성장과 수치 증가만이 긍정되고 나머지 셀 수 없는 것들은 부정된다.
긍정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은 세속적 긍정주의와는 다르다고 항변한다. 자신들은 과학적 연구를 하는 심리학자들이기 때문에 자기계발 업계에서나 하는 근거 없는 긍정주의와는 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긍정심리학도 긍정주의라는 거대한 미국적 전통 속에서 나왔고 그 전통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긍정심리학이 내세우는 과학성은 껍데기뿐이다. 긍정심리학이 제시하는 긍정적 정서, 몰입, 관계, 의미, 성취라는 다섯 가지 측정 기준은 그 선정의 근거조차 제시되지 않아 검증도 반증도 불가능하다. 과학의 탈을 쓰고 긍정심리학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행복의 길을 안내하는 목동의 역할일 것이다.
자기계발 업계와 긍정신학이 주도했던 긍정의 펌프질에 심리학이 가담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 기획은 성공적일 수 있는가? 이 책에서는 이런 점들을 따지고 묻는다. 긍정심리학이 대두된 시대적 배경과 긍정심리학의 역사, 긍정심리학의 내용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구체적 비판, 긍정심리학의 전염에 대한 처방 등의 순서로 구성했다.
200자평
긍정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사고는 자기계발서와 긍정신학을 넘어 학문의 이름으로 무책임한 긍정주의를 강요하고, 심리학과 심리 상담은 정신 병리의 양산과 상처의 진단과 치료를 넘어 조작된 ‘행복’을 강권한다. 이런 긍정심리학에 문제는 없는가. 긍정심리학이 발생 배경과 역사, 전개 과정 살펴봄으로써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지은이
이진남
강원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성토마스대학교 토마스철학연구소에서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상담치료 수련감독과 미국철학상담사다.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총무이사,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좋은책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왜 철학상담인가?』(공저, 2012), 『종교철학』(2009), 『서양이 동양으로 걸어오다』(공저, 2009) 등이 있다.
차례
긍정의 이데올로기
01 긍정 과잉의 시대
02 긍정심리학의 역사
03 제1세대 긍정심리학
04 제2세대 긍정심리학
05 심리학과 심리 상담의 원초적 한계
06 긍정심리학의 행복 개념
07 긍정심리학의 덕 목록 검토
08 실천적 지혜가 없는 덕 이론
09 이분법적 세계관의 문제
10 긍정의 전염에 대한 면역체
책속으로
현대인들은 긍정의 과잉으로 탈진했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외침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강제가 되었다. 성과지상주의와 경쟁지상주의의 세계에서 긍정은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우리는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산다. 성과를 위한 불필요한 경쟁에 긍정의 강요는 지금도 풀무질을 한다. 그 공회전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피로이고 소진일 수밖에 없다.
_“01 긍정 과잉의 시대” 중에서
긍정심리학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으로 긍정적 정서, 긍정적 특성, 긍정적 제도에 대한 연구를 제시한다. 낙관적인 사람이 오래 사는 이유로 수녀 178명의 글에 나타난 긍정성이 장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실험과 대학교 졸업 사진의 미소의 자연스러움에서 포착된 진짜 긍정성이 행복한 결혼 생활의 원인이 되었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_“03 제1세대 긍정심리학” 중에서
이렇게 긍정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을 통해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중립성이라는 권위를 가진 이데올로기를 몰래 만들고 있다. 자연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한다고 하면서 정작 행복 개념과 덕의 체계는 주관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서로 양립할 수 없고 이론으로서의 신뢰도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_“06 긍정심리학의 행복 개념” 중에서
긍정심리학의 덕 이론에는 실천적 지혜의 자리가 없다. 실천적 지혜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구적 이성이 자리한다. 때와 장소와 상대와 상황에 맞게 마땅한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적 지혜는 없고 설문조사를 통해 ‘확정된’ ‘다수 의견’이 전범이 된다. 질적 차이와 상황과 주체의 문제는 사라지고 무엇이든 양적으로 환산되어 측정되고 계산된다.
_“08 실천적 지혜가 없는 덕 이론” 중에서